▲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오른쪽) 대표가 북한 포격 관련 공동 대응방안을 논의한 뒤 합의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공>

[위클리오늘=김인환 기자] 여야가 22일 북한의 포격 도발에 따른 한반도 위기상황 고조 상황에 초당적 협력을 과시했지만 그 과정을 보면 영 개운치 않은 표정이다.

여야가 남북대화를 촉구하는 공동합의문을 발표한 지 불과 5분만에 청와대에서 남북고위급 판문점 회담 성사 소식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집권당인 새누리당이나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 모두 한반도의 엄중한 위기상황에서 제대로 된 정보조차 정부당국으로부터 제공받지 못한 완전히 배제ehls 상황이 아니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이날 오후 2시30분 국회 귀빈식당에서 만나 북한 도발에 따른 여야 공동대응 합의문 발표를 논의했다.

문 대표가 당내 대책회의를 주재하느라 회담장에 다소 늦게 도착하면서 여야 회담은 약속된 시간보다 5분여 늦게 시작됐다. 그리고 20분만인 2시55분께 양당은 언론에 남북대화를 촉구하는 여야합의문을 공식 발표했다.

그러나 불과 5분 후인 오후 3시께 청와대가 긴급 브리핑을 내놨다. 이날 오후 6시 판문점에서 남북고위급 회담을 개최하게 됐다는 발표였다. 남북회담을 촉구하는 여야 합의문이 나온지 5분만에 청와대가 이를 수락했다는 이상한 모양새가 연출된 셈이다.

더욱이 여야의 공동합의문 작성 협상 과정을 살펴보면 여야가 이번 남북 군사충돌 위기 국면에서 완전히 '정보' 배제 상태에 처해 있었던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게 한다.

문재인 대표는 21일 오후 박광온 비서실장을 통해 새누리당에 북한 포격에 따른 여야 공동입장을 촉구하는 회담을 제안했다. 이를 받은 김학용 새누리당 대표 비서실장은 김무성 대표에게 보고했고 이때부터 양측간의 합의문 작성 협상이 시작됐다.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의 남북회담 촉구 요구를 새누리당이 "정부가 판단할 몫"이라고 여야 공동합의문에 넣을 수 없다고 거부하면서 여야 회담 자체가 불투명해졌다.

이같은 대치상황은 회담시간을 3시간 앞둔 이날 낮 12시까지 계속됐다. 양당 고위관계자 모두 "협상 난항, 회담 성사 안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오후 들어 상황이 급반전 돼 오후 3시 예정됐던 회담이 30분 앞당겨진 오후 2시30분에 열린다고 발표됐다. 이어 언론에 발표된 합의문에는 새누리당이 그동안 거부해온 남북회담 촉구 문구가 들어가 있었다.

그리고 합의문 발표 5분만에 남북회담 성사 발표가 청와대로부터 있었고, 김무성, 문재인 양당 대표는 회담장을 나갈 때 기자들로부터 '남북회담 성사됐다는 데 소감이 어떠냐'는 웃지 못할 처지에 놓였다.

김무성 대표는 남북회담 성사 소식에 "(한반도) 긴장 완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를 한다. 좋은 합의가 도출되기를 바라겠다"며 환영하면서도, '회담 성사 소식을 사전에 연락을 받지 않았나'라는 질문엔, "노코멘트"라고 입을 닫았다.

새누리당 고위관계자는 "우리 군과 정부가 단호하고 강력한 대응 태세를 갖춘 것이 북으로 하여금 회담 제의를 가능하게 만들었다고 본다"고 아전인수식 해석을 내놨다.

문재인 대표 역시 "우리 당이 어제 제안했던 방안이 받아들여진 것이어서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며 남북고위급 회담 제안을 정부가 받아들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와대 브리핑에 따르면 북한은 전날 오후 4시께 김양건 당비서 명의로 김관진 국가안보실장과 김양건 노동당 비서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다. 청와대는 그러나 격을 고려, 김양건 당비서 대신 황병서 총정치국장이 회담에 나올 것을 요구했고, 이날 오전 9시께 북한은 우리측의 수정제안을 받아들이겠다고 밝혀왔다.

결국 여야가 물밑에서 공동합의문 발표를 위해 신경전을 벌이고 있던 때, 청와대는 이미 북한과의 회담 조율을 끝내놓은 상황이었던 셈이다.

여야는 북한의 포격 도발 이후 국방부 차관까지 불러 위기상황을 정부로부터 브리핑 받았지만 언론에서 전하는 수준 이상의 긴밀한 보고는 없었다는 것이 양당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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