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 적신호 켜진 내막

 
아시아 최종예선 조 2위로 내려앉아 비상사태
낙관적 예상 달리 피 말리는 순위경쟁 불가피

지난 6월 월드컵 최종예선을 시작한 이후 줄곧 선두를 달려 중동의 전통적 ‘강호’인 이란과 함께 최소한 조 2위를 낙관했으나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다. 한때 조 최하위로 탈락 위기에 놓여 있던 우즈베키스탄이 한국과의 홈경기에서 2-2로 비긴 뒤 2연승을 기록하며 치고 올라온 데다 이란과 카타르마저 한국과 같은 승점 7로 밑에서 치받고 있기 때문이다. 2위인 한국, 3위 이란, 4위 카타르가 모두 승점이 같고, 골득실에 따라 순위가 엇갈리는 혼전 양상을 벌이고 있다.
이젠 브라질행 티켓이 주어지는 2위마저 피 말리는 순위경쟁을 치르게 돼 갈 길이 무척 바빠졌다. 최근의 부진이 계속된다면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노리는 한국 축구가 조 3위로 내려앉아 대륙간 플레이오프로 몰리거나 본선 진출이 좌절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물론 한국이 이들보다 한 경기 덜 치렀다고 애써 자위할 수 있지만 나머지 경기에서도 결코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한국 축구가 최근 월드컵 예선 2경기에서 1무1패를 기록하고, 호주와의 평가전에서도 1-2로 역전패하는 등 자신감을 잃을 위기에 놓였다. 최강희 감독이 이끌고 있는 한국월드컵 축구 대표팀은 현재 백척간두에 놓여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14일 호주와의 평가전으로 올해 일정을 모두 마친 최강희호의 지난 1년간 성적표는 9차례 A매치에서 5승1무3패. 2014 브라질월드컵 예선에서는 3승1무1패로 무난한 성적을 올렸다. 하지만 최 감독은 프로축구 전북 현대에서 보여줬던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닥공’(닥치고 공격)을 대표팀에 이식하는 데는 어느 정도 성공했지만 8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을 위한 최적의 팀을 완성하는 데는 다소 아쉬움을 남겼다.
대표팀이 제대로 경기력을 발휘하지 못한 끝에 우즈베키스탄(원정)과는 2-2로 비겼고, 이란(원정)에는 0-1로 패하는 등 졸전을 벌인 것이 결과적으로 순위가 추락하게 된 결정적인 원인이다.
최 감독은 최종예선 1, 2차전에서 연승을 거두자 3차전부터는 본선 준비를 염두에 두고 올림픽 대표팀 멤버를 투입하는 등 소폭적인 세대교체를 시험했다. 최 감독은 우즈베키스탄, 이란과의 경기에서 목표달성에 실패하면서 다시 ‘이기는 축구’에 집착할 수밖에 없는 위기에 몰렸다.
지난해 12월 전격 경질된 조광래 감독에 이어 마지못해 사령탑을 맡게 된 최 감독은 한국축구를 월드컵 본선에 올려놓는 게 과제였다. 내년 6월 최종예선 때까지만 대표팀 지휘봉을 잡겠다는 조건이었다. 하지만 당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최 감독은 취임 일성을 통해 3단계 운영방안을 제시했다. 2월 쿠웨이트와 3차 예선을 K-리거 주축으로 치른 뒤 최종예선 초반에는 해외파들을 두루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후 런던올림픽이 끝나면 젊은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발탁해 점진적인 세대교체를 노리겠다는 복안이었다. 그러나 최종예선에서 유럽파 선수들은 기대했던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유럽파 선수들의 이적과 부상 등의 여파가 대표팀까지 번지면서 ‘최강희호’의 항해 속도가 늦춰졌다.
올림픽 이후에는 영건들을 대거 대표팀에 합류시키며 실험을 이어갔지만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놓지 못했다. 좌우 윙백의 부재 등 대표팀의 고질적인 약점을 올해 안에 깔끔이 해결하지 못한 점도 아쉽다. 경기마다 측면 수비수들을 교체 기용하면서 최적의 카드를 찾아 나섰지만 결국 마땅한 대안을 구하지 못한 게 아쉬움으로 남는다. 최 감독은 클럽 팀과는 달리 경기마다 변수를 고려해 선수 선발과 운영의 폭을 넓혀왔어도 시간이 흐를수록 확실한 승리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최 감독 자신도 의외의 결과에 당황하며 대표팀의 전력 끌어올리기에 총력을 쏟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최강희호는 유럽파들의 경기력 점검 차원에서 내년도 첫 A매치 데이인 2월 6일에 해외 평가전을 준비하고 있다. 유럽파들이 쉽게 합류할 수 있도록 장소와 상대팀을 물색 중이다. 대표팀은 현재 분위기 반전과 훈련시간 확보가 무엇보다 시급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내년에 열리는 예선 4경기 가운데 3경기를 홈에서 치른다는 점이다. 4경기에서 최소 3승1패를 거둬야만 브라질행을 낙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내년 3월 26일 홈에서 열리는 카타르와의 5차전에 일단 ‘올인’을 해야 할 판이다. 카타르전에 최강희호, 아니 한국축구의 명운이 걸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이 카타르를 꺾는다면 조 1위 자리를 되찾아 경쟁팀의 추격권에서 다소 벗어날 수 있다. 그러나 비기거나 패할 경우 상황은 매우 복잡해진다. 우즈베키스탄과 카타르가 선두 그룹을 형성하고 한국이 조 3위로 미끄러지는 초상집 신세가 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정신을 바짝 차려 한국축구의 고질병인 골 결정력 부족과 수비라인 불안 등 문제점을 깔끔하게 치료하고, 온전한 전력을 구축해 무조건 카타르를 잡아야 한다. 2022년 월드컵을 유치한 카타르의 저항 또한 만만치 않을 것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한국 축구는 내년 6월 레바논(원정), 우즈베키스탄, 이란(이상 홈)과 차례로 6∼8차전을 치러 최종예선을 마친다. A조의 치열한 순위 다툼은 예선이 끝날 때까지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최강희호는 총력을 다해 기필코 브라질행 티켓을 획득해야 한다. 그것만이 한국축구를 살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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