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LPGA-KLPGA투어 총결산

‘상금왕 박인비, 신인왕 유소연.’ 국내 투어를 놓고 하는 말이 아니다. 전세계 최강의 여자 골프선수들이 모여 실력을 겨루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일어난 일이다. 올 시즌 LPGA투어는 한국 여자 선수들의 잔치로 끝났다. 피날레는 지난해 LPGA투어 상금왕 최나연(25·SK텔레콤)이 장식했다. 최나연이 지난 19일(한국시간) 막을 내린 시즌 마지막 LPGA투어 대회인 CME그룹 타이틀홀더스 대회에서 우승했다. 이로써 LPGA투어에서 한국(계) 선수는 올해 9승을 합작했고, 통산 110승이라는 금자탑을 세웠다. 또 상금왕 박인비(24)는 최저타수를 기록한 선수에게 주는 베어트로피를 타며 2관왕이 됐고, 유소연(22·한화)은 생애 한 번뿐인 신인왕에 올랐다. 한국에서도 많은 일들이 벌어졌다.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김하늘(24·비씨카드)이 2년 연속 상금왕에 올랐고, 허윤경(22·현대스위스)은 ‘3주 연속 2위’라는 진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풍성했던 올 시즌 LPGA투어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를 돌아본다.

코리안 낭자군 LPGA투어 9승 합작, 통산 110승 금자탑 세워

LPGA투어 한국(계) 선수들은 올해 9승을 거뒀다. 총 27개의 공식 대회가 열렸으니 3분의 1을 가져온 것이다. 우승 숫자만 본다면 올해가 최고 시즌은 아니다. 2006년에 11승을 거뒀고 2009년 12승, 2010년 10승을 올린 적도 있었다. 하지만 ‘코리안 시스터스’는 질적으로 볼 때 역대 어떤 시즌과도 비교가 되지 않는 최고의 성적을 올렸다.
2009년 한국 선수들은 LPGA투어에서 12승이라는 역대 최다승을 거뒀지만 메이저 대회만 따져보면 지은희의 US여자오픈 우승 단 하나뿐이었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4개 메이저 대회 가운데 3개를 휩쓸었다. 유선영(24·정관장)이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나비스코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더니 신지애(24·미래에셋)와 최나연이 브리티시여자오픈과 US여자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최나연은 US여자오픈 우승 후 “선수들은 모든 대회에 최선을 다하기 때문에 메이저 대회라고 특별히 다르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메이저 대회 우승을 해보니 그런 것이 아니었다. 여느 대회 우승보다 가치가 있는 것을 새삼 느꼈다”고 소감을 밝힌 바 있다. 이처럼 메이저 대회 우승은 그 어느 대회 우승보다 힘들고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4개뿐인 메이저 대회에서 우리 선수들이 3승을 거둔 것이다. 여기에 내년에 메이저 대회로 승격되는 에비앙 마스터스(박인비 우승)까지 따지면 내년 시즌 메이저 대회 디펜딩 챔피언(직전 대회 우승자)은 무려 4명이나 된다.
메이저 대회 우승뿐 아니다. ‘코리안 시스터스’는 LPGA투어에 걸려 있는 20개 기록 중 무려 6개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박인비가 끝까지 경쟁하다 마지막에 ‘올해의 선수’ 부문을 스테이시 루이스(미국)에 빼앗긴 것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최-신-박 ‘3두마차’ 해외서 맹활약
이처럼 LPGA투어에서 한국 선수들이 빛을 발한 것은 ‘박세리 키즈’로 불리는 최나연 신지애 박인비 ‘3두마차’의 활약이 중요하게 작용했다. 최나연이 US여자오픈을 비롯해 2승을 올리며 상승세를 이끌었고, 신지애는 부상으로 시즌 중반 투어 생활을 하지 못했음에도 메이저 대회인 브리티시여자오픈을 포함해 2승을 거두며 부활을 선언했다. 여기에 상금왕 박인비가 가세하면서 ‘박세리 키즈’가 세계 골프를 지배하고 있음을 만천하에 알렸다. 특히 이들과 함께 올 시즌 24개 대회에 출전해 무려 16개 대회에서 ‘톱 10’에 이름을 올린 유소연이 신인상을 받음으로써 내년 시즌에는 ‘코리안 시스터스’의 바람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여자 선수들은 LPGA투어에서뿐만 아니라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에서도 빛을 발했다. 전미정(30진로재팬)이 상금왕에 오르며 안선주(2010년, 2011년)에 이어 한국 선수가 3년 연속 상금왕을 차지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 왼쪽부터 최나연·박인비·신지애 [사진=뉴시스]

국내선 김하늘·김자영·허윤경 각축
국내에서는 치열한 접전이 마지막 대회까지 계속되면 골프팬들의 눈길을 잡았다.
일단 김하늘이 상금왕에 오르며 평균타수상과 함께 2년 연속 2관왕을 차지했다. 하지만 시즌 초반 김하늘의 상금왕을 점친 팬들은 거의 없었다. 김자영(21·넵스)의 상승세가 너무도 무서웠기 때문이다. 김자영은 5월 우리투자증권레이디스에 이어 두산매치플레이까지 2연승을 거둬 단숨에 상금랭킹 선두로 뛰어올랐다. 가냘픈 몸매에 출중한 외모로 삼촌팬들을 몰고 다니던 김자영이 2승을 거두자 골프계는 ‘새로운 미녀스타’ 등극에 들뜨고 있었다. 그런데 김자영이 하반기 개막전인 히든밸리여자오픈에서 다시 우승하자 모든 팬의 관심은 김자영에 집중됐다.
하지만 ‘영원한 것은 없다’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가냘픈 몸매를 가진 김자영은 체력 부담으로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주춤했다. 그 사이 허윤경의 돌풍이 거세게 일었다. 허윤경은 특히 9월 초 한화금융클래식에서 유소연과 4라운드 18번홀까지 동타를 이루다 두 번째 샷에서 아웃오브바운스(OB)를 내며 2위를 기록한 데 이어 다음 주 열린 KLPGA선수권대회에서도 정희원(21·핑)의 눈부신 샷에 밀려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고, 그 다음주 KDB대우증권클래식에서는 박세리(35·KDB금융그룹)에게 우승컵을 내주며 3주 연속 준우승이라는 진기록을 세웠다. 승리를 챙기지는 못했지만 허윤경은 큰 상금이 걸린 대회에서 준우승을 함으로써 상금을 차분히 쌓아 김자영을 밀어내고 상금랭킹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허윤경은 10월 하이트챔피언십에서도 준우승에 그쳐 다시 한 번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하지만 김하늘의 저력은 시즌 막판에 현실로 나타났다. 지난해 3승을 수확하며 상금과 대상 포인트, 다승 등 3개 부문에서 개인타이틀을 ‘싹쓸이’했던 김하늘은 10월 러시앤캐시채리티클래식에서 뒤늦게 시즌 첫 승을 일궈내더니 이후 계속된 선전으로 상금왕과 최저타수상을 거머쥐었다.

▲ 왼쪽부터 유소연·김하늘·허윤경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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