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공연장에 관객 몰려 발비딜틈 없이 붐비기도

 

[위클리오늘=신상득 전문기자]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백석동의 자그마한 라이브 카페 ‘마실’. 이곳에서는 매달 셋째 주 토요일 오후 7시 가슴 푸근한 공연이 펼쳐진다. 서너 명의 가수와 마술사가 주민을 위해 다양한 노래와 마술을 선보인다. 공연에는 ‘돈키호테’로 유명한 가수 이청, 연세대 노래패 출신 가수 이성호, 주목받는 차세대 록 가수 김포크(본명 재열), 마술사 박성욱 등 많은 가수들이 차례로 등장한다. 이들은 공연 수익금 일부를 불우이웃을 위해 기부하는 선행도 베푼다.

지난 18일 열린 공연 역시 40여평 규모의 공연장에는 발디딜 틈 없이 관객이 몰렸다. 관객은 가수의 노래에 열광하고, 마술사의 마술에 탄성을 자아냈다. 함께 박수치고, 노래 부르며 흥에 젖어들었다. 가수가 노래를 부르는 도중 마술사가 무대로 나와 마술을 선보이는 것은 나름 처음 시도하는 공연 형태였다. 귀는 노래에 집중하고, 눈은 마술에 쏠렸다. 점차 분위기가 무르익으면서 공연하는 가수와 관객, 마술사와 관객은 하나가 되어 갔다.
하나하나가 주옥같은 공연이었지만, 록 가수 김포크가 가장 인기였다. 선배 가수들도 김포크 공연을 특별하게 소개하는 등 세심하게 배려해 주었다. 김포크는 지난해 9곡이 삽입된 첫 앨범을 낸 34세 가수다. 파주 광탄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녔다. 김포크는 첫 앨범을 위해 무려 4년간 준비했다. 직접 가사를 짓고 곡을 썼다. 앨범에 수록된 대부분의 곡을 자신이 직접 썼다.

 

김포크는 서울예전에서 드럼을 전공했다. 노래는 고교시절부터 열심히 했지만, 전공은 드럼이다. 그 때문인지 그의 노래에는 현란한 드럼소리가 유난하다. 때로는 화려하게, 때로는 후련하게 아픔을 두드리고, 슬픔을 두드린다. 자유로운 영혼을 두드리고, 평화로운 고향을 두드린다.

그의 노래에서는 어른이 되면서 느낀 김포크의 고향에 대한 사랑과 가족애가 가득 묻어난다. 고향을 그리워하는 외로움에 대한 위무가 있고, ‘엉아’를 보고파 하는 애절함에 대한 응원이 있다. 그러면서도 힘든 세상살이에서 외치는 강렬한 파이팅이 있다. 실제로 그의 앨범에는 ‘파이팅 맨’이란 곡도 있다. 파이팅 맨은 노랫말이 아주 흥미롭다.

"어제는 갑자기 산에 간다 그러길래/
산에는 갑자기 왜 가냐고 물었더니/정상에서 파이팅을 외칠 거래/
또 어제는 표정이 너무너무 어두워서/
무슨 일이 있느냐고 물었더니/표정 연기 중이래(중략)/
어제는 갑자기 야구장에 간다 길래/
갑자기 야구장엔 왜 가냐고 물었더니/객석에서 파이팅을 외칠 거래/"

이 노래는 파이팅을 외치고 싶은 열정을 자극한다. 산이든, 객석이든 파이팅을 외치며 살라고 소리친다. 슬프고 힘들어도 파이팅을 외치라고 주문한다. 이런 외침과 주문은 그의 독특한 보컬 때문에 더욱 빛을 발한다. 록 가수만의 독특한 허스키 보이스, 묵직한 중량감 서린 넉넉한 보이스, 쇳덩이를 녹일 듯한 열정적 보이스는 듣고 또 들어도 일품이다. 준비된 가수, 미래가 촉망되는 가수임에 틀림없다.

“국민체조하던 시절/모두 건강하던 시절/그 시절은 바로 바로/국민체조하던 시절/
하던 일은 모두 멈추고/국민체조 시작해 봐/너도 나도 건강하게/우리모두 행복하게/
하루에도 열두번씩/국민체조 시작해 봐/때와 장소 상관 없이/언제 어디서라도/
잘 살아보세/잘살아보세/국민체조하며 /잘 살아보세/
잘 살아보세/잘살아보세/국민체조하며 /잘 살아보세/
대한민국 짝짝짝짝”


앨범 두 번째 곡으로 수록된 이 노래 제목은 ‘국민체조’다. 따라부르는 재미가 흥겹다. 자신도 모르게 강렬한 록 비트와 경쾌한 멜로디에 빠져든다. 멜로디가 심플해 저도 모르게 ‘잘 살아보세’를 목청껏 외치게 된다. ‘잘 살아보세’는 과거 새마을 가요 멜로디와 가사가 거의 그대로다. 가사 중에서 ‘우리도 한번’이 ‘국민체조하며’로 바뀌었을 뿐이다. 그는 간주가 흐르는 동안에는 가슴운동, 노 젓는 어깨 운동을 시연한다. 입가에 웃음이 절로 돈다. 마지막으로 외치는 ‘대~한민국’은 2002년 월드컵 때 목놓아 불렀던 응원 구호 그대로다. 김포크의 굵고도 강렬한 톤이 후련하게 체증을 씻어낸다.

앨범에 삽입된 노래 중에서 가장 인기 있는 노래는 뭐니뭐니해도 ‘다녀왔습니다’다. 직접 가사를 쓰고 곡을 붙였는데 고향과 어머니에 대한 사랑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다녀왔습니다’라는 인사말은 어린 시절부터 귀가할 때마다 쓰는 말이다. 나이를 먹으면서 우린 그걸 잊고 살았다. 생각해보니 참으로 소중하고 애틋한 한마디였다. 30대 중반이 되어서야 그걸 알았다. 방랑에서 돌아온 탕자가 따로 없었다. 마지막 노랫말 ‘이렇게 건강하게, 다녀왔습니다’는 성인이 되고야 알게 된 귀한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끊임없이 전한다.

그는 대학을 졸업한 뒤 ‘아침이슬’의 작곡가 김민기가 이끄는 대학로 학전그린 소극장에서 일했다. 당시 공연하던 록 뮤지컬 ‘지하철 1호선’에서 역시 드럼을 쳤다. 그러다가 군입대 대신 ‘경찰악대’에 들어가 여기에서도 드럼을 연주했다. 줄곧 드럼을 치던 그는 5년 전 앨범을 내야겠다고 생각했다. 보컬은 고교시절부터 줄곧 불렀던 터라 큰 어려움이 없었다. 각고의 노력 끝에 앨범이 탄생했다. 첫 앨범이었지만, 일찍이 준비된 가수가 부른 앨범이었다. 이미 아마추어가 아니었다. 주변 음악인들의 찬사가 쏟아졌다. 하지만 그는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겸손해 한다. 미래는 준비된 자에게만 있는 법이다. 차고 넘치니 아쉽지 않아 허전하지 않고, 조급하지 않으니 겅중대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나이에 걸맞지 않은 노련함과 여유가 그에게서 듬뿍 묻어난다.

 

김포크가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그가 직접 노랫말을 쓰고 곡을 붙이기 때문이다. 그는 곡을 받아 노래하는 가수의 한계를 일찌감치 뛰어넘었다. 지금도 틈만 나면 가사를 쓰고, 노래를 만든다. 자신이 만든 노래를 꾸준히 발표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게 작지만 소중한 꿈이다. 가수 이청은 “김포크는 깊고 박력 있는 보컬에 작사 작곡까지 할 수 있는 성공 가능성이 무한한 가수”라며 “머잖아 우리나라 록 음악의 선두주자로 발돋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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