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오늘=임영서 기자]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가 132명의 사망자와 300명이상의 부상자를 낸 파리 연쇄 테러를 일으킨 가운데 미국 대신 프랑스를 타깃으로 삼은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파리 테러가 일어난 지난 13일(현지시간) 전까지만 해도 IS는 중동에 있는 영토를 장악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동시에 IS는 대원들에게 터키와 레바논, 이집트에서도 공격할 것을 승인했지만 이들 나라는 모두 IS의 거점지역인 시리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주변 중동국가들이다.

지금까지 IS의 이슬람 극단주의 이념에 동조하는 개인 지지자들이 유럽에서 민간인을 대상으로 공격을 자행한 사례는 있었지만 이번 파리 연쇄 테러처럼 규모가 크거나 복잡하게 전개되지는 않았다.

미국이 지난해 9월부터 서방국가를 중심으로 연합군을 구성하고 1년 넘게 대규모 공습을 지속적으로 주도해오고 있지만, IS는 서방에 대한 조직적인 첫 테러 타깃으로 미국 대신 프랑스를 정했다.

이를 두고 로스앤젤레스(LA)타임스는 IS가 프랑스를 테러 타깃으로 삼은 이유를 두 가지로 제시했다.

우선 IS 지도부가 가장 싫어하는 유럽 국가로 프랑스를 지목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와 관련, IS 조직의 아부 무함마드 알-아드나니 대변인은 지난해 "만약 미국인이나 유럽인을 죽일 수 있다면 특히 악의에 찬 더러운 프랑스인을 (공격대상으로)삼아라…그런 다음 당신이 할 수 있는 어떤 방법이나 방식으로든 죽여라"라고 프랑스에 대한 악의를 드러낸 바 있다.

프랑스는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IS에 대해 공습을 퍼붓고 있는 미군 주도의 연합군에 가장 열의를 보이며 참가하고 있다. 또한 프랑스는 IS를 모욕하는 의미로 다이시(Daesh)라고 지칭한 첫 번째 국가이기도 하다. 다이시는 IS의 아랍어 명칭으로 일부 이슬람권 국가에서 IS를 거부하는 의미로 이슬람국가 대신 다이시로 부르고 있다.

이런 점에서 서방국 중에서도 두드러지게 적대감을 노골화한 프랑스에 대한 누적된 불만이 테러의 명분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IS가 프랑스를 테러 타깃으로 삼은 데에는 명분 못지 않게 실용적인 이유, 즉 '실리'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는 서유럽에서 무슬림 인구가 가장 많은 만큼 IS에게는 유럽에서 신입 대원을 '수혈'할 수 있는 가장 큰 잠재적인 근원지가 됐다.

프랑스 안에서 사회적으로 흡수되지 못하고 낙오된 이슬람 청년들이 사회 외곽에 밀려나거나 고립되면서 반사회적인 성향을 띠어 잠재적인 불안 요소라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실제로 IS에 가입하기 위해 시리아로 건너간 미국인이 수십명인데 반해 프랑스에서는 500명이상의 국민이 시리아로 넘어갔다.

LA타임스는 프랑스의 테러리즘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IS는 의도적으로 대원모집 전략의 일환으로 프랑스에서 반(反)이슬람 탄압을 유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동 전문가인 장 피에르 필리유 파리정치대 교수는 15일 프랑스엥테르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그들이 원하는 것은 보복이다"며 "그들은, 파리와 프랑스에서, 이슬람 교도들 죽이는 것을 원한다…그들은 프랑스에서의 내전을 원한다"고 지적했다.

LA타임스는 앞서 제시한 두 가지 이유 중 어느 것도 미국이 IS의 테러 위험으로부터 면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면서, 파리에 대한 공격은 IS의 서방에 대한 폭력의 위협이 심각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해줬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가장 심각한 위험은 미국이 아니라 프랑스와 다른 유럽 국가에 있다고 이 매체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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