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되며 고열에 혈소판·백혈구 급격히 감소

 

[위클리오늘=신산득 전문기자] 지난 한 주 동안 중증열성혈소판증후군(SFTS)이 이른바 ‘살인 진드기’라는 이름으로 언론을 도배하다시피 했다. 결과적으로 말해 ‘살인 진드기’라는 표현은 옳지 않다. 감염자의 사망률이 1000명에 4명 꼴로 일본뇌염 감염환자 사망률 수준이기 때문이다. 2009년 중국에서 처음 확진됐고, 바이러스의 유전자도 분석이 됐다. 중국에서는 매년 1000여명의 환자가 발생해 60명이 목숨을 잃었다. 한국은 중국에서의 SFTS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다가 지난 1월 일본에서 5명이 숨지자 본격적인 분석 작업에 돌입했다. 일본인 사망 사건이 발생한 이후 국내 언론은 유사한 증세를 보인 환자를 마치 진짜 환자인 양 앞다퉈 보도했다. 하지만 지난 21일 질병관리본부는 강원도에서 발생한 60대 여성 1명에 대해서만 SFTS라고 발표했다. 그간 대대적인 ‘살인 진드기’ 보도는 결과적으로 SFTS에 감염된 증세를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과 모든 국민에게 SFTS를 알리는 계기가 됐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강원도 60대 여성의 SFTS 감염경로와 SFTS의 특징, 진드기의 종류, 국민의 반응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봤다.

60대 여성 SFTS 감염 사망 첫 확인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21일 국내 첫 SFTS 환자 사망 사실을 공식 발표했다. 강원도에서 숨진 60대 여성이었다. 지난해 숨진 여성에 대해 9개월이 지나 늦게나마 SFTS 감염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명확하지 않은 죽음을 기억하고 있던 서울대병원 덕택이었다.

국내 첫 SFTS 환자로 기록된 이 여성은 강원도 화천에 거주하면서 지난해 7월 중순과 하순 서너 차례 텃밭에서 작업을 하다 알 수 없는 벌레에 물렸다. 열흘 가량 지난 뒤인 8월3일 벌레 물린 자리가 부어오르며 열이 나고 설사 증세가 나타났다. 춘천 병원에 입원했지만 차도가 없이 증상이 더욱 심해져 서울대학교병원으로 옮겨졌다.

환자는 38.7도의 고열에 시달렸으며 얼굴에 발진이 생겼다. 목과 오른쪽 사타구니에는 림프절 종창이 생겼고 혈소판 수치는 크게 떨어졌다. 서울대병원은 강원도 지역에서 종종 발생하는 쯔쯔가무시, 말라리아, 신증후군출혈열(유행성출혈열) 등을 의심하고 관련 검사를 실시했으나 모두 음성이었다. 이 환자는 8월10일 의식 저하가 생겨 중환자실로 옮겨졌고 이틀 뒤인 8월12일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결국 숨졌다. 당시 환자 신체 검진 결과 목 뒤에서 벌레에 물린 자국이 발견됐고 얼굴 발진과 결막 충혈, 임파선의 심한 염증 등이 나타났지만 이 환자는 원인 불명 열성 환자 사망으로 분류됐다.

SFTS는 진드기 매개 열성 감염병

SFTS는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evere fever with thrombocytopenia syndrome)이다. 열이 나고 혈소판이 감소하는 증세를 보여 붙은 이름이다. SFTS는 2009년 중국에서 처음 확진됐다. 바이러스도 분리됐고 유전자도 분석됐다. 주변국이 조용한 사이 중국에서는 지난 2년간(2011~2012년) 2047명의 환자가 보고됐다. 사망자는 모두 129명으로 해마다 1000여명의 환자가 발생하고 그중 60여명이 숨졌다.

우리나라 보건 당국과 의학계는 중국에서 발생한 SFTS에 대해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1월 일본에서 이 감염병으로 사망한 환자가 발생하고 그 숫자가 5명으로 늘어나자 본격적인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2월부터 유사 사례 역추적 조사 등을 벌였다.

특히 일본에서 사망자가 5명에 이르자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오명돈 교수 팀은 지난해 숨진 강원도 60대 할머니 사례를 분석했다. 마침 보관 중이던 이 환자의 혈청으로 바이러스 분리 작업에 매달려 이 할머니가 SFTS에 감염돼 숨진 사실을 확인했고, 질병관리본부가 이를 발표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최근 언론이 앞다퉈 보도한 SFTS 의증 환자 5건에 대해서도 분석작업을 벌였다. 그 결과 제주도 70대 할아버지를 제외하곤 모두 다른 질환으로 판명됐다. 제주도 70대 할아버지는 혈청에서 SFTS 유전자가 검출돼 사실상 두 번째 SFTS 환자로 추정된다. 이 할아버지는 지난 2일 발병해 16일 숨지기까지 제주도에서 병원을 전전했지만 어느 곳도 SFTS를 의심하지 않았다.

SFTS의 증상

강원도 60대 할머니는 사망 당시 신체 검진 결과 목 뒤에서 벌레에 물린 자국이 발견됐고 얼굴 발진과 결막 충혈, 임파선의 심한 염증 등이 나타났다. 당시 이 할머니를 진료했던 이기종 춘천 인성병원 내과과장은 당시 할머니의 상태는 39도 이상의 고열과 벌레에 물린 상처가 가장 특이했다고 말했다.

또다른 증상으로 그는 혈소판을 지목했다. “처음에 입원해서 피검사를 해보니까 당시 혈소판 수치가 13만6000이었습니다. 백혈구 수치가 1800개 였구요. 백혈구 정상수치는 4000개에서 1만개이고. 혈소판은 15만개에서 45만개 사이가 정상입니다. 그런데 그 환자는 처음에 백혈구 수치가 1800개, 혈소판은 13만6000개로 현저하게 떨어졌습니다. 이어 불과 이틀 만에 백혈구 수치가 1300개 이하, 혈소판 수치는 9만8000개로 떨어졌습니다. 그래서 3차 병원으로 전원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SFTS라는 질병 이름처럼 고열에 혈소판과 백혈구 수치 감소, 발진 등의 증세를 보인 셈이다.

SFTS를 감염시키는 진드기는 어떤 진드기?

진드기는 집먼지진드기를 비롯해 모두 500~600종이 있다. 이중 참진드기가 30여종이며 신종 감염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를 옮기는 참진드기는 두 종류다. 언론에 오르내리는 작은소참진드기(Haemaphysalis longicornis)가 대표적이다. 작은소참진드기는 암컷이 수컷보다 약간 커 3㎜정도이고 수컷은 1~2㎜ 정도다. 유심히 관찰하지 않으면 눈에 잘 띄지 않는다. 풀숲에 있다가 쥐나 고양이 등 야생동물에 달라붙어 피를 빨며 번식한다. 암컷은 피를 빨면 몸집이 엄청나게 불어나 10㎜까지 커져 눈에 잘 보인다.

다른 하나는 소참진드기(Rhipicephalus microplus)다. 소(牛)에 잘 달라붙는다고 해서 소참진드기란 이름이 붙었다. 주로 양, 염소, 소, 돼지, 개, 말 등의 가축에 달라붙어 피를 빨아 먹는다. 우리나라에는 작은소참진드기가 주로 분포한다. 첫 희생자가 어느 진드기에 물렸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진드기는 숙주에 달라붙으면 강력 본드로 붙인 것처럼 피부에 몸의 일부를 박고 피를 빤다. 만약 진드기가 피부에 달라붙어 피를 빨고 있는 것을 발견했을 때는 조심스레 몸통 전체를 떼어내야 한다. 무심코 쳐내면 빨대가 몸에 남아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암컷은 흡혈 후 지상으로 떨어져 흙 속 또는 돌이나 나무뿌리 밑에 숨어서 알이 성숙할 때까지 수 주 간 기다린다. 3000~8000개의 알을 수주간에 걸쳐 계속 산란한 뒤 이삼일 지나 죽는다.

부화한 유충은 3쌍의 다리를 가진 0.5∼1.5㎜ 크기다. 유충 때부터 활발한 움직임으로 숙주를 찾는다. 그리고 동물이 지나갈 때 일어나는 광선 강도의 변화, 동물의 체온에 의한 기류, 땅의 진동, 냄새 등의 여러 요인에 따라 숙주에 달라붙는다. 숙주 동물에 부착하면 3∼7일간 계속하여 몸의 일부를 피부에 꽂은 채로 흡혈한다.

피 빨기가 끝나면 땅에 떨어져 소화한 후 탈피하여 4쌍의 다리를 갖는 어린 벌레(nymph)가 된다. 이 어린 벌레는 다시 숙주를 찾아 7∼10일간 흡혈한 뒤 은신처에서 소화 후 탈피하여 성충이 된다. 성충이 되면 1주일간의 휴식 후 다시 숙주를 찾아 흡혈한다. 성충은 흡혈시간이 길어 1∼4주간이 필요하다. 흡혈 뒤 3∼5일 후에 산란을 한다. 흡혈 후의 암컷은 흡혈 전에 비해 엄청나게 커지나 수컷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

언론보도의 긍정적 역할

언론의 대대적인 보도로 SFTS에 대한 의료인과 일반인들의 인지도는 크게 높아졌다. 앞으로는 의료진이 질병 원인을 몰라 갈팡질팡하거나 쯔쯔가무시 등 다른 감염만 진단하고 마는 일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또한 국민들의 막연한 공포심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온 국민이 관심을 가진 것은 ‘살인 진드기’라는 표현 때문이었다. 또 일본에서 8명 환자 가운데 5명이 죽었다는 보도와 치사율이 30%에 이른다는 보도 때문이었다.

하지만 감염병 전문가들은 광범위한 조사를 하게 되면 치사율이 10% 밑으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에서 지난 2년간 2047명 환자 발생에 120명이 사망했다고 하니 치사율은 6% 가량 된다. 이를 참고하면 우리나라에서는 연간 37명의 환자가 발생해 2~3명이 숨질 것으로 추산된다.

살인진드기 용어 자제 해야

SFTS는 바이러스에 의한 질병이다. 사람에게 치명상을 입히는 것은 진드기가 아니라 바이러스다. 들쥐가 병을 옮긴다고 살인 들쥐라고 부르진 않는다. 진드기도 마찬가지다. 생존과 번식을 위해 피를 빨았을 뿐이다. 따라서 ‘살인 진드기’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

질병관리본부의 발표대로라면 올해 2~3월 진드기 감염 확인 조사 결과 SFTS를 매개하는 작은소참진드기는 전국적으로 서식하고 있다. 따라서 SFTS는 전국 어디서나 발생 가능한 감염병인 셈이다.

SFTS 예방책은?

국민의 관심은 어찌됐든 SFTS 감염 예방법이다. 감염비율이 1000마리 중 5마리 꼴이므로 진드기에 물린다고 모두 감염되는 건 아니다. 전문가들은 진드기 매개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이 아직 없는 만큼 물리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한림대성심병원 가정의학과 박용순 교수는 “야외에 나갈 때는 수풀이나 풀밭에 직접 접촉하지 않도록 긴 팔과 긴 바지를 입고 돗자리를 깔아서 활용하는 게 좋다”며 귀가 후에는 의복과 돗자리를 깨끗하게 세탁하거나 소독해 진드기가 남아있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방제용품 판매 불티

SFTS가 작은소참진드기가 옮기는 감염증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방충제, 손토시 등 진드기 방제용품의 매출이 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이는 북한이 도발하면 라면을 사놓으려는 심리와 유사하다. 일본뇌염모기에 물리지 않으려고 모기장을 갖고 다닐 수 없듯, SFTS에 감염되지 않으려고 손토시를 상시 착용할 수는 없다.

전문가들도 방충제를 활용하기보다 진드기와의 접촉을 피하는 것이 감염 예방에 더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신이현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연구원 박사는 “시중에서 판매되는 살충제는 대부분 집먼지 진드기용이기 때문에 작은소참진드기 퇴치에는 효과가 없다”며 “산에 갈 때 긴 옷이나 장화 등으로 피부 노출을 줄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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