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 김영삼 전 대통령. <사진=뉴시스 제공>

[위클리오늘=임영서 기자] 미국 뉴욕타임스(NYT)와 CNN, 영국 BBC 등 외신들은 일제히 김영삼 전 대통령의 서거를 전했다.

NYT는 21일(현지시간) 김영삼 대통령의 서거를 전하면서 그가 수십년간에 걸친 남한의 군정을 종식시켰을 뿐 아니라 1997~1998년 금융위기로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를 맞았다는 사실 등 고인의 공과를 나란히 전했다.

NYT는 “김 대통령은 한국의 민주화 운동과 수십년에 걸친 군부독재 반대 투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이라며 “군부 쿠데타로 점철된 나라에서 평화적인 권력 이양의 초석을 다졌다”고 전했다.

또 “김 대통령은 1993~1998년 재임기간 (전두환 전 대통령과 노태우 전 대통령 등)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두 명의 전직 대통령을 반란·내란과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했다”고 전했다. NYT는 이어 “국민의 광범위한 지지를 받은 반부패 캠페인을 벌였으며, 부정한 정치자금을 받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그의 아들(차남 현철)이 뇌물수수와 세금회피 혐의로 구속돼 그의 공적이 퇴색되기도 했다”고 평가했다.

NYT는 또 김 대통령이 빌 클린턴 대통령이 북한 영변 핵시설을 폭격하려고 할 당시 이를 저지한 비화도 전했다. “1994년 클린턴 행정부가 북한 영변을 폭격하려 했을 때, 전쟁을 우려한 김 대통령이 이를 막았다. 김 대통령에 따르면 당시 미국이 항공모함과 순양함 등을 동해에 배치했으며, (폭격에 대비해) 미군과 그 가족 등을 소개시키는 계획까지 세워놓았었다”는 것.

NYT는 “당시 김 대통령은 빌 클린턴 대통령에게 새벽시간에 전화를 걸어 미국이 북한을 공습할 경우 북한은 즉각적으로 남한의 주요 도시과 휴전선 일대에 공격을 개시할 것이라고 우려했다”고 전했다.

NYT는 하나회 척결과 금융실명제 등 김 대통령의 주요업적도 소개했다. 그러나 IMF 금융위기를 초래한 경제정책의 실패도 함께 덧붙였다. 신문은 “경제위기로 인해 한국의 몇몇 재벌들이 도산했으며, 한국은 580억달러에 달하는 IMF 구제금융을 수용해야 했다”고 전했다.

NYT는 1979년 김 대통령이 국회에서 제명당한 사실 등 그의 정치역정을 소개하기도 했다. 당시 제1야당의 당수였던 김 대통령이 제명당한 것은 NYT와의 인터뷰가 화근이었다. 김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민중혁명으로 팔레비 왕정 체제가 무너진 것을 언급하며 한국도 이러한 전철을 밟지 말라고 경고했었다. 박정희 대통령은 1979년 9월29일 김영삼 의원에 대한 제명 방침을 정했고, 다음달 4일 여당의원 159명이 '김영삼 의원 징계안'을 처리했다. 당시 그는 "나는 오늘 죽어도 영원히 살 것"이라며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는 명언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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