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명수 한국외대 경영대학장 겸 경영대학원장이 한국외대의 국제교류 일환으로 진행된 홍콩대학교 방문 현장. <사진=한국외대 제공>

[위클리오늘=임종호 기자] 서울 이문동에 위치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글로벌리딩대학인 한국외국어대학교(총장 김인철)를 방문했다. 경영학부와 경영대학원를 이끌고 있는 채명수 원장과의 인터뷰 때문이다.

기자가 원장실에 들어서자 동안(童顔)의 채명수 원장이 반갑게 맞는다. 손을 내미는 채 원장은 자신을 ‘학원장’이라 소개하며 너스레를 떤다. 

인터뷰 내내 채 원장은 초면에 느낀 푸근한 외모와 달리 날카로운 시선으로 한국외대 경영대학과 경영대학원의 나아갈 바를 힘있는 어조로 피력한다. 더나아가 다변화하는 국제경제속 일선현장에서 치열한 삶을 살아가는 경영인들에게 학자로서의 따끔한 충고도 아끼지 않는다. 

기자는 이날 채명수 원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세계유수 글로벌리딩대학으로 거듭나고 있는 한국외대의 미래와 대한민국의 가능성을 목도했다.

아래는 채명수 원장과의 일문일답이다.

Q 우선 한국국제경영학회 학회장에 선임된 것을 축하한다. 관련학회에 대한 소개와 포부는
A 우선 중책을 맡게 돼 한편으로는 영광스럽지만 무한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국내에는 국제경영과 관련한 다양한 주류·지류학회가 존재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다른 나라에 비해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 각 기업의 국제경영에 관한 학문적 연구와 실무적 활동의 방법이 오랜 기간 화두였다. 이같은 다양한 활동들을 위해 꾸려진 단체가 한국국제경영학회이다. 특히 국제경영학회는 국내 학회로는 처음으로 해외학술대회를 직접 개최하는 등 적잖은 성과를 내고 있다.

학문적 성과를 집대성하기 위해 학술지도 발행하고 있다. 향후 국제적 학술지로 승화시키고자 하는 것이 학회의 기본방향이다. 실제 임기는 2017년부터 1년간이지만, 이미 선임된 2016년 학회장과 협의를 통해 다양한 비전과 목표실현을 위해 뛰어다닐 생각이다.

Q 경영학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A 한국외대에서 무역학을 전공했다. 현재도 그렇지만 당시 우리나라는 수출주도형 국가였다. 자연스레 그 중심에 있는 기업경영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됐다. 졸업 후 취업에 대한 고민도 있었지만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젊은 날의 고뇌와 더 넓은 세상에서 진보된 학문을 접하고 싶은 열정이 무모하지만 미국행 비행기에 오르게 했다.

Q 유학시절을 떠올리면
A 미국 MBA의 경우 장학금이 거의 지급되지 않아 학비와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이역만리까지 따라와 세탁소에서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던 아내에 대한 미안한 기억, 크리스마스트리 다듬기로 고된 노동에 시달리던 유학시절이 지금은 아련한 추억이 됐다.

Q 유학시절 학문적 성과보다 더 값진 추억이 있다는데
A 더 진보되고 다양한 학문을 접할 기회가 됐다. 하지만 학문적 성과보다는 유학시절 홈스테이를 하던 리만부부(Dr.Leman)를 통해 배운 깨달음이 오히려 나의 삶을 지탱하는 큰 기둥이 됐다. 막연해 보이던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한 근원적 이해를 당시 두 노부부의 삶을 통해 깨우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당시 리만부부는 미국내 유명대학을 졸업한 인재들로 할머니는 주립대학의 영어교수로, 할아버지는 의사로 활동하는 사회지도층 인사였다. 넉넉하고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었지만 항상 자신보다는 어려운 이웃과 함께하는 삶에 보다 높은 가치를 느끼는 듯 했다.

그 때문인지 노부부는 대부분의 월급을 사회단체에 기부하기 일쑤였고 모처럼의 휴가때조차 가난한 나라에 무료의술봉사를 떠나곤 했다. 좋은 차도 마다하고 골동품처럼 보이는 작고 낡은 차를 자랑스럽게 타고 다니던 리만부부가 가끔은 보고 싶다.

자녀들도 부부를 닮아서인지 하버드를 졸업한 인재들로 부모와 같은 삶을 꾸려나가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이들이 보여준 삶의 방식이 내게는 적잖은 문화적 충격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처음 홈스테이를 정하고 주인인 할머니에게 생필품 파는 곳이 어딘지 물은 적이 있다.
“공부하러 왔으면 도서관이 어디 있는지 물어보는 것이 먼저”라고 말하던 할머니의 목소리가 아직도 귀에 선하다. 노부부는 나중에 나의 양부모가 돼 주었다.

Q 경영학부와 경영대학원의 수장을 겸하고 있는데 취임이후 다양한 활동상과 목표는
A 우선 학부와 대학원 내 하드웨어적인 재배치를 통해 좀 더 능률적인 학업환경을 만드는 데 노력하고 있다.

둘째는 국제교류 활성화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해외 유수의 대학과 학문적 연대를 통해 글로벌 대학으로 거듭나야 한다. 이를 위해 완벽한 영어수업의 확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셋째는 실제적인 교육프로그램의 내실화를 꾀하고 있다. 관리·감독·통제를 강화해 나가려 한다. 통제라는 표현이 ‘강압적’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으나 우리가 추구하려는 ‘통제’의 바른 의미는 ‘요행이나 편법이 통하지 않는 교육현장구현을 위해 학교가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것을 말한다.

Q 한국외대가 최근 한국경영교육인증원에서 ‘경영교육인증’을 받았는데
A 학부와 일반대학원 석·박사를 포함한 통합인증 5년을 받았다. 해당 인증은 경영학부의 교과과정과 교육내용의 표준을 마련해 이에 충족되는 대학에 부여하는 제도이다.

이번 계기를 통해 향후 국제인증을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이미 한국외대는 경영교육 인증제도인 미국 AACSB 예비단계를 통과했다. 특히 학교를 방문한 실사단이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는 김인철 총장님의 행보에 높은 가점을 주고 있어 좋은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인증을 위한 인증은 받지 않겠다는 것이 기본 방침이다. 누군가에게 자랑하기 위한 인증이 돼서는 안된다는 것이 총장님을 비롯한 학내 교수진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인증과정을 통해 부족한 점은 채우고 개선해야 하는 것 자체가 목적이 돼야 한다. 이를 통해 국제적 대학으로서의 표준화에 나설 계획이다.

Q 한국외대 경영대학원에서 진행하고 있는 글로벌 CEO과정에 대해 알고 싶다
A 국내 대학 최초로 2007년 미국 뉴욕 1기를 시작으로 과정이 설립됐다. 현재는 뉴욕에 이어미국 내 주요 도시인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등에서 성황리에 진행되고 있고 내년 1월에는 미국 조지아주 애틀란타에서도 1기가 개설될 예정이다.

해외 글로벌 CEO과정은 750만 해외동포들께 체계화된 MBA 경영교육을 통해 비전과 리더십을 지닌 전문경영인이 되는 데 필요한 교육과 국내외 교류에 초점을 맞추어 운영되고 있다.

해외에서 한국외대 경영대학원 만의 특화된 교육과정으로 자리매김했고 ‘최정예 교수진’을 현지에 파견해 교육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특히 10년째 이어지는 미국 내 과정은 현지를 대표하는 지도급 인사들도 참여하고 싶어하는 대표적 CEO 과정으로 성장했다.

Q 국내외 경제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일선 경영인들에게 학자로서 고견을 준다면
A 일자리는 사라지고 로봇이나 첨단 장비가 사람의 일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또한 부의 편중 현상이 심각하게 일어나는 시대에 돌입했다. 가진 자와 못가진 자의 극명한 삶의 대조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부의 정점에 설 기회가 많은 경영인들의 부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 앞서 설명드린 나의 양부모인 리만부부의 삶이 좋은 해답일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영자들이 문학, 사회, 철학 더나아가 윤리를 포함한 인문학적 소양을 넓혀 나가야 한다. 사회지도층이나 더 많이 가진 이들이 함께하는 삶에 대한 진지한 고찰이 더욱 필요하다.

▲ 2012년 3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한국외대름 방문해 연설을 마치고 관계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 앞에서 위치한 채명수 원장. <사진=한국외대 제공>

Q 끝으로 한국외대 재직 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A 외국어 대학은 나에게 모교다. 학교로 돌아온 시간부터 매순간 추억이고 즐거움이었다. 굳이 한 가지를 말하라면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본교를 방문했던 일이다. 당시 나는 행정지원처장으로 행사의전과 관련해 중요업무를 맡아 활동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본교 방문도 영광이었지만 행사이후 대통령이 내게 건넨 따뜻한 손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귀국 후 친필서한까지 보내준 오바마 대통령의 배려에 감사한 마음이 든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의 방문이후 2014 세계대학평가 “현대언어학” 분야에서 29위로 껑충뛰어 총장님을 비롯한 한국외대 구성원 모두가 기뻐했던 기억이 난다. 당시 미국 듀크대학은 이 부분 30위를 기록했다.

후기
기자가 취미가 뭐냐고 묻자 채명수 원장은 ‘아직까지 일할 나이이고 주어진 책임을 감당하기도 바쁘다’며 손사레를 친다. 건강만큼은 챙기시라 당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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