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부품 공급 관련자 발뺌하기 급급

▲ 사진=뉴시스

[위클리오늘=신상득 전문기자] 전력대란이 예고되면서 국민의 관심은 신고리 1·2호기와 신월성 1·2호기 원자력 발전소 가동 중단 사태를 불러온 불량 부품 공급업체와 시험성적증명서 위조업체에 집중되고 있다. 이미 검찰은 해당 업체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단행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납품업체…한국수력원자력 책임 떠넘기기

불량부품 공급업체는 JS전선이고, 시험성적서를 위조한 검증기관은 새한티이피다. JS전선은 LS전선의 자회사로 구자엽 LS전선 회장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새한티이피는 2000년 국내 1호 원자력검증사업 허가를 취득한 정부 공인 민간 전문 검증기관이다.

원전 부품은 일단 납품사가 시험검증회사를 선택한 뒤 검증을 맡기면 그 업체가 증명서를 발급한다. 이후 한국전력공사 자회사인 한국전력기술 감리를 거쳐 공급하게 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책임 소재가 모호해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납품업체인 JS전선이나 납품받은 한국수력원자력, 산업부 관계자는 하나같이 자신들은 알 수 없었다고 발뺌하기 급급했다.

LS전선 관계자는 “시험인증기관의 합격 판정을 받아 납품했기 때문에 회사 측에서는 문제가 없는 제품이라고 판단했다”며 “우리도 한국수력원자력의 통보를 받고서야 위조한 사실을 알았다”고 말했다. 한국수력원자력 측은 “국가인증기관의 시험을 거쳤고 한국전력기술 감리까지 거친 제품이라 믿고 썼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납품 업체의 시험성적표 위변조 우려 때문에 검증 기관이 직접 성적표를 제출하게 하는 등 투명한 절차를 만들었지만 막지 못했던 것”이라며 “정부로서도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착 무방비가 시험성적 위조 불렀다

원전 가동중단 사태를 부른 부품 시험성적서가 위조된 건 2008년이었다. 하지만 제보를 통해 위조 사실이 밝혀지기까지 지난 5년간 불량부품을 납품받은 한국수력원자력은 까맣게 몰랐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원전을 운영하는 한국수력원자력이 부품을 발주하면 부품업체는 납품 전에 품질 검사를 외부 검사기관에 받게 돼 있다. 검사기관은 한국수력원자력이 지정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이상하게도 부품업체가 선정해 왔다. 검사비를 주는 부품업체의 요구를 검사기관이 거절하기 어려운 것은 당연한 일이다. 검찰이 부품업체와 검사기관을 동시에 전격 압수수색한 것도 이런 유착 가능성 때문다. 그러나 마땅히 검사기관을 지정했어야 할 한국수력원자력은 책임 회피에만 급급한 실정이다.

김균섭 한수원사장은 “부품은 우리 회사에서 검수를 하지 않는다. 앞으로 근본원인에 대한 문제점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이 부분까지도 필요하다면 손을 대겠다”고 말했다. 유착에 무방비일 수밖에 없는 원전 부품 검사 체계에 대해 근본적인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검찰의 납품업체 등 압수수색

원자력발전소 부품비리 의혹에 대해 검찰이 20여명으로 구성된 전담반을 꾸려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성적서 위조에 관련된 해당 업체들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부산지검은 30일 신고리 원전과 신월성 원전에 제어케이블을 납품한 JS전선과 성능검사업체 ‘새한티이피’의 사무실과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원전에 납품된 제어케이블의 시험성적서 위조와 관련된 서류와 컴퓨터 파일, 회계장부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JS전선 관계자는 “통보를 받고 굉장히 당황했지만 내부적으로 어떻게 된 건지 파악하고 있고, 또 어차피 엄정한 수사, 공정한 수사 검증을 통해서 결과가 나올 걸로 본다”고 말했다.

검찰은 특히 새한티이피가 정부가 공인한 유일한 민간전문검증기관인 만큼 다른 원전에도 부실 검증된 부품이 납품됐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검찰은 아직 압수절차가 끝나지 않았다고 밝혀 추가 압수수색 가능성도 내비쳤다.

한편 한국수력원자력은 해당 검증업체가 시험했던 다른 부품에도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전수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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