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1~6등급제 2017년까지 폐지…2~3단계로 단순화

▲ 사진=뉴시스

[위클리오늘=신상득 전문기자] 정부가 장애인 등급제를 폐지키로 했다. 장애인 등급제는 장애인의 등급을 의학적 기준에 따라 1~6급으로 구분한 것이다. 정부는 그동안 장애인의 등급에 맞춰 다양한 복지혜택을 주어왔다. 하지만 여러 가지 부작용이 있다는 판단에 따라 장애인 등급을 2단계나 3단계로 단순화하기로 했다. 장애인 등급제 폐지는 장애유형간 판정기준의 객관성과 형평성 등 여러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으로 풀이된다. 또 박근혜정부의 공약 이행의 일환이기도 하다.

사실 장애인을 위한 정부의 노력은 어지간해서는 환영받기 힘들다. 그만큼 요구사항도 많고, 풀어줘야할 과제도 많다. 아무튼 정부는 장애인등급제를 폐지하기로 정했고, 이에 따라 과거와 다른 이용자 중심의 장애인 서비스가 시행되길 기대한다. 하지만 차제에 장애인 판정에 대한 보다 면밀한 검토가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장애인이 아니면서도, 아는 의사를 통해 장애인 진단을 받은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장애판정 기준과 형평성을 고려한 제도 시행이 절실한 시점이다.

장애인 등급제의 문제점

장애인 단체는 장애인 등급제가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고 줄곧 주장해 왔다. 문제점으로 지적된 내용은 △장애판정 비용의 자부담 △장애유형간 판정기준의 객관성과 형평성 불합리 △의료기관 및 전문의사별 등급판정 차이가 심하다는 점 등을 꼽았다.

또 기존 등록장애인이 긴급 지원 서비스를 신청해도 장애등급재심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서비스 자격이 제한돼 2~3개월이나 기다려야 하는 점도 지적됐다.

장애단체와 관련 학계는 “현재 한국은 의료기준과 가구소득기준으로 서비스를 제한하고 있다”며 “개인의 욕구와 환경을 조사해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용자 중심의 전달 체계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장애인 등급제는 장애에 대해 제대로 판정받지 못한다는 점, 장애판정 비용을 국가가 내줘야 한다는 점 등 모두 정부지원과 맞물려 있다고 볼 수 있다. 또 장애유형간 판정기준도 좀더 장애인에게 유리하고, 형평성에 맞게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장애인 등급제 폐지 입장

정부는 최근 정홍원 국무총리 주재로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를 열고 1989년 도입된 장애등급제 폐지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장애인 국정과제 추진 계획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지난 25년 동안 장애인 복지체계의 근간을 이뤘던 장애인 등급제가 완전히 폐지된다. 정부는 1~6급으로 나뉜 기존 장애등급 대신 2014년까지 등급을 ‘중증, 경증’처럼 2단계나 3단계로 단순화하기로 했다. 이어 2017년까지 등급제를 폐지한다는 복안이다.

장애인등급제는 그간 시각, 청각, 지체 등 15개 장애유형의 장애인을 의학적 중증도에 따라 1급에서 6급으로 나눠 복지 혜택을 주도록 한 제도다. 몸이 불편할수록 더 많은 혜택을 준다는 취지로 도입됐지만 부작용도 잇따랐다. 장애인 등급에 따라 혜택에 차등을 두다보니 장애인 등급심사 판정에 불복하는 경우가 많았고, 개인적 사정이 고려되지 않아 복지 사각지대에 놓이는 장애인도 생겨났다. 또 사람을 등급으로 분류하는 것 자체에 대한 인권침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장애인단체 관계자들은 “장애인에게 등급을 매기는 나라는 세계적으로 일본과 우리나라 밖에 없다”며 “선진국들은 시각·청각·지체·정신장애와 같이 각 장애부분과 정도를 세밀하게 살펴 맞춤형 지원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2017년까지 장애등급제를 대신할 장애 종합판정기준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장애 종합판정기준은 의학적 기준만으로 획일적으로 구분한 현재의 방식 대신 개인의 욕구와 사회·환경적 요인도 포함시키기로 했다. 이는 장애인의 눈높이에 맞는 행정과 이를 위한 현장 행정을 의미한다.

정부는 중증장애인을 위한 응급안전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동편의를 위해 전국 시내버스를 41.5%까지 단계적으로 저상버스로 바꾸기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국정과제 세부추진계획을 통해 △장애인 권리보장 강화 △중증장애인 보호 △발달장애인법 제정 △장애인연금 급여인상과 대상확대 △공공의료 강화 방안 등도 발표했다. 법정기준 보급대수와 대비해 부족한 장애인 콜택시 등의 특별교통수단 보급률도 2017년까지 100%(현재 57%)를 달성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장애인 등록 시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이 병·의원 등 여러 기관을 거쳐야 하는 불편을 덜기 위해 국민연금공단이 진료기록을 직접 확보하는 서비스를 실시하는 한편 장애인 복지 3종 카드(장애인 복지카드, 도로공사할인카드, 지하철무료카드) 기능을 통합한 장애인 통합복지카드 발급도 추진한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장애인의 눈높이에 맞는 행정과 이를 위한 현장 행정이 중요하다”며 “장애인이 정부 지원을 받기 위해 힘들게 여러 기관을 방문하는 일이 없도록 복지부를 비롯한 관계부처에서 관련 제도들을 세심하게 챙겨 달라”고 당부했다.

가짜 장애인에 대한 손질도 동반돼야

장애인 단체는 장애인 등급제에 대해 ‘의료기관 및 전문의사 별 등급판정 차이가 심하다’는 것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이는 장애인 등급을 매기는 의료기관이나 의사에 따라 판정이 들쭉날쭉하다는 의미다. 장애인 등급제가 폐지되면 이런 문제점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지만 차제에 분명히 해야 할 게 있다.

2~3단계로 장애인 등급을 단순화하면서 동시에 장애인 등급을 내리는 병원을 지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장애가 없음에도 절친한 의사를 통해 장애인 등급을 받은 환자는 엄청나다. 특히 기존 6급 장애인의 경우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따라서 장애인 등급을 단순화하면서, 장애인 등급 지정병원제와 같은 실효성 있는 대안을 제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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