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연기된 나로호 발사

▲ 우리나라 첫 우주발사체(로켓) 나로호(KSLV-1)가 29일 발사 예정시각을 16분여 남겨놓고 문제가 감지돼 발사가 취소된 가운데 조광래 나로호 발사 추진단장이 전남 고흥군 외나로도 나로우주센터 프레스센터에서 문제 발생 위치를 표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우주강국으로 가는 길은 멀고도 험했다. 지난 29일 오후 서울역, 갈 길 바쁜 여행객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TV 앞으로 모여들었다. TV에는 ‘나로호 발사 취소’를 알리는 자막 뉴스가 흘러가고 있었다. 전남 고흥의 나로우주센터에서 지축을 박차고 힘차게 우주로 향하는 나로호를 기대했던 국민들은 이같은 소식에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몇몇 사람들은 “우주강국의 꿈을 실현하는 일이 이렇게 힘든 일인가”하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안타깝다. 잘됐으면 했는데 아쉽다”라는 반응은 그래도 양반이었다. “이번이 도대체 몇 번 째냐”며 짜증섞인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우리 기술력의 한계를 뼈저리게 실감했다”는 반응, “내 이번에도 실패할 줄 알았다. 너무 조급하게 재발사를 시도한 것이 아니냐. 세금이 아깝다”는 주장도 있었다. 
 
SNS에서는 허탈감이 더욱 적나라하게 표현됐다. ‘양치기 소년, 나로호’는 애교고, ‘이명박 대통령이 임기 내에 무리하게 발사를 추진한 과욕이 빚은 결과’라는 근거없는 비판도 제기됐다. 그 와중에 ‘기술은 실패를 먹고 자란다’거나 ‘아직 실패한 것은 아니니 좀 더 인내를 갖고 기다려보자’는 신중론도 있었다. 
 
29일로 예정됐던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1)의 발사가 또다시 연기됐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은 29일 오후 4시를 목표로 나로호 발사를 진행했으나 발사 16분52초 전인 오후 3시43분께 추력방향제어기 일부에서 전기신호 이상이 발견됨에 따라 카운트다운이 중단됐다고 밝혔다. 

이주호 교과부 장관은 발사가 중단된 뒤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우주과학관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어 “나로호 3차 발사를 진행하던 중 2단(상단)의 추력방향제어기(TVC)를 점검하는 과정에서 일부 전기신호(전류)의 이상으로 발사 예정 시한인 오후 6시55분까지 발사 재개가 어려워 오후 4시8분을 기해 발사 중지를 선언한다”고 말했다. 
김승조 항우연 원장은 “2단 킥모터의 노즐 방향을 바꿔주는 추력기를 가동하기 위한 펌프를 제어하는 부품 쪽에 전류가 많이 흐른다는 신호가 감지돼 전원을 내리고 상태를 살폈으나 이상이 지속돼 발사를 중단했다”고 설명했다.
 
나로호 발사가 중단된 것은 벌써 세 번째다.
2002년 8월 정부는 ‘소형 위성발사체 개발사업’에 착수했다. 정부는 우주개발 선진국들과 기술 이전을 타진했으나 모두 거절당하고 2004년 유일하게 협의에 나선 러시아와 우주기술협력협정을 맺었다. 
그러나 2006년 한-러 우주기술보호협정(TSA)이 체결되면서,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등은 기술이전 없이 로켓 완제품만 사오는 불평등 계약을 했다는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이같은 우여곡절 끝에 나로호는 발사대에 올랐다. 하지만 발사는 순조롭지 못했다. 1차 발사 때는 1단 로켓을 맡은 러시아 제작사 흐루니체프 쪽의 잦은 일정 변경으로 나로호 개발 완료 시점이 두 차례나 수정됐고, 이후 발사예정일도 네 차례나 조정됐다. 결국 2009년 8월19일 나로우주센터 발사대에 세워진 나로호는 오후 5시 발사시각을 7분56초 남기고 헬륨가스 압력 측정 프로그램 결함으로 자동발사시퀀스(자동카운트다운)가 중지됐다. 1차 발사는 엿새 뒤인 25일 시도됐으나 위성덮개(페어링) 미분리로 위성의 정상궤도 진입에 실패했다.
 
한국과 러시아는 실패 원인 분석과 일곱 차례의 페어링 분리 시험, 400회의 단위 부품·시스템 시험을 거쳐 2010년 6월9일 2차 발사를 준비했다. 그러나 소화전의 이상작동으로 또 발사는 또 하루가 연기됐다. 6월10일 오후 5시1분 두번째 하늘로 날아오른 나로호는 137초 만에 공중폭발하고 말았다. 비행종단시스템(FTS) 오작동, 1단계 산화제 누출 등이 원인으로 추정됐다.
한-러 기술진은 2차 발사에서 나타난 문제점들을 보완하고 지난달 26일 세번째 도전에 나섰다. 그러나 발사시각 4시간여를 앞두고 이번에는 1단에 헬륨가스를 주입하는 어댑터 블록에 이상이 발생하면서 발사진행 과정이 중단됐다. 
 
러시아 쪽은 흐루니체프 본사에서 새 부품을 들여와 장착하고 수차례 실험을 한 결과 이상이 없음을 확인했다. 한-러 기술진은 29일 신중에 신중을 기해 다시 도전에 나섰으나 또 좌절하고 말았다.
3차 발사 연기후 교과부와 항우연은 원인 분석과 보완 작업을 마친 뒤 발사기준일을 다시 잡기로 했다. 이상 현상이 단순한 원인 탓으로 밝혀지면 다음달 5일까지로 돼 있는 발사예정일 안에 발사를 재시도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나로호를 조립동까지 옮기고 원인을 찾아낸 뒤 다시 준비작업을 하는 데 적지 않은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여 5일까지 발사는 사실상 어려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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