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호텔 성매매 급습 현장을 가다

 
팽팽 긴장감 감돈 강남 라미르 호텔
14일 오후 11시경 서울 강남구 역삼동 라미르호텔 주변은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 호텔에서 성매매가 이뤄진다는 첩보에 따라 경찰이 호텔방을 직접 습격하기로 계획된 시각이었다. 첩보는 구체적이었다. 호텔 12,13층 룸살롱 ‘5번가’에서 술을 마신 고객과 접대부가 룸살롱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마찬가지로 룸살롱 전용 10층 호텔방으로 이동해 성매매를 한다는 것.

성매매 단속을 위해 호텔 객실을 습격한다는 것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만일, 구체적인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가는 경찰이 호텔의 영업을 방해했다며 여론의 뭇매를 맞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첩보가 사실이라고 해도 호텔 객실 문을 따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호텔측이 동의해 줄 리도 없고, 구체적인 증거도 없이 열쇠수리공을 불러 마구 문을 딸 수도 없기 때문이다. 섣부른 습격은 자칫 성매매 단속에 산통만 깰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보름을 준비했다. 문을 따는 조, 방안에서 사진촬영 등 증거를 확보하는 조, 달아나는 접대부나 성매수 남성을 검거하는 조 등으로 나누어 모의훈련(?)까지 철저히 마쳤다.
마침내 11시 40분 007작전을 방불케 하는 호텔 객실 습격 작전이 개시됐다. 경찰관들은 신속하게 엘리베이터를 타고 10층으로 향했다. 종업원끼리 단속 상황을 알려주지 못하도록 철저한 입단속이 이뤄졌다.

007작전 방불케 한 성매매 현장 습격
호텔 방문 하나가 열렸다. “강남경찰서 000형삽니다.” 형사 1명이 신분증을 들어 보이며 외쳤다. 뒤엉켜있던 남녀가 찰나에 떨어지며 이불을 끌어당겼다. “이불!” 소리와 함께 다른 경찰관이 남녀가 끌어당기던 이불을 낚아챘다. 카메라 플래시가 연방 터졌다. 성매매 증거를 확보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또 다른 경찰관이 성매매 흔적을 수습했다.

같은 시각 옆방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경찰관이 문을 따고 들이닥치자 여성은 벌거벗은 채로 커튼 뒤로 숨고, 남성은 옷장 안에 몸을 숨겼다. 경찰관이 커튼을 젖히자 조금 전까지 신음소리를 내던 여성은 비명을 질렀다. 카메라 플래시가 잇따라 번쩍거렸다. 두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옷장에 쪼그리고 앉았던 남성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잠시 후 7개 방문이 모두 열리고 14명의 남녀가 양손을 뒤통수에 대고 걸어나왔다. 옷을 입고 슬그머니 달아나려던 한 접대부의 손목이 덜컥 경찰의 손에 붙잡혔다. 경찰 버스로 이동하는 틈을 타 달아나려던 한 남성이 잠복해 있던 경찰에게 붙잡혀 다시 합류했다. 호텔 습격사건이 일단락되는 순간이었다.

성매매 남녀 한결같이 “성관계 한 적 없다”발뺌
새벽 두 시를 넘긴 시각, 강남경찰서 3층 생활안전과 생활질서계가 시끌벅쩍했다. 성매매로 검거된 남녀 7쌍과 호텔지배인, 유흥업소 직원 2명이 차례로 조사를 받았다. 성매수자들은 하나같이 성매매 사실을 부인하려 들었다. 아무 일도 없었다거나 몸만 만졌다거나 성관계는 하지 않았다는 상투적인 말로 상황을 모면하려고 했다. 하지만 경찰이 수집한 증거를 들이밀자 모두 떨군 고개를 들지 못했다. 우렁찬 경찰관의 질문에 답변은 모기소리만 했다.

호텔을 상대로 한 수사가 관건이었다. 이번 수사가 ‘룸살롱과 호텔이 연계된 성매매 행위 적발’이어서 호텔을 상대로 한 정확한 수사가 필수적이었기 때문이었다. 예상했던 대로 호텔 지배인은 10층 객실이 성매매에 이용되는 줄 몰랐다고 잡아뗐다. 그는 “술집에서 방값을 지불하고 객실열쇠를 가져간다. 술집에서 키를 어떤 용도로 쓰는지 전혀 모른다. 술집에서 호텔방을 성매매를 하는데 쓰는지 간통에 쓰는지 호텔은 알 수 없다. 술집에서는 월세와 관리비만 받는다”고 주장했다.

강남경찰서 김종환 생활질서계장은 “적발된 유흥업소 란제리클럽은 이른바 ‘키(Key) 상무’를 고용해 호텔 10층 객실 19개를 관리해 온 것을 확인했다”며 “룸살롱과 호텔이 붙어 있는 곳에서 1차 룸살롱 영업이 이뤄지고 나면 2차 성매매가 일어나는 걸 정확히 알고, 수사에 임했다”고 밝혔다.

접대부 속옷 입어 ‘17% 란제리 클럽’
라미르호텔 12, 13층 유흥주점 ‘5번가’는 2010년 7월 문을 열었다. 호텔 건물이 신축될 때부터 ‘룸살롱 영업을 하기 위해 지하를 꾸민 호텔’이란 소문이 파다했다.

‘5번가’는 여성 접대부가 속옷만 입고 접대한다고 ‘17% 란제리 클럽’, ‘슬립(원피스형 속옷) 클럽’으로 불렸다. 17%는 최고급 룸살롱을 뜻하는 속칭 ‘텐프로(10%) 업소’보다 가격이 저렴하다는 의미로 썼다. 이밖에도 모든 서비스가 가능하다고 하여 ‘풀살롱’, 저렴해 대중이 이용할 수 있다고 하여 ’퍼블릭‘, 성행위 관련 등급이 없이 다 할 수 있다고 하여 ’하드코어‘ 등으로 불렸다.

단속에 적발된 성매수 남성 7명은 의사나 대기업 간부들이었다. 이들은 신분 노출을 피하기 위해 정문이 아닌 지하 주차장 엘리베이터를 타고 ‘5번가’에 올라가 술을 마셨다. 성매매를 원하는 고객은 업소가 미리 통째로 빌려놓은 10층 객실로 이동해 여성 종업원을 기다렸다. 성매매 비용은 1인당 34만 원이었다. 술값까지 포함하면 1인당 60만 원 이상의 비용이 들었다.

라미르 호텔 상대로 한 성매매 단속 19명 불구속
강남경찰서는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이 호텔 사장 고모 씨(56)와 유흥업소 업주 이모 씨(35), 성매수남, 성매매 여종업원 등 19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비록 구속은 면했지만 라미르호텔은 강남구청에 의해 추후 2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받게 된다, 또 성매매특별법에 따라 7년 이하의 징역이나 7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지게 된다.

성매매로 적발된 남녀는 ‘성매매특별법’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지게 된다. 그간 관행으로 보면 벌금형이지만, 전과가 있거나 시국상황, 검찰의 수사의지 등에 따라 처벌은 달라지게 된다.

라마다서울호텔 두 번씩이나 성매매 적발
경찰이 호텔을 상대로 객실 문까지 열고 들어가 성매매를 단속한 것은 지난 5월 라마다서울호텔에 이어 두 번째다. 라마다서울호텔은 지난 5월 24일 지하 룸살롱 ‘블루’가 호텔에서 성매매를 하도록 했다가 사실이 경찰에 적발됐다. 강남구청은 ‘블루’에 대해 지난 8월 9일부터 1개월간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호텔에 대해서는 영업정지 3개월의 행정처분을 사전 통지했다.

이 호텔은 앞서 2009년 4월에도 성매매행위 불법장소 제공으로 경찰에 적발돼, 3년간 행정소송 끝에 지난 6월 1일부터 2개월간 행정처분을 받았다. 행정처분이 집행되기 직전 또한차례 경찰에 적발된 것이어서 가중처벌이 불가피해 보인다.

강남경찰서는 2012년 들어 불법업소 635건, 1376명을 검거하였고, 호텔연계 성매매는 8건, 102명을 검거했다. 강남경찰서 김종환 생활질서계장은 “강남에만 숙박업소 51곳, 유흥주점이 79개 있어 성매매 등 불법 행위를 지속적으로 단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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