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 무상보육비 예산과 국회의원의 포퓰리즘 실태 분석

[위클리오늘=신상득 전문기자] 정부는 지난 3월부터 0~5세 자녀를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보내지 않아도 모든 가정에 소득수준에 관계없이 매월 양육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그런데 지자체가 그 재원을 마련하지 못해 이르면 6월부터 사업이 중단될 위기에 처하고 말았다. 이 때문에 지난 3월부터 실시중인 0~5세 영유아 전면 무상보육제도가 석달만에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지자체는 정부가 부족한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고, 서울시 등 16개 시·도는 지난해 관련 법안을 잘못 통과시킨 국회가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국회는 예산이 따르는 법안인 만큼 종합적인 검토를 거쳐야 한다며 현재 예산재정개혁특별위원회에서 7개월째 검토하고 있으나 통과가 간단치 않아 보인다.

미처 석달을 내다보지 못하는 국회의원들의 한심한 안목을 어찌 보아야 할 것인가. 국회의원들은 무엇 때문에 이런 한심한 법안을 통과시켜 국란을 자초했는가. 결론적으로 말하면 포퓰리즘이다. 예산확보는 뒷전으로 하고, 그저 국민에게 복지혜택을 주겠다고만 하면 표를 얻을 것으로 보는 인기영합주의가 그 원인이다. 뿌리째 흔들리는 ‘영유아 무상보육비’를 둘러싼 인기영합주의 실태와 향후 대책 등을 짚어 봤다.

▲ 사진=뉴시스
지난해 국회의원들의 선심용 복지정책이 낳은 악수
영유아 보육 및 양육은 2월까지만 해도 자녀를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맡기는 보육비를 정부·지자체가 전액 책임지는 제도였다. 이런 시설에 자녀를 보내지 않는 가정은 전체 소득수준 15% 이하에 대해 제한적으로 양육수당을 지급했다.

그러던 것이 지난해 총선과 대선을 거치면서 가정 형편과 무관하게 모든 0~5세 아이들에게 매달 일정한 보육료를 지급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그러려면 정부가 8810억원을, 지자체가 9045억원을 더 부담해야 했다. 이는 해마다 늘어갈 수밖에 없는 실로 엄청난 예산이 투입되는 정책이었다.

그러나 국회의원들은 지난해 12월 이를 관철시켰다. 모든 가정의 자녀에게 양육수당을 지급키로 하고 올 3월부터 이를 시행했다. 이명박 정부가 “재원마련이 어려워 소득상위 30%의 가정에는 지급할 수 없다”며 반대했지만 임기말 권력누수에 빠진 정부가 국회를 저지하진 못했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3월부터 어린이집 등을 이용하는 만 0~5세 아동에 대해 소득수준에 상관없이 22만원~39만4000원의 보육료를 지원해 왔다.

시행 3개월만에 불거진 예산부족
문제는 전면 무상보육 사업이 지자체의 예산 부족으로 하반기부터 중단될 위기를 맞고 있다는 것이다. 3월부터 확대 시행된 영유아 무상보육은 정부와 지방정부가 재원을 5대 5로 분담하는 사업이다. 다만 서울시는 재정자립도가 높아 국비 대 시비가 2대 8로 지정돼 있다. 이에 따르면 서울시는 올해 보육료로 2500억여원을 배정해야 했으나 예산이 없어 실제로는 175억원만 배정했다. 서울시의 무상보육 예산이 가장 먼저 바닥을 드러낸 이유다. 서울시의 예산은 이달이면 바닥날 것이라고 한다. 경기도는 9월, 광주·경남은 10월이면 복지재원이 고갈된다고 한다. 229개 지자체 가운데 217곳도 마찬가지다.

양육수당 재원이 고갈된 이유는 중앙정부와 각 지자체들이 5대5(서울은 2대8) 비율로 부담키로 돼 있는 보육 및 양육비를 지자체들이 마련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자체들은 예산 부족으로 소득수준 하위 15%에 대해서만 양육수당을 지급했던 과거기준으로 3887억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정부는 간신히 5607억원을 보전했으나 그래도 부족하기 그지없다.

기초 지방자치단체 “국고보조율 40%로 늘려달라”

▲ 사진=뉴시스

지자체들은 지난해 12월 국회가 소득 하위 70%에 지급하던 영·유아 보육비를 전 계층으로 확대하면서 예견됐던 일이라며 정부가 책임질 것을 요구하고 있다.

서울시구청장협의회(강남구만 제외)는 지난 4일 기자회견을 갖고 무상보육 확대에 따른 지자체 재정난을 이유로 영유아보육사업의 국고보조율을 20%에서 40%로, 다른 시·군·구는 50%에서 70%까지 상향하는 내용의 ‘영유아보육법 개정’을 촉구했다. 협의회는 특히 양육수당의 전 계층 확대로 서울시 자치구의 분담금이 과거보다 12배 증가해 이달 중 23개 구청의 양육수당 지원금이 바닥에 이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협의회는 또 “현 정부의 대선공약인 영유아 무상보육사업의 중단 없는 추진을 위해 국회의결 확정시 지원금 1355억원 및 부족분 2698억원을 즉각 지원하고, 영유아보육법을 조속히 개정할 것”도 촉구했다.

협의회의 이런 주장은 이미 지난해 12월 국회가 통과시킨 0~5세 관련 법안 내에서 가능한 방법을 제안한 것이다. 하지만 무상보육 관련 국비 비율을 현재 50%에서 70%(서울의 경우 20→40%)로 확대하는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은 지난해 11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통과됐지만 7개월째 전체회의에 계류 중이다.

한편 박원순 서울시장은 “예산부담은 문제를 만든 국회의원과 중앙정부가 져야 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박 시장은 “전면 무상 보육으로 추가 부담 대상이 된 소득 상위 30%에 해당하는 가정이 다른 시·도는 전체의 23.4%이지만 서울시는 42%나 된다”면서 “전면 무상 보육으로 확대되면서 서울시가 지원해야 할 아동이 2012년 19만8000명에서 40만8000명으로 21만명이나 증가했다. 그 부담은 문제를 만든 국회의원과 중앙정부가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반면 국회는 예산이 따르는 법안인 만큼 종합적인 재정계획 틀 안에서 다뤄야 한다는 현 정부의 주장을 받아들여 현재 국회 예산재정개혁특별위원회에서 검토 중이다.

포퓰리즘 노린 국회의원, 이들을 뽑아준 국민의 책임 커
그렇다면 이런 문제가 야기된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결론적으로 지난해 총선에서 표를 의식해 선심용 복지법안을 함부로 통과시킨 국회의원의 책임이 가장 크다. 또 숱한 문제점을 안고 있지만 이를 간과하고 그런 의원들을 당선시킨 국민의 책임도 막중하다. 국회의원을 자기 지역구 예산이나 따오는 자로 판단하는 것은 국민들의 심각한 판단오류다. 국민복지 사업이라는 게 한번 베풀면 절대 접기 힘들다. 따라서 현재 상황에서 최상의 선택을 해야 한다. 하지만 국회와 서울시, 25개 자치구간 의견차를 어떻게 극복할 지 여전히 미지수다.

익명을 요구한 보건복지부의 한 관계자는 “잘못된 길은 서둘러 돌아나오는 게 상책”이라며 “국가재정과 지방재정을 파탄내는 무상보육의 틀 철회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영유아 보육의 틀은 우리 재정형편에 맞게 제한된 지원의 틀로 다시 되돌려야 한다는 의미다. 선심성 복지정책을 발의하는 한심한 국회의원이 다시는 국회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국민이 안목을 키워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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