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갑풀고 달아난 이대우 사건 대해부

[위클리오늘=신상득 전문기자] 빈집털이범 이대우가 지난달 20일 전주지검 남원지청에서 달아난 지 20일이 경과하도록 그의 행방은 묘연하기만 하다. 경찰이 포상금 1000만원과, 검거 경찰 1계급 특진까지 내걸었지만 여전히 오리무중인 상태다. 그의 검거가 늦어지면서 국민 불안은 가중되고 있다. 유명한 탈주범 신창원과 유사하다는 흉흉한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 이대우는 어떤 인물인가. 그는 어떻게 탈주했으며, 과연 어디에 있는가. 탈주범 이대우 사건을 분석했다. 

▲ 탈주범 이대우. 사진=뉴시스
탈주범 이대우는 1년간 150회 전문 빈집털이범
충북이 고향인 이대우는 전과 12범이다. 지난 5월 붙잡혀 남원지청에서 수사를 받던 중 수갑을 풀고 달아났다. 이대우는 지난해 3월부터 지난 5월 검거되기까지 교도소 동기 김모 씨와 함께 전북과 서울, 경기, 강원, 충청 등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 각지에서 총 150회에 걸쳐 6억7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쳤다. 이대우의 범행수법은 치밀하다. 경찰의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한 지역당 한 건의 범행만 저질렀다. 특히 한번 범행에 나서면 2박3일씩 원정 절도 행각을 벌이는 등 지역 지리를 꼼꼼히 확인했다.

빈집털이범이 절도를 하다가 사람과 맞닥뜨리면 절도사건이 아닌 강도사건이 된다. 그가 전문 빈집털이범이란 것은 사람과 절대 맞닥뜨리지 않으면서 집을 주로 털었다는 의미다. 이대우는 7년 전 강도 혐의로 경찰에 붙잡히자 소지하고 있던 흉기로 경찰관을 찔러 부상을 입힌 적이 있다. 경찰은 흉기를 휘두르는 그를 총기를 사용해 검거했다.

이대우는 키 170㎝에 몸무게 80㎏으로 앞머리가 벗겨졌고 평소 혈압약을 복용했다. 공교롭게도 이대우가 도주한 지난 20일은 이대우 부친의 기일이었다.

남원지청서 화장실 다녀오다 수갑 풀고 도주
지난 20일 오후 2시52분 전북 남원시 동충동 전주지검 남원지청 302호 검사실에서 이대우는 조사를 받다가 수사관 1명과 함께 중 소변을 보기 위해 맞은편 남자 화장실에 갔다. 수사관은 이대우가 소변을 볼 당시 화장실 밖에서 대기하다가 이대우가 볼일을 마치고 나오자 검사실로 데려갔다. 이 수사관은 이대우를 문이 열려 있는 검사실까지 데려가긴 했지만 안에까지 들여보내지 않는 결정적인 실수를 하고 말았다.

수사관은 이대우가 검사실 안으로 들어가는 것으로 알고, 자신도 용변을 보기 위해 화장실로 갔다. 이대우는 그 사이 화장실 바로 옆 계단을 통과해 신속히 검찰청사 현관문을 나섰다. 일련의 도주과정은 청사 내 설치된 CCTV에 고스란히 찍혔다. 현관문 바로 옆에는 출입 시 민원인의 신분을 확인하는 인원이 상주하는 방이 있었지만, 당시 방에 있던 직원은 이대우를 제지하지 못했다.

청사를 빠져나간 이대우는 바로 옆 법원 건물 쪽으로 내달려 담장을 뛰어넘었다. 뒤늦게 이대우의 도주사실을 확인한 수사관 2명이 이대우의 뒤를 쫓았다. 이대우는 추격을 받으며 인근 주택가로 계속 내달리다가 한 건물 옥상으로 순식간에 오른 뒤 수사관들 반대편 쪽으로 뛰어내리고 사라졌다. 수사관들이 건물을 돌아 낙하지점에 도착했을 땐 이대우는 이미 자취를 감춘 뒤였다.

건물을 오를 당시 이대우의 손은 자유로웠다. 검찰청사를 빠져나간 후 담을 넘을 때까지만 해도 그는 분명 수갑을 찬 상태였다. 이는 추격에 나선 수사관들에게 목격됐을 뿐 아니라 청사 현관에 설치된 CCTV 영상에서도 확인됐다. 검찰은 이대우가 주택가를 내달리는 과정에서 수갑을 손에서 뺀 게 아니라 특정 도구를 이용해 수갑을 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도 이대우가 수갑을 풀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행적 묘연한 이대우 어디로 갔나

▲ 사진=뉴시스

이대우는 남원에서 택시를 타고 정읍으로 향했고, 정읍에서 또 택시를 타고 광주로 이동했다. 이대우는 광주의 한 마트에서 현금 30만원을 인출한 이후 행방이 묘연해졌다.

행방이 묘연해지자 경찰은 광주에 은신해 있을 것으로 보고, 가용병력을 총동원해 광주지역 일대를 샅샅이 뒤졌다. 그러나 이대우는 경찰의 수사를 비웃듯, 이미 광주를 빠져나와 서울 입성에 성공했다.

이는 지난달 27일 서울 도심 한복판인 종로 일대에서 교도소 동기를 만난 사실로 확인됐다. 이대우는 교도소 동기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요구했다가 “돈이 없다”고 거절당하자 이달 1일 다시 만나기로 약속했다. 제보를 접수한 경찰은 약속 당일 만나기로 한 장소에 수사인력을 대거 투입해 잠복했지만 이대우가 나타나지 않아 검거에 실패했다.

경찰은 이틑날인 2일 서울과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는 이대우의 가족과 친구 등 지인들이 사는 곳을 중심으로 잠복근무와 탐문수사를 벌였지만 성과는 전혀 없었다. 경찰은 이대우가 아직 서울을 벗어났는지도 확인하지 못한 채 수사에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탈주범의 소재를 특정할 수 없어 경찰은 전국에 대대적인 검문검색을 강화한 상태다.

경찰은 이대우가 교도소 동기를 만났을 당시 찍혔을 가능성이 높은 CCTV화면을 수거해 이대우의 이동경로 분석에 나섰다. 경찰은 CCTV 분석과 함께 이대우가 만난 교도소 동기로부터 들은 인상착의에 대한 증언 등을 토대로 이대우의 도주경로를 파악하고 있다.

경찰은 지금도 이대우가 수사망을 피해 서울을 벗어났는지 여부조차 확인하지 못한 상태다. 경찰은 이대우가 도피 자금이 필요해 추가범행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지만 아직까지 추가 범행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대우 행적이 이처럼 신출귀몰하자 경찰은 조심스럽게 이대우를 돕는 제3의 인물이 있다는 추정을 하고 있다. 누군가 돕는 인물이 있지 않고서는 남원에서 광주로, 광주에서 다시 서울로 그렇게 손쉽게 이동할 수 없었을 것이란 분석 때문이다.

검·경은 이대우가 고속버스와 기차·택시 등의 대중교통이 아닌, 다른 이동수단을 사용해 광주를 빠져나갔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만일 이대우가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승용차로 이동했다면 이대우의 행방을 쉽게 간파하기 어려워 보인다. 현재 경찰은 이대우의 가족과 교도소 동기를 비롯해 공식적으로 알려진 이대우의 내연녀 2명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괴력의 소유자’ 소문 무성

이대우의 행방을 찾지 못한 채 20여일이 흐르자 경찰 내부에서는 각종 소문이 무성하다. 가장 대표적인 소문은 이대우가 ‘괴력의 소유자’라는 것이다. 경찰이 이대우의 행적을 조사하기 위해 교도소에 함께 수감됐던 주변인을 조사했더니 이대우가 수감시절 조폭 3명과 홀로 싸워 이겼을 만큼 괴력의 소유자였다는 것. 실제로 이대우는 지난 2월 경찰에게 붙잡힐 당시 덩치 큰 강력팀 형사 세 명이 넘어뜨려 위에서 누르고 있었으나 이를 들고 일어나며 반항할 정도로 힘이 셌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대우가 매우 위험한 강력범이란 사실에 불안감을 느끼는 경찰도 많다. 7년 전 강도 혐의로 붙잡혔을 때 이대우는 경찰관을 흉기로 찔렀으며 경찰이 권총을 쏜 뒤에야 검거된 전력이 있을 만큼 저항하는 습성이 있다는 것. 이에 따라 경찰들은 이대우를 발견하더라도 아주 조심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광주지방경찰청은 각 관할 경찰서에 이대우를 발견하면 전진배치한 특공대 전술팀을 적극 활용하라고 당부하고, 일선 경찰에게도 이대우 검거작전 시 실탄 장전한 권총, 테이저건, 삼단봉 등을 반드시 지참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한 경찰관은 “이대우를 우연히 혼자 발견해도 섣불리 검거하려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며 “괴력의 소유자인만큼 여럿이 함께 검거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5년(2008년~2012년)간 전국에서는 76건의 피의자 도주사건이 발생했고, 대부분 열흘 안에 붙잡혔다. 실제 도주 당일 붙잡힌 피의자가 51명으로 가장 많았고 2일째 5명, 3일째 3명, 5일째 5명, 7일째 2명, 10일째 3명이 검거되는 등 90.7%가 도주 열흘 안에 붙잡혔다. 도주범 가운데 열흘을 넘긴 피의자 6명에 대한 수사는 장기화됐다.

▲ 사진=뉴시스
경찰, 이대우 검거에 1계급 특진 내걸어
이대우의 검거가 계속 성과를 내지 못하자 경찰이 1계급 특진의 카드를 빼들었다. 이대우에 대한 결정적인 제보를 준 시민에게 현상금 1000만원도 내걸었다. 이성한 경찰청장은 지난 5일 사건 발생 지역을 관할하고 있는 전북지방경찰청을 찾아 “이대우 검거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지만 검거가 늦어지고 있다”며 “이대우를 잡는 직원을 1계급 특진시킬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청장은 “이대우 검거는 더이상 지방청 차원이 아니다”면서 “본청이 총괄하고 있지만 각 지방청에도 전담팀이 꾸려져 수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대우 검거가 늦어지면서 국민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더구나 그가 강력범인 데다 괴력의 소유자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은 불안에 떨고 있다. 실제로 며칠 전 이대우가 나타났다는 제보를 받고 경찰이 서울 광화문과 독립문 일대에 대거 포진하는 일이 벌어지자 주민들은 행여 이대우에게 피해를 당하는 게 아니냐며 불안해했다. 독립문에 사는 황모(21) 양은 “강력범죄야 늘 있는 일이고, 이대우가 섣불리 범행에 나서지는 않으리라고 보지만 그래도 이대우가 나타났다는 말에 아파트까지 걸어가는데 다리가 후들거렸다”고 말했다. 이성한 경찰청장도 국민 불안을 의식한 듯 “다급한 상황이다. 국민 불안을 하루 빨리 해소시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이 이대우 검거에 나서면서 뜻밖의 성과도 거뒀다. 경찰은 이대우 검문검색에 대규모 병력을 투입한 결과 이대우 검거에는 실패했지만 절도범 5명과 기타 범죄자 57명 등 총 62명을 붙잡았는 개가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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