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출귀몰 행적…46세 동갑내기

 
[위클리오늘=신상득 기자] 탈주범 이대우 검거가 늦어지고, 그의 신출귀몰 행적이 알려지면서 때 아닌 신창원이 재조명받고 있다. 수형생활을 하던 신창원은 1997년 감방 화장실 환기통 쇠창살을 절단하고 탈옥한 후 모두 5차례에 걸쳐 경찰관과 맞닥뜨리고도 유유히 검거망을 벗어나며 2년 6개월 동안 도피 행각을 벌인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당시 신창원은 경찰에게 엄청난 공포였다. 신창원을 놓친 지역 경찰서장은 직위해제되기 일쑤였기 때문이었다. 

신창원이 감방 화장실 환기통 쇠창살을 절단하고 탈옥한 것과 비교하면 이대우의 탈주는 아주 손쉬웠다. 화장실을 다녀오다가 수사관이 방심한 틈을 타 계단을 타고 사라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검찰청사를 도망쳐 1분 만에 수갑을 벗어던지고, 높은 담벼락을 홍길동처럼 뛰어넘은 것은 그가 예사롭지 않은 인물임을 알려준다. 또 건물 옥상까지 올라갔다가 수사관이 있는 반대편으로 뛰어내린 뒤 사라진 것도 신창원에 결코 뒤지지 않을 것이란 예측을 가능케 한다. 

신창원과 이대우가 실제 한 교도소에서 같이 복역한 전력이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감옥에서 서로 알고 지냈는지는 전혀 파악된 바가 없지만, 범죄유형이 유사하고, 나이가 46세 동갑내기였던 점을 감안하면 서로 만났을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이대우가 감옥에서 조폭 세 명과 홀로 싸워서 이기고 지난 2월 경찰에 붙잡힐 당시에는 강력계 형사 3명이 위에서 제압하고 있는 데도 이를 물리치며 일어났을 정도의 괴력을 발휘했던 점도 신창원과 흡사하다. 물론 죽기살기로 덤벼드는 범인에 경찰관이 밀릴 수도 있지만 이대우는 신창원에 버금가는 괴력을 지녔음에 분명하다. 7년 전 강도 혐의로 붙잡혔을 당시에는 경찰관을 흉기로 찔러 권총을 쏜 뒤에야 체포가 가능했다는 사실도 이대우가 얼마나 강력한 지 알만한 단서다.

아직 검거되지 않아 알 수 없지만, 20여일동안 이대우의 행적을 보면 신창원에 버금가는 신출귀몰함까지 갖춘 것으로 판단된다. 신창원은 강도치사죄로 복역 중이던 1997년 탈옥했다 907일 만에 검거됐다. 신창원은 부산교도소를 탈옥한 뒤 수차례 경찰관과 난투극을 벌이며 달아났다. 수갑을 차고 탈주한 뒤 경찰 검거망을 피해가고 있는 이대우와 닮은꼴 행보다. 

경찰은 이번 이대우 사건이 제2의 신창원 사건으로 확대되는 걸 몹시 우려하고 있다. 모방범죄가 우려되는 데다 청소년들이 범죄인을 영웅시 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대우 탈주범에 대한 영웅취급이 위험수위다. 이대우를 향해 “붙잡히지 마라” “경찰들을 혼내줘라”는 등의 황당하고 어처구니없는 글들이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대우를 나쁜 범죄로 이끈 것은 그의 잘못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구조적 모순이라며 ‘사회탓’으로 책임을 돌리는 목소리도 있다. 또한 그가 담벼락을 붕붕 뛰어넘고, 형사 수십명을 순식간에 제압한다는 ‘확인되지 않은’ 루머를 퍼트리며 그를 추종하는 목소리도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일부 누리꾼들은 이대우가 수사망을 뚫고 서울잠입에 성공한 것을 두고, “신출귀몰한 홍길동 같다”면서 그를 영웅시했다.

전문가들은 이대우에 대한 이같은 추종주의가 “잘못된 사회관념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워낙 우리 사회가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병들어 있고, 국가 수뇌부들이 범죄를 저지르기 때문에 이대우와 신창원을 영웅시 하는 경향이 생겨난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신창원은 1967년 전북 김제의 한 농가에서 막내로 태어나 김제에서 중학교 2학년을 중퇴했다. 1982년부터 절도죄 등을 저질러 소년원과 교도소를 들락거리다 1989년 3월 서울 성북구 돈암동 골목길에서 동료 4명과 함께 강도 살인(강도치사)을 범한 죄로 그해 9월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서울구치소를 거쳐 청송 제2교도소 등 여러 형무소를 옮겨 다니다 1994년 11월 부산교도소로 이감돼 수형생활을 하던 도중 1997년 감방에서 탈옥했다.

이후 경찰과 모두 5차례 맞닥뜨리고도 유유히 검거망을 벗어나며 2년 6개월 동안 도피 행각을 벌였다. 1999년 충남 천안의 다방 주인 신고로 발각돼 7월 전남 순천에서 검거되기까지 수차례나 사회적 이슈의 중심에 섰다.

신창원은 재검거 이후 22년6개월 형을 추가로 선고받았다. 2011년 자신의 독방에서 고무장갑으로 자살기도를 해 중태에 빠졌으나 회복 후 경북 북부 제1교도소에서 전주교도소로 이감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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