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오늘=전혁수 기자] 4·13총선이 야권의 승리로 끝났다. 특히 이번 총선에서는 국민의당이 38석의 의석을 차지하며 선전해 화제가 됐다.

국민의당은 호남에서만 23석을 확보하며 새로운 호남의 맹주로 떠올랐다.

호남의 민심이 새로운 정치에 대한 갈망과 함께 새누리당의 대항마로 안철수 대표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이 새로운 지역주의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안철수 대표는 혁신을 기치로 세우고 지난해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해 국민의당을 창당했다. 그리고 그의 곁에는 호남의 유력의원들이 있었다.

안 대표와 함께한 인사들은 천정배 공동대표를 비롯해 주승용 원내대표, 박지원 의원, 정동영 당선자, 권노갑 고문 등 호남정치의 상징과 같은 존재들이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새정치와 혁신을 말하는 안철수 대표와 달리 주위에 모인 전·현직 의원들은 대부분이 호남의 기득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민주를 탈당하며 그들이 공통적으로 기자회견에서 남긴 말은 '호남홀대'였다. 다분히 지역주의적이고, 더 나아가 타지역 주민들에게는 '지역이기주의'로까지 보일 수 있는 수위의 발언들이 난무했다.

실제로 국민의당이 20대 총선에서 예상보다 많은 의석을 차지하기는 했지만, 결국 호남을 제외한 지역에서 차지한 의석은 2석에 불과했다. 그 2석도 야권성향이 강한 안철수 대표의 서울 노원병과 김성식 당선인의 서울 관악갑이었다.

수도권 선거에서 국민의당은 문병호 의원을 비롯한 일부 후보들을 제외하고는 제대로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무너졌다. 심지어 국민의당은 TK지역(대구·경북)에 제대로 후보조차 내지 못했다. 상황은 PK(부산·경남), 강원 지역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 때문에 18대 총선 당시 '꼬마민주당'처럼 또 하나의 지역정당이 탄생했을 뿐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그나마 국민의당의 정치적 기반을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은 정당투표에서 26.7%의 지지를 얻어, 더민주를 제치고 새누리당에 이어 2번째로 많은 정당지지도를 획득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국민의당'을 향한 지지가 아니라 '안철수' 개인을 향한 지지로 바라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호남의 거물급 정치인을 보유하고 있어 호남지역에서는 지지층이 두꺼울지 모르나, 수도권 선거에 나선 국민의당 후보들은 대부분 10% 내외의 지지를 받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즉, 국민의당은 안철수 대표의 '원맨당'에 불과하다는 말이다.

국민의당이 진정으로 대한민국 정치를 바꾸려는 의지가 있었다면, 거물급 정치인들이 호남이 아닌 수도권에 출마했어야 했다.

천정배, 박주선, 박지원, 주승용 의원 등 중진의원들이 수도권에서 의석을 확보하고, 국민의당이 자랑하는 참신한 정치신인들이 호남에서 다수를 차지했다면 국민의당은 더 많은 의석을 얻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국민의당의 거물급 의원들은 결국 자신이 다선을 지낸 안정적인 지역구를 선택했고, 특별한 쇄신은 없었다. 결국 호남에서는 '될 사람이 된 것'이다.

그들이 탈당한 더민주 정세균 의원의 종로 출마, 김성곤 의원의 강남갑 출마, 김부겸 당선자의 대구 수성갑 도전 등과 크게 비교되는 부분이다.

도전정신도 없었고, 새로울 것도 없었다. 오직 안철수 대표에 대한 전 국민적인 기대만이 이번 국민의당 선전의 원동력이었을 뿐이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려면 국민의당은 4·13총선에서의 선전에 취해 있을 때가 아니라, 20대 국회 의정활동에서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 다음 총선에서 전국 정당으로 나아갈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국민이 안철수 대표에게 기대하는 것은 단순한 '지역'을 중심으로 한 3당 체제가 아닌 대한민국 정치의 변화이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위클리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