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오늘=한경훈 논설실장] 두 소절은 괜찮은 것인가, 아니면 박근혜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의 빽(배경)이 센 것인가.

4·13 총선 전남 순천에 출마한 이정현 후보의 유세 과정에서 노래를 부른 가수 설운도의 행위가 도마에 올랐다. 설운도는 이 과정에서 "가수는 선거 유세 과정에서 노래를 부르면 안된다. 하지만 이정현 후보의 빽을 믿고 부르겠다"고 말한 뒤 자신의 노래 '누이'를 두 소절 불렀다.
설운도는 게다가 "이정현 후보가 당선되면 다시 와 전곡을 부르겠다"고 약속했다.

공직선거법 제115조는 제3자 기부행위를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 선거 유세과정에서 가수가 노래를 부르는 행위는 기부행위에 해당하고, 기부를 예고한 것 역시 금지하고 있다.

대부분의 가수들이 이러한 규제를 잘 알고 있는 듯하다. 지난 선거 당시 가수 남진은 박주선 국민의당 후보 유세 과정에서 스피커를 통해 자신의 히트곡 '님과 함께'가 흘러나왔지만 입을 굳게 다문채 박수만 쳤다.

설운도 역시 노래를 부르기 전에 이같은 행위가 선거법에 저촉된다는 발언을 했다.

그렇다면 설운도는 왜 노래를 불렀을까. 이정현 후보 측은 유세에 앞서 선관위에 가수가 선거운동 중에 노래를 불러도 되는지 여부를 질의했고, 선관위는 '안된다'고 회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설운도의 말대로 이정현 의원의 빽(배경)을 믿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집권여당의 의원이고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니 이정도쯤은 괜찮겠다고 생각한 듯하다.

선관위 역시 이해할 수 없다. 순천시선관위는 설운도의 행위에 대해 선거법 위반 여부를 검토했으나 이를 기부행위로 볼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설운도가 이정현 후보가 당선되면 나중에 와서 전곡을 불러주겠다고 한 것도 선거법 위반은 아니다고 판단했다.

설운도의 이같은 행동은 이번 뿐이 아니다. 2012년 대선 과정에서도, 2010년 지방선거 과정에서도 비슷한 일들이 있었다. 자신의 정치적 철학 때문인지 모두 집권당 후보의 유세현장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물론 가수가 노래 전곡을 부르지 않고 두 소절만 부른 것을 놓고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설운도의 말대로 권력자와 관련된 일이라면 빽을 믿고 법을 위반하는 일이 아무렇지도 않다는 생각이 연예계를 넘어 사회전반에 널리 퍼져 있다면 큰일이다.

그래서 설운도와 관련된 선관위의 이번 결정에 유감을 표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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