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지도자나 조직만이 살아 남을 수 있다.

▲ 임종호 발행인

[위클리오늘=임종호 발행인] 나는 대전에서 태어났다. 초등학교 입학 전에 상경했으니 어찌 보면 서울이 고향이다.

하지만 가끔씩 TV를 통해 프로야구를 시청할 때면 누가 말한 것도 아닌데 한화 이글스를 응원한다.

최근 한화이글스는 끝없는 추락을 하고 있다. 말 그대로 엔드리스(endless)다. 팬들이 응원봉을 손에 들고 구장을 찾는 것도 민망하다. 오히려 최근 팬심은 분노로까지 전이되고 있다.

한 프로야구 전문기자는 ‘누가 한화이글스를 이렇게 만들었나’라는 칼럼을 통해 이같은 결과가 예견된 인재라며 통렬하게 비판한다.

칼럼은 당초 "한화구단 전문경영인들이 김성근 감독의 독선적인 선수단 운영방식을 문제삼아 선임을 반대했지만 한화그룹 오너들의 밀어붙이기식 의사결정으로 현재에 이르렀다"고 주장한다. 더나가 칼럼은 “늦었지만 한화그룹 오너들이 오류를 인정하고 빠른 대안을 세워야 한다”고 주문한다.

물론 스포츠는 승패나 순위로 모든 것을 평가할 수 없다. 특히 프로야구의 경우 긴 시간동안 페넌트레이스를 진행하니 더욱 그럴 수 있다. 하지만 현재의 한화사태는 최고의 라인업을 가지고도 조직력 자체가 붕괴돼 발생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화이글스는 올 프로야구에서 가장 우승확률이 높은 팀 중 하나였다. 김성근 감독 선임 후 작년과 올해 막대한 비용으로 리그 최고의 선수들을 영입했다. 하지만 현재의 한화 이글스는 확실한(?) 꼴찌를 장담하고 있다. 참사라 칭하는 이유이다.

마치 이달 13일 치러진 제20대 총선에서 나타난 새누리당의 결과와 유사하다. 새누리당도 이번 총선에서 독선적거나 일방적인 의사결정구조로 인한 조직력 붕괴와 여론악화로 호된 결과와 맞딱뜨렸다. 당초 새누리당이 야당의 분열로 상황에 따라서는 "국회의석수의 2/3까지 확보할 수 있다"는 의견까지 나온 터라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당혹을 넘어 참사'로 규정하는 이유다.

시대가 변했다는 것은 사람이 변했다는 것을 말한다. 더 이상 과거의 일방적인 지휘체계나 독선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방법으로는 조직을 운영할 수 없다. 변화를 이해하고 변화하는 지도자나 조직만이 살아 남을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는 것이다.

<전등록傳燈錄>에 ‘以心傳心 以燈傳燈(이심전심 이등전등)’이라는 말이 있다. ‘글자나 말을 사용하지 않고 마음에서 마음으로 도를 전달한다’는 뜻이다. ‘마음에서 마음으로 소통’하면 가장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더라도 충분한 이해나 설득력있는 소통이 필요한 시대라는 것이다.

최근의 사태에도 불구하고 김 감독이 수십년간 일궈낸 성과나 경력이 매도되거나 지탄받아서는 안된다. 다만 과거처럼 우수한 결과를 내고자 한다면 김 감독 자신부터 변해야 한다는 것을 주문하고 싶다.

한화 이글스 구단에도 전한다. 팬들의 분노는 애정표현의 수단이다. 더 늦기 전에 오류를 수정하라. 현재가 지속된다면 분노는 더욱 무서운 무관심으로 바뀔 수 있다.

한화 이글스 선수들도 자책하거나 노여워 말라. 시즌 끝까지 최선을 다하라. 선수와 팀에 있어 경기는 승패병가지상사(勝敗兵家之常事)이지만 최선의 과정은 필요충분이기 때문이다.

그 것만이 한화 이글스 팬들이 다시 구장을 찾아 환호하게 하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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