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오늘=전혁수 기자] 4·13총선으로 대한민국 정치지형이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으로 바뀐 가운데 정부와 야권간 협치(協治)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26일 열린 박근혜 대통령의 언론인 오찬 간담회는 시작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지난 3년간 '불통'과 '고집'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던 박근혜 대통령이 스스로 소통의 현장에 나서는 특별한 날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박근혜 대통령은 '여전히' 변한 것이 없다는 것이었다. 지난 임기동안 늘 그래왔듯이 박 대통령은 '국회 탓'을 하기 시작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민생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또 경제활성화에도 국회 차원에서 뭔가 실질적으로 힘이 돼줘야 한다"며 "그런 쪽으로 국민들이 바라신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총선 후 정치지형 변화를 평가했다.

마치 현재 대한민국의 저성장 위기와 민생경제 파탄의 책임이 국회에 있다는 듯한 분위기를 풍기는 발언이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경제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것은 행정부의 몫이다. 정부의 책임이 더 크면 컸지 국회의 책임이 더 클 수가 없다.

심지어 19대 국회의 정부발의법안 처리율은 69.5%이었다. 1092건의 정부발의법안 중 759건을 처리해줘 상당히 정부에 협조적인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또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 총선결과에 대해 "국민들이 볼 때에도 양당체제가 식물국회"라며 "그래서 양당체제에서 3당 체제를 만들어 준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국회가 일을 잘 하지 못해 3당 체제가 형성됐다는 의미로 보인다. 정말 그럴까.

언론에서 최악의 국회라고 집중 포화를 맞고 있는 19대 국회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19대 국회는 최악이라고 보기 어렵다.

19대 국회는 법안 처리율이 지난달 8일을 기준으로 43.3%로 17대 56.8%, 18대 53.5%보다 10%이상 낮은 수치를 보였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탓의 근거가 이것에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절대건수를 놓고 비교해보면 지난달 8일까지 처리한 법안은 19대 국회가 7682건으로 4234건의 17대, 7427건의 18대를 훌쩍 넘어선다.

따지고 보면 19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 수는 17·18대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의정활동 의욕이 넘쳤던 국회였던 것이다. 오히려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를 비판할 자격이 있는 지가 미지수다.

또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이 속해 있는 새누리당의 총선 참패에 대해 정부와 대통령의 책임이라는 목소리는 단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많은 언론과 전문가들이 20대 총선의 패배 이유로 '친박'의 공천파동을 꼽고 있음에도, 정작 박근혜 대통령 자신은 "나는 친박을 만든 적이 없다"며 책임을 회피했다.

대한민국은 삼권분립 국가다. 행정, 입법, 사법이 조화를 이루고 서로 견제와 균형을 맞춰나가야 정상적인 국정운영이 가능한 국가라는 뜻이다.

이런 삼권분립 국가에서 입법부에 일방적으로 책임을 몰아가는 행정부 수장 박근혜 대통령. 과연 여소야대 정국에서 협치를 통한 국정운영을 해나갈 의지는 있는 지, 해나갈 수는 있을 지 우려가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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