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2배 가까이 인상 예정

▲ 영등포 타임스퀘어. 사진=뉴시스

[위클리오늘=신상득 전문기자] 서울 영등포역 앞에 자리한 타임스퀘어. 과거 경방필 백화점이 있었던 곳이다. 그 이전에는 방적공장인 주식회사 경방의 공장부지였다. 90년 역사의 경방은 이곳에 총 공사비 6000억원을 투입해 국내 최대 규모의 복합쇼핑몰 ‘영등포 타임스퀘어’를 건설했다. 타임스퀘어는 2009년 9월16일 오픈과 동시에 한달동안 하루 평균 21만명이 다녀가는 등 서울 서남부권의 명소로 자리잡았다. 총 규모 37만㎡(11만평, 쇼핑공간만은 총 30만2000㎡)에 신세계백화점, 이마트, 메리어트 코트야드 호텔, CGV멀티플렉스, 이마트, 교보문고, 아모리스홀, 오피스 2개 동과 SPA(생산, 유통 총괄관리) 브랜드 자라(ZARA)와 망고를 비롯해 200개 이상의 상업·업무·문화·레저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곳은 주말이면 백화점과 마트가 있는 복합쇼핑몰에 승용차들이 몰려 교통난이 극심하다. 이 때문에 타임스퀘어는 매년 교통유발부담금 10억원 가량을 서울시에 낸다.

그런데 국토부가 이런 대형건물에 부과하는 교통유발부담금 수준을 5년 안에 최대 3배가량 끌어올리기로 했다. 국토부는 우선 내년부터 교통유발부담금을 2배 가까이 인상키로 했다. 교통유발부담금은 말 그대로 교통체증을 유발하는 백화점, 마트 등 대형건물에 부과하는 지방세다. 교통유발부담금이 오르는 것은 1990년 제도 시행 이후 24년 만에 처음이다. 그동안 업계의 반발로 인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24년만의 교통유발부담금 인상을 두고 말들이 많다. 정부가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무리하게 추진한다는 주장, 건물이 크다고 무조건 똑같은 교통유발부담금을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등의 주장이 그것이다. 특히 유통업계의 반발이 심각하다. 교통유발부담금이 24년만에 오르는 걸 무조건 반발하는 것은 옳지 않다. 입법취지가 교통량을 줄이자는 취지이므로 교통량을 줄이는 곳에 감면 혜택을 두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가면 된다. 방향을 이렇게 잡는다면 적어도 박근혜 정부가 예산확보를 위해 쓰는 잔머리로 치부되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법은 제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취지를 잘 살려야 하는 법이니까.

국토부의 인상 계획

여형구 국토부 2차관은 지난 11일 기자들과 만나 “20여년 전부터 1㎡당 350원인 교통유발부담금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었다”면서 “내년에 시행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관련법 시행령(도시교통정비촉진법 시행령)을 개정해 현재 시설물 전체 면적이 3만㎡를 초과하는 건물에 대해 바닥 면적 1㎡당 연간 350원인 교통유발부담금을 내년에는 600원, 2018년에는 최대 1000원으로 올릴 계획이다. 현행 교통유발부담금은 면적에 비례하지만, 대형 건물일수록 단위 부담금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3000㎡ 이하는 현행 요금을 유지하며, 3000㎡ 초과 3만㎡ 이하는 2018년까지 700원으로 인상키로 했다.

국토부는 교통유발부담금은 인상하기로 했지만, 소규모 시설 소유자의 부담을 덜기 위해 공동 소유 시설물의 부과 제외 대상을 넓힐 방침이다. 교통유발부담금은 승용차 이용을 억제하고 대중교통을 활성화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가 도시교통정비지역에서 일정규모 이상 시설물에 부과·징수해 교통시설 확충 등에 사용하게 된다.

도시교통정비촉진법 시행령안은 기획재정부의 부담금운용심의위원회와 규제개혁심의위원회를 통과해야 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물가는 계속 올랐는데 교통유발부담금은 20년 넘게 그대로였다”라면서 “인상 필요성이 계속 제기됐지만 건물 소유주의 반발이 심했다”고 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업계 “강제 휴무 규정으로 매출 감소하는 데 심각한 부담”

정부의 교통유발부담금 인상 계획에 유통업체들이 반발했다. 정부의 눈치를 살피느라 큰 소리를 내진 못하면서도 죽겠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가뜩이나 영업시간과 신규출점 제한으로 타격을 입는 상황에서 가혹하다는 주장이다.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이른바 대형마트 3사는 전국매장에서 현재 도합 190억원의 교통유발부담금을 내고 있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190억원을 추가부담해 380억원을 내야 할 처지다.

한국체인스토어협회 이광림 팀장은 “최근 영업규제와 소비위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형마트 업계에는 심각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형마트 3사는 영업제한 시간 등의 규제를 강화한 유통법 개정안이 통과돼 오는 9월이면 전국의 모든 매장에 강제휴무가 적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전년대비 현재 5% 수준인 매출감소폭이 9월에는 9%까지 확대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강제 영업규제로 인해 매출은 갈수록 감소하는 상황에서 각종 비용 부담은 커지면서 대형유통업계의 시름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교통유발부담금은 혼잡비용과 맞물려 있어

교통유발부담금은 혼잡비용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혼잡비용이란 교통체증이 없는 상황에서 정상속도를 냈을 경우 줄일 수 있었던 불필요한 차량 운행비와 시간 손실 등을 환산한 액수를 말한다. 교통개발연구원 조사 자료에 따르면 2009년 한 해 동안 전국에서 발행한 교통혼잡 비용은 약 27조7055억원에 달했다. 전국 교통혼잡 비용은 해마다 약 1조원 가량씩 늘어나는 추세여서 2012년의 경우 30조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혼잡비용이 급증하는 것은 차량 보유대수 증가와 유가 인상, 주말 행락객 증가, 교통체증 심화, 도로에서의 교통사고 빈발 등이 원인이다. 이 비용을 줄이기 위한 교통정책으로는 도로시설 확충과 10부제, 혼잡통행료 및 주행세 부과 등이 있다. 하지만 이런 방법들은 긍정적임에도 제약이 크다. 도로시설 확충은 한계에 달했고, 10부제는 시민의 자발적 참여 없이는 불가능하다. 혼잡통행료와 주행세 부과는 액수를 대폭 올리기 전에는 통행량 감소 효과가 적고, 대폭 인상한다 해도 일부 부유층만 자유롭게 이용하게 된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교통유발 부담금 감경제도 도입 등 입법취지 살려야

교통유발부담금도 혼잡비용을 줄이는 것과 맞물려 있다. 혼잡비용을 줄이려면 차량의 운행이 줄어야 하기 때문이다. 교통유발부담금이 부과되는 대형 건물의 경우 주변에 심각한 교통장애가 유발되는 게 현실이다. 승용차를 이용하지 않고 대중교통을 주로 이용하는 시민은 하나같이 교통유발부담금 인상에 찬성하고 있다. 2012년 환경운동연합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3.9%가 부담금 인상에 찬성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의 교통유발부담금 인상 발표를 보면 어리석기 그지없다. 국토부 차관의 입에서 24년 인상되지 않았으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은 한심하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교통유발부담금의 입법취지를 조금만 생각했다면 이런 가소로운 발표는 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교통유발부담금은 교통을 유발하는 백화점, 마트 등 대형건물에 부과한다. 이 법률의 입법취지는 교통량을 줄이고자 하는 것이지 돈을 거둬들이고자 함이 아니다. 돈을 거둬들이고자 했다면 24년간 정부가 붙잡아뒀을 리 없다. 문제는 백화점이나 마트의 경우 고객 서비스 때문에 교통량을 손쉽게 줄이지 못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다양한 면제조치를 마련하면 일은 간단해 진다. 예컨대 승용차를 이용하지 않은 고객에 대해 할인쿠폰을 지급하면 교통유발부담금을 감면해 준다든지 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물론 많은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주차관제시스템 도입으로 교통량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하면 감면해 주는 방법도 동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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