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일대에 몰아친 성매매 단속실태

금년 들어 서울 강남 일대 룸살롱 등 유흥주점을 상대로 한 성매매 단속이 전쟁 수준이다. 경찰은 특급호텔 객실까지 습격해 성매매 적발을 감행하고, 강남구청은 검찰에서 수사권까지 받아 성매매 등 각종 불법행위를 단속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룸살롱 황제로 지칭되던 이경백 씨가 구속됐다 집행유예로 풀려나고, 세계 최대 규모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룸살롱 YTT 업주가 구속됐다. 검찰은 강남 일대 거대 유흥주점과 경찰과의 뒷거래 사실을 캐내기에 여념이 없다. 업자들은 더 이상 강남에서 유흥주점을 못하겠다고 아우성이다. 그러나 경찰과 강남구청의 성매매 단속은 거침이 없다. 연말 송년회 대목에도 단속의 칼날은 매섭기만 하다. 금년 하반기 강남 일대에 일진광풍 휘몰아친 성매매 실태를 집중 취재했다.

 
검찰, 수사권 독립 억지 차원에서
이경백 구속 후 경찰 비리 수사

2012년 하반기 강남지역의 룸살롱을 상대로 한 경찰의 대대적인 성매매 단속은 2010년 7월 검찰의 ‘룸살롱 황제’ 이경백(당시 38)의 구속에서 비롯됐다. 검찰이 이 씨를 42억원의 세금포탈 혐의로 구속기소하자 경찰은 경찰의 수사권 독립을 억지하기 위해 경찰의 비리에 손을 대려고 한 것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이를 의식이라도 한 듯 조현오 당시 경찰청장은 같은 해 8월 이경백과 유착 의혹이 있는 경찰관 66명을 적발해 이중 6명을 파면·해임하고 33명을 정직 감봉 등 중징계 했다. 경찰의 재빠른 대응에 검찰은 경찰관의 추가 비리를 밝혀내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경백은 2010년 9월 보석금 1억5000만원을 내고 석방된 뒤 재판을 받지 않고 도주했다. 법원이 너무 쉽게 보석을 해주었다는 비난이 일었다. 이 씨는 지명수배 상황에서 자신이 운영하던 한 클럽의 마담집에 기거하면서 ‘바지사장’ 오모 씨를 앞세워 강남구와 서초구 일대에서 룸살롱을 운영했다. 이씨는 2011년 7월 7일 밤 112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검거돼 검찰에 넘겨졌다.
 
1997년 서울 북창동에서 호객꾼으로 술집생활을 시작한 이 씨는 2000년 업소 내에서 성매매를 하는 이른바 ‘북창동식’ 유흥업소를 열어 부를 축적했고, 강남 일대에서 유흥업소 13곳을 운영하며 5년간 36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리며 ‘룸살롱의 황제’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경백,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석방 

지난 7월 14일 이경백은 항소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급 5억5000만원, 사회봉사 300시간을 선고 받고 풀려났다. 재판부가 1심의 징역 3년 6개월, 벌금 30억원이라는 중형을 대폭 감형해 준 것이다. 2심 재판부는 이 씨가 내지 않은 세금이 1심이 인정한 21억원이 아니라 2억원이라고 판단했다. 추정수익에 외상매출액이 포함돼 세금계산이 잘못됐다는 것이었다. 또 성매매 알선으로 처벌 받은 적이 없고, 재판 과정에서 세금 4억원을 납부한 정황을 고려해 양형을 감해 준다고 판시했다. 검찰은 법원의 솜방망이 처벌에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이 씨가 거액을 들여 최근 옷을 벗은 판사 출신의 변호사를 고용해 이뤄낸 전형적인 전관예우 재판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꾸준히 이경백과 경찰의 연결고리를 추적해 이경백이 구속된 이후 지금까지 전·현직 경찰관 19명과 공무원 1명을 구속했다. 구속된 총경 출신 이호준(61)은 이경백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경찰관들로부터 수백만원씩 뒷돈을 받은 혐의였고, 공무원 주상수(48)는 주상용 전 서울경찰청장의 사촌 동생으로 인사청탁을 받고 수억원을 뇌물로 받은 혐의였다.
 
경찰의 성매매 단속 특급호텔 겨냥
금년들어 총 8개 호텔 법적 조치

검찰 수사로 만신창이가 된 경찰은 호텔과 유흥주점 연계 성매매 현장 단속의 칼을 빼들었다. 호텔에 입주한 룸살롱이 호텔 일부 층을 빌려 성매매 장소로 쓰는 것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이었다. 이런 유형의 결합은 이미 1990년대 중반에 뿌리내린 상황이었다. 그러나 호텔을 상대로 수사를 벌이는 것은 매우 부담스러워 경찰이 대개는 보아넘기는 형국이었다.
 
금년 들어 모텔과 룸살롱이 연계된 성매매 단속에 주력하던 경찰은 지난 5월부터 특급호텔을 상대로 칼끝을 겨냥했다. 라마다서울호텔은 지하에 입주한 룸살롱 ‘블루’에 2개 층을 내주어 이곳에서 성매매가 이뤄지도록 했다. 경찰은 성매매가 이뤄지는 호텔 객실을 급습했다. 성매매를 단속하기 위해 호텔 객실을 급습해 문을 따고 증거를 확보하기도 했다. 경찰은 강남구에 호텔과 룸살롱의 불법사실을 통보했고, 강남구는 룸살롱 ‘블루’에 대해 영업정지 1개월, 호텔에 대해 영업정지 3개월의 행정처분을 내렸다.
호텔 객실 급습을 통한 성매매 단속은 지난 11월 14일 서울 역삼동의 라미르 호텔에서도 이뤄졌다. 치밀한 준비 끝에 객실 7곳에서 남녀 7쌍을 적발했다. 성매매에 가담한 7쌍과 호텔 사장, 유흥업소 업주 19명이 불구속입건됐다.
 
불황에도 풍속영업소 증가세
9월 기준 룸살롱 3만2790곳   

룸살롱 등 풍속영업소는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경기침체 상황에서도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다. 2012년 9월 기준 전국의 풍속영업소는 19만2108곳. 2011년 18만 751곳보다 6.3%(1만1357) 늘었다. 풍속영업소는 유흥주점, 단란주점, 노래연습장, 무도장, 숙박업이 포함돼 있다. 이중 룸살롱은 같은 기간 기준 3만2790곳으로 2010년 3만1294곳에 비해 4.8%(1496곳) 증가했다.
 
강남구도 성매매 등 불법행위 단속
사법권 갖고 매일 밤 10여곳 적발 

강남구의 성매매 단속도 날카롭다. 강남구는 지난 7월 7명으로 구성된 ‘불법·퇴폐행위 근절 특별전담팀’을 꾸리고 대대적인 단속을 시작했다. 이 팀을 통한 불법 퇴폐업소 단속은 구청장 출마 때 공약으로 내걸었을 만큼 신연희 구청장의 중점사업이었다. 구청 직원들의 단속 한계를 절감한 신 구청장은 서울중앙지검과 협의해 지난 8월 21일 이 팀에 직접 수사할 수 있도록 사법권한을 부여했다.
 
사법권한을 부여받은 전담팀의 움직임이 강력해졌다. 이들은 유흥업소나 단란주점, 노래방 등을 대상으로 모든 불법행위에 대한 단속을 벌이고 있다. 특히 룸살롱과 단란주점의 불법행위 단속에 주력하고 있다, 룸살롱의 성매매 행위, 단란주점의 여종업원 배석 등이 주요 단속 대상이다. 
 
전담팀은 오후 3시 출근해 한 밤중에 일을 한다. 매일 10곳을 적발해 행정조치를 하거나 고발조치를 한다. 사법권한을 부여받고 난 뒤 걸핏하면 대들고, 욕설을 하던 업주들이 많이 사라졌다.
 
단속의 효율성을 높이고, 업주들과의 유착관계를 만들지 않기 위해 단속에 관한 정보는 철저하게 비밀에 붙여진다. 단속반원조차 현장이 어딘 줄 모르고 단속 차량에 오른다. 차량에 올라 목적지가 적힌 주소만 건네받을 뿐이다.
 
강남에서 벌이는 유흥업소와의 전쟁이 얼마나 지속될는지, 효과가 어느 정도일는지 정확히 예단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강남에서 더 이상 장사할 수 없다는 업주들의 탄식을 보면 효과는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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