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정자 ‘민병국부강(民病國不强) 민사국필망(民死國必亡)’ 아로새긴 결과

[위클리오늘=최희호 기자] 00대 국회의 개원 법정시한이 보름이나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여야 3당은 여유있게 원구성 합의에 성공하면서 21대 국회부터 이어 온 몇 십여 년의 전통을 이번에도 유감없이 계승했다.

그동안 여야 원내사령탑들은 연휴도 반납한 채 밤낮없이 마라톤 회의를 이어가는 등 민심을 향한 일편단심 ‘민심 바라기’ 공약 그대로 여야 모두 당리당략 없이 대승적 차원에서 법정시한을 보름이나 남겨 놓고도 원만히 원구성 합의를 성사시켰다.

국회의장직 뿐만 아니라 중요 상임위원장 배분도 서로 양보하며 ‘협치 전통’을 이어간 여야는 정치에 무관심한 민의에 대해 무조건적인 ‘짝사랑’ 구애(求愛)만이 대량실직의 구조조정 여파가 국회까지 미치지 않도록 전전긍긍했다는 각 계의 일치된 분석이다.

이는 20대 국회 이후 OECD 가입국 중 북유럽 선진국의 평균치 수준으로 삭감을 거듭하던 세비감액을 이번 국회에 들어서는 전면 폐지할 수도 있다는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강조해온 각 당 초선의원들의 공통된 공약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의석수도 300석에서 대폭 줄어 150석으로 반토막이 난 뒤 지역주의를 조장해 혹세무민하거나 선거법 위반 또는 재임시 청탁·수뢰 등 위법을 저지른 의원들의 피선거권이 20대 국회 이후 법률에 의해 종신토록 박탈되면서부터 매번 개원 때마다 반복되는 여야의 ‘협치 전통’이라는 평이다.
     
특히, 여야의 원만한 원구성 합의 전통의 역사는 20대 국회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6년 당시 법을 스스로 만드는 입법 국회가 13대부터 20대까지 무려 이십 여 년 동안 ‘지각 개원’ 폐습에 젖어 스스로 법을 어기던 파행이 계속 되고 있었다.

안그래도 매일같이 치솟는 주거비용과 청소년 실업을 비롯한 대량실직 등 생활고에 찌들어 뿔이 날대로 난 성난 민심이 열악한 흙수저의 태생을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여야의 당파싸움과 정부의 관리부실 속에 새로운 ‘인재로 인한 사건사고’들이 자고나면 언론 매체를 통해 쉼없이 들려왔다.

‘옥시사태’에 이어 끊이지 않던 ‘묻지마 살인’, 밥대신 빵으로 연명하며 작업도중 구이역 스크린도어에 낀 채 죽어 간 한 청년의 가슴아픈 사망소식 등 안타까운 국민들의 힘든 삶들이 하루도 그르지 않고 대서특필됐다.

기자는 당시 ‘민병국부강(民病國不强) 민사국필망(民死國必亡)’이라는 글귀를 머리 속에 지어 보곤했다. 그냥 혼자 읊조린 말이지만 참으로 무서운 말이다. 백성이 아프면 국가는 쇠락하고, 죽어가는 백성이 넘쳐나면 필시 국가는 망하는 것이다. 이는 민초와 위정자가 둘이 아닌 한 몸이며 뿌리가 같은 동일한 유기체라는 것이다.

2016년 대다수의 국민들이 구태정치에 대거 실망하며 여의도에 등을 돌리자 혁신을 주장하던 여야의 일부 양심있는 의원들을 중심으로 여의도 정가가 서서히 변하기 시작했다.

그 때 민심의 엄중한 명령을 아로새긴 20대 국회의 지각있는 일부 의원들이 중심이 돼 ‘민심이 떠나면 국회는 없다’는 ‘국회 무용설’의 확산으로 원내사령탑들의 절치부심(切齒腐心) ‘협치·상생정치’의 자구(自求) 노력으로 뜻있는 국민과 바른 정치인이 모두 함께 일궈낸 정치적 대변화이기도 했다.

지금은 상상도 되지 않지만 당시 언론에서는 “경제·안보·안전 할 것 없이 국가 기반이 흔들리는데 정가의 구태는 전혀 달라지지 않으니 큰일이다”면서 “20대 총선에서 국민의 지엄한 명령으로 여소야대의 3당 구도를 만들어 주었지만 새누리당은 여전히 계파싸움을, 원내1당 더불어민주당은 소수당 시절의 구태를 여전히 답습하고, 국민의당 역시 당리당략으로 캐스팅보터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한다”라고 보도할 만큼 정치권이 주인을 깔보던 때도 있었다.

그러나 이는 다 케케묵은 옛날 얘기지만, 당시 여야3당 원내사령탑들은 혁신의 기치를 들고 민심의 엄중함을 아로새겨 협치와 상생정치의 틀 안에서 머리를 모았다.

당시 집권여당이던 새누리당은 야당과 끝없이 대화로써 난제를 풀어가며 자리(自利) 이타(利他)의 정신으로 과감하게 당 안팎의 혁신에 성공했다. 계파를 청산하고 당·정·청 협력으로 여소야대 정국의 원만한 국회 운영을 위해 끝끝내 야당 설득을 이끌어 내어 박근혜 대통령 후반기에도 정부가 상당한 성과를 거두게 하였다.

원내1당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운영을 주도하며 ‘반대를 위한 반대’의 낡은 아이콘을 벗어 던졌다. 정책으로 승부하는 정당, 대안 정당으로의 탈바꿈은 국민 의사를 대변해 당시 박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 초당적인 협력으로 국민 생활의 질을 향상시켰다는 평가를 지금도 받고 있다.

캐스팅보터 국민의당 역시 당리당략을 버리고 무엇이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것인가에 집중해 항상 초당적 선택으로 여야 간 이견을 조율하며 중요한 캐스팅보트 역할을 탁월히 수행했다는 높은 평을 받았었다.

여의도 정가의 높고 빽 든든하신 의원님네께 몇 마디 전한다.

시골집 창고 한 쪽 구석에 고양이가 새끼를 낳은 지 한 달 남짓 지났다. 새끼는 모두 귀엽다지만 기자에게 있어 고양이 새끼와 그 말은 다소 낯설게 느껴진다. 그래도 삐쩍마른 어미는 대소변을 핥아주며 낮밤없이 지극 정성으로 새끼를 돌보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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