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이석 아이틴교육연구소장

[위클리오늘신문사] 우리나라에서는 초등학생들을 통칭해 어린이라고 말하지만 스페인에서는 ‘작은 어른’이라고 부른다.

스페인에서는 어릴 적부터 어른이 되기 위한 준비과정으로 인식하고 이를 교육을 통해 책임감과 자립성을 가르친다.

‘세상은 바다와 같으며, 바다에서 헤엄치지 못하는 사람은 물에 빠져 죽는다’는 스페인 속담이 있다. 내전과 더운 기후 때문에 스페인에서는 자신의 몸을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의식이 강하기 때문에 어린이들에게 자립심을 심어주는 교육은 이를 기반으로 한다.

한국의 경우 아이를 보호하고 배려해야 할 대상으로 보기 때문에 아이들이 무서워하는 것이나 어린이집에서의 활동, 그리고 학교에서 필요한 준비물 등을 부모에게 미리 알려준다. 뿐만 아니라 식단이나 배우는 과목까지 일일이 부모에게 통지해 준다.

하지만 스페인에서는 아이들의 활동이나 준비물 등을 활동 일지에 적지 않는다. 부모가 물어보면 아이의 부족한 점보다 아이가 어떤 일을 성실하게 해냈는 지 위주로 결과를 말해준다. 그리고 부모가 아니라 아이들에게 말해주기 때문에 한국과 달리 모든 준비물을 아이들이 직접 챙긴다.

어렸을 때부터 자신의 일을 스스로 해낼 줄 알아야 한다는 ‘어린 어른’으로 대접받은 아이들은 이기적인 아이가 되는 대신 책임감이 얼마나 중요한 지 자연스럽게 몸으로 익히게 된다.

스페인에서 가장 인기있는 어린이 놀이터는 미크로폴리스인데, 이는 아이들이 직접 어른이 돼 할 수 있는 직업을 체험해 보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지도교사가 함께 하지만 스페인에서는 지도 교사가 따로 없다. 미크로폴리스는 규칙을 학습하고 실행해 볼 수 있는 학습기관의 역할을 한다.

덕분에 스페인에서는 아이들이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사회와 정치에 대해 관심을 가진다. 이후 아이들이 유치원에서 초중고 학습기관을 거쳐 교육을 받을 때도 이런 책임감 교육은 계속 이어진다. 선생님들은 학생들이 잘못했을 때, 부모에게 바로 통보하지 않는다. 학생에게 정학이나 체벌을 내릴 때도 부모의 의사는 반영되지 않는다. 학생이 잘못한 행위는 부모와 관련이 없다는 냉정한 판단 하에서다. 물론 이러한 책임감 강조 때문에 스페인 부모들이 제대로 훈육을 하지 못한다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이런 책임감 교육 덕분에 스페인은 세계 빈곤국이라는 오명을 벗고 세계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다. 가령 프랑스 보르도 최고 와인을 제치고 스페인 특유의 산미를 살린 와인을 내놓아 세계적으로 가성비를 인정받은 와이너리 ‘토레스’의 오너 미겔 토레스가 그 중 한 사람이었다.

토레스의 와인은 1979년 파리 올림피아드에서 열린 ‘블라인드 테이스팅’ 대회에서 프랑스의 최고급 와인들을 제치고 우승했다. 가성비로 국민 와인이라고 불리는 ‘토레스’는 다른 유럽에서는 후진국 와인이라는 비난을 받았지만, 수많은 와인 대회에서 연달아 입상하면서 그 명성을 빛낼 수 있었다.

또한 세계적으로 유명한 패션 브랜드 자라의 회장 아만시오 오르테가는 중저가 패스트 패션 브랜드로 시작했지만 다양한 디자이너들과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인지도를 높이고 여러 나라에 맞춘 디자인들을 내놓으면서 많은 수익을 거두었다.

처음에는 싸구려 패션이라는 말을 들었지만, 나중에 공개된 명단에서 그가 루이비통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보다 2배 가까운 재산을 가진 데다 세계 2위 부자에 올랐다는 것이 밝혀진 이후 세계 패션 그룹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이들은 스페인이라는 나라에 대한 유럽의 비하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일에 소홀히 하지 않고 묵묵히 노력했다. 그들은 성공하면 좋지만, 실패하면 결국 그들 자신의 책임으로 끝날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덕분에 그들은 최고의 자리에 올라설 수 있었다.

최근 한국에서는 아이들에 대한 부모의 과보호를 문제 삼는 일이 많다. 헬리콥터 맘이나 캥거루 맘 등, 아이가 외동인 경우가 많다 보니 자연스레 관심이 쏠리기는 하지만 이는 아이들의 자립을 방해하고 선생님들의 교육에 끼어들게 되는 일들을 초래한다.

이는 악영향에 가까운 것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스페인처럼 아이들에게 자신이 한 잘못이나 일의 책임감을 알려주기 위해 부모에게 먼저 통보하거나 아이들에게 부모님께 먼저 말씀드리라고 말하는 대신, 아이들 자신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거나 준비물을 챙겨오게 하는 등 자립심을 키워주는 발화와 책임감과 자립심 부여가 필요하다.
<아이틴교육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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