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눔과 기부의 문화’ 정착에 앞장서는 ‘의사안중근장군 장학회’ 상임이사 소프라노 이경미.<사진= 이경미>

[위클리오늘=이경원 기자] 독일의 도이치뱅크 본사에는 아프가니스탄 난민은 물론 북한 주민을 돕는 기부금 용지까지 20여 종에 달하는 기부금 접수 창구가 있다.

독일에서는 은행 일을 보러 들럿다가 잠시 이 창구에서 자신의 계좌번호와 기부금 액수를 적어 내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한다.

'위클리오늘'은 독일식 기부문화를 경험하고 귀국한 뒤 우리나라 기부문화의 인식 제고를 위해 ‘의사안중근장군 장학회’ 상임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성악가 소프라노 이경미 씨를 만났다.

그녀는 지난 2월에 라움 갤러리홀서 열린 나눔문화 콘서트 ‘땡큐 시사매거진’을 직접 기획해 공연과 함께 후원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Q : 최근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A : 이전에는 주로 독일에서 유학생활을 하고 네덜란드 오페라단 주드(Opera Zuid)에서 2년 간 솔리스트로 활동했다.

오페라 쟈니스키키, 라보엠, 코지판투테, 팔리아치, 마술피리, 휘가로의 결혼 등 국외 활동이 많았다. 유럽의 성당이나 교회에서도 오라토리아와 칸타타의 독창자로서 활동했다.

가장 최근의 활동은 ‘감사와 나눔’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진행된 나눔문화 콘서트다. 200여 명이 함께 했던 자리였는데 지금 직책을 맡고 있는 ‘의사안중근장군 장학회’의 후원금 전달을 위해 여러분들과 힘을 모아 기획했다.

음악을 하는 사람이다보니 후원이나 기부 활동에 음악을 활용하는 것이 더 부드럽고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것 같다. 

Q : 상임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재)의사안중근장군 장학회’는 어떤 단체인지

A : (재)의사안중근장군 장학회는 지난 2011년 안중근의사기념관건립위원회 고문인 이수성 전 국무총리가 우범장학재단과 통합해 발족한 단체다.

장학회는 꾸준히 아이들을 위해 장학금을 전달해 오고 있는데, 올 초에도 서울시의 추천으로 17명, 각 지역 학교장 추천으로 28명의 아이들에게 재단 장학금을 줬다.

지난 나눔문화 콘서트에서도 청소년 육상연맹 등 여러 곳에서 추천받은 아이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했다.

이 장학회는 명예이사장인 이수성 전 국무총리와 남편의 인연으로 알게 됐는데 그동안 인연을 쌓으며 꾸준히 기부를 해왔다. 그렇게 돈독한 관계가 돼 우연한 기회에 이사직을 받게 됐다.

행사도 선뜻 참여하고 좋은 뜻으로 함께 한 걸 좋게 보신 것 같다. 사실 상임이사 분들은 예전에 다 장관급 직책을 갖고 일하셨던 경우가 많아서 그에 비하면 부족한 게 많지만 기왕 맡겨주신 거 열심히 해야겠다 싶었다.

앞으로 할 일이 굉장히 많아질 것 같다.

▲ 그녀는 기부문화의 저변 확대를 위해 "공연과 기부 문화를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사진= 이경미>

Q : 기부 공연을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지

A : 우리나라는 굉장히 짧은 시간에 눈부신 경제발전을 이룬 나라다. 너무 빨리 발전해서 ‘노블리스 오블리주’같은 개념이나 소액기부 문화가 유럽처럼 생활 속에 녹아있질 않은 것 같다.

독일은 과거 '나치즘'과 2차대전 패전국, 그리고 분단 조국의 반목에 따른 갈등의 아픈 역사가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부문화가 생활화 돼 있다.

‘기부 공연’이라고 내걸지 않아도 모든 행사는 ‘수익금을 좋은 일에 기부한다’는 인식이 국민정서에 깔려 있다. 공연을 보고 나가는 관객들도 크든 적든 돈 액수에 상관없이 기부하고 싶은 만큼 하고 나간다.

사실 한편으로는,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내 기부금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정말 제대로 전달될까’하는 의구심이 많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한다.

제 개인적 사견으로는, 한국은 기부문화가 자리잡기 위한 투명한 운영이 다소 미흡한 것 같다. 하지만 독일의 경우는 기부문화 정착이 잘 된 탓에 당연하게 나눔과 기부를 즐겨 하는 것 같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의식이 조금 더 변할 수 없을까 하는 마음에 공연과 기부문화를 알리고 싶었다.

큰 돈이 아니더라도 나눔이 생활화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내가 가진 재능과 주변 인맥을 통해 조금씩 기부문화 홍보를 하고 싶다.

기부문화의 저변 확대를 위해 ‘음악’이라는 부드러운 매개체가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직접 공연을 기획해 보니 기부문화의 인식이 변화해야 한다는 것을 절감할 수 있었다"는 그녀를 통해 ‘나눔의 기쁨’이라는 말을 실감했다.

나눔의 손길은 누군가에게는 절실한 기적이 되고, 나누는 자에게는 다시 기쁨으로 되돌아 오는 것. 나눔은 각박한 현대인의 찌든 삶을 아름답게 가꿔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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