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이후 해피아 수 오히려 증가
해수부 퇴직 공직자, 산하기관 등 재취업율 93%

[위클리오늘=최희호 편집국장] 2014년 4월16일, 인천을 출발해 제주로 향하던 여객선이 전남 진도군 인근 해역에서 침몰한 일명 ‘세월호 사건’. 수학여행 가던 안산 단원고 학생을 비롯해 탑승객 476명 중 295명이 사망했다.

‘비리의 천국, 안전불감증 천국…(한국) 사회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낸, 기본과 원칙을 무시해 벌어진 후진국형 대형 참사였다.

그해 8월엔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을 방문해 세월호 유가족을 직접 만나 위로하기도 했다. 수습 과정에서 정부는 각 부처 간 불협화음으로 우왕좌왕해 국민들로부터 공분을 샀고 우리 사회는 ‘세월호 특별법’ 논란에 오랫동안 진통을 겪어왔다.

그러나 세월호를 버리고 도주했던 이준석 선장 등 선원 15명만 살인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됐을 뿐 간접적 책임이 있는 사람들은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았다.

사고를 유발시킨 유·무형의 사회 폐단에 대한 강도 높은 ‘적폐 척결’의 목소리는 공허한 메아리로 변해 ‘세월호’로 희생된 안타까운 영혼과 허공을 떠돌 뿐이다.

경제 논리에 매몰된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업계유착과 그 비리 원인으로 지적된 ‘관피아(관료+마피아)’ 논란에 박근혜 정부는 그간 여론의 뭇매로 진땀을 쏟았었다.

그리고 ‘혁신’을 바라던 요구들에 청와대는 세월호 참사 34일 만에 해경과 안행부, 해수부의 환부에 메스를 들이대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세월호 대국민담화’를 발표했었다.

그리고는 세월이 흘러 어느덧 2016년 8월 중순, 무지하게 더운 여름이다. 세월은 2년 넘게 흘렀는데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의 관련 부처는 그동안 얼마나 혁신됐을까.

▲ 해양수산부 퇴직공직자(4급 이상) 재취업 현황(51명). 2013년 3월23일 해양수산부 출범 이후 '공직자윤리법 적용 대상' 퇴직공직자 재취업 현황표 <표=해양수산부 제출 자료>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이후 ‘관피아의 척결’이라는 여론이 봇물처럼 터져 나왔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대형 참사 이후에도 여전히 해양수산부 산하기관 등은 ‘해피아 천국’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국회 야당 한 의원이 해양수산부로부터 제출받은 ‘퇴직공직자(4급 이상) 재취업 현황’ 자료에 따르면, 해수부 퇴직 공직자들이 줄줄이 재취업한 곳은 바로 그 산하기관(단체) 등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최근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로 숨진 ‘흙수저 김모군’ 사건에서 드러난 ‘메피아·철피아’ 적폐와 너무나도 닮아 있다는 지적이다.

자료에 따르면, 2013년 3월 해양수산부가 출범한 이후 4급 이상으로 퇴직한 고위공직자 중 재취업한 57명 가운데 13명을 제외한 44명이 해양수산부 산하기관에 재취업한 것으로 파악돼 ‘관피아 척결’을 약속했던 당시 정부의 담화를 무색케 했다.

또 해양수산부 업무와 밀접한 연관성을 갖는 민간업체에 취업한 인원도 9명에 이르고 있다. 산하기관 및 관련 민간업체에 재취업한 인원은 총 53명으로 비율로 환산하면 93%에 달한다.

특히 세월호 참사 이후, 해양수산부 산하기관 및 관련 민간업체에 재취업한 인원은 34명으로 확인되는 등 오히려 해피아의 숫자는 세월호 참사 이전의 19명보다 더 늘어난 수치다.

뿐만 아니라 세월호 참사 당시 주요 책임자급이던 고위 공직자들이 줄줄이 해양수산부 산하 ‘공공기관장’으로 재취업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더하고 있다.

지난해 4월 설립된 국립해양박물관 관장으로 세월호 참사 당시 최고위직으로 있었던 손재학 전 차관이 임명됐고, 세월호 참사에 대한 책임으로 퇴직한 우예종 전 기획조정실장은 부산항만공사 사장으로 임명됐다.

특히, 손재학 전 차관은 정식적인 관장 후보자공모 없이 국립해양박물관 설립위원회의 추천을 받고 관장으로 임명된 것으로 밝혀져 특혜성 시비로 논란이 일고 있다.

우실장과 함께 퇴직한 강준석 전 수산정책실장은 국립수산과학원 원장으로 임명됐고, 서병규 부산지방해양수산청장은 한국해양수산연수원 원장으로 임명됐다.

국회 한 의원실의 주장에 따르면, 이들 기관장들이 받는 연봉은 1억 원 이상이며, 성과에 따라 국립해양박물관 기관장은 최대 1억 8천만 원, 부산항망공사 기관장은 최대 2억 8천만 원까지 받을 수 있다고 한다.

11일 해수부 당당 상임위 한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의 핵심 원인으로 관피아 문제를 지적하고, 관피아 척결에 대한 의지를 불태웠지만, 국민들을 현혹시키기 위한 말뿐인 구호에 불과하다는 것이 증명됐다”고 지적했다.

원인을 알고도 변화를 꾀하지 않는 우리 사회의 '적폐'가 해소되지 않는 한, 제2의 세월호 참사는 언제든 벌어질 수 있다.

이같은 대형 참사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부가 직접나서 관피아(철피아 등)에 대한 실태조사를 강도 높게 벌이고, 정치권의 보다 강화된 방지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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