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전자 검사성적서에 나온 현미경 검사 결과 사진, 하얀 컵 속 검은 솜 조각 모양의 이물질.<사진=조선비즈>

[위클리오늘=이광성 기자] LG전자 정수기에서 검은색의 솜 조각 이물질이 발견돼 논란이 일고 있다.

17일 조선비즈에 따르면 LG전자 내부 문건에 정체불명의 검은 이물질은 '미생물'로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LG전자는 "제품 자체의 하자나 결함과는 상관없는 것으로 추정한다"며 "물이 나오는 곳(출수구)의 관리 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고객이 제품 회수를 동의한다면 정확한 원인을 분석해 제공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제는 지난 2014년 7월 15일 LG전자 얼음정수기(모델명: WDP72RW1.AKOR) 렌탈 서비스에 가입한 서울 강서구에 사는 전모씨(여⋅50)가 정수기 본체에서 물이 계속 새는 것을 발견하고 AS를 받은 뒤 물을 마시려던 중 우연히 하얀 컵 속의 검은 이물질을 발견했다.

이에 전씨가 LG전자에 이러한 문제를 제기하자 LG전자는 다음 날인 15일 문제가 된 정수기의 물을 검사하겠다며 한 통 가득 물을 받아간 후 자체적으로 검사를 실시했다.

LG전자 창원1공장 수질분석실이 이 정수기 물을 검사한 결과 'LGE Internal Use Only(외부유출 금지)'라고 명시한 검사성적서에서 '정수기에서 채취한 물에서 검출된 검은색 솜 조각처럼 보이던 이물질은 동일한 두께, 긴 형태의 미생물로 확인됐다'고 기재돼 있다.
 
전씨는 올 1월부터 8월까지 노부모와 어린 조카들까지 복통과 설사로 병원을 찾았다고 호소했다. 70~80대 노부모는 응급실을 거쳐 입원 치료까지 받았다. 당시에는 가족들뿐 아니라 병원에서조차 그 원인을 제대로 몰랐다며 전씨는 분개했다.

의학계에선 여름철에 마시는 물의 위생상태에 대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노인이나 영유아, 아동의 경우 신체 면역력이 일반 성인보다 떨어져 수인성 감염 질환에 의한 증상이 심하게 나타나고, 이로 인한 응급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희민 연세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각종 균이나 미생물 등으로 오염된 식수를 섭취할 경우 생길 수 있는 대표적 수인성 감염 질환은 '세균성 이질'이다. 그 증상은 발열, 구토, 오심, 복통 등을 동반한 설사를 지속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물질 발견 9일만인 지난달 21일 LG전자는 전씨가 요구하지 않았음에도 새 모델(WD500AS) 정수기를 새로 설치해줬다. 같은 날 기존에 문제가 있던 정수기를 수거하려 했으나, 전씨가 강하게 반발하자 일단 LG전자 서비스센터 직원들은 철수했다.

LG전자 측은 유선상으로 새 모델 교체(1년 무상), 기존 계약 해지(2년간 렌탈비 반환), 그리고 합의금 50만원을 제시했지만 전씨가 합의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전씨는 "대기업 제품을 믿고 이용했는데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서 "여러 가지 정신적인 고통도 있고, 혹시 모를 다른 피해자들을 위해서라도 정식 사과와 리콜 등 합리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위클리오늘'은 LG전자 관계자와 여러차례 통화 시도와 함께 취재관련 문자를 남겼지만 관련 답변을 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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