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이석 아이틴교육연구소장.

[위클리오늘신문사] 남아메리카 북부지역에 위치한 베네수엘라는 마라카이보(Maracaibo) 호수에 세워진 인디오 가옥에서 베네치아를 연상해 ‘작은 베네치아’라는 뜻으로 나라 이름을 지었다.

베네수엘라는 세계 5위 석유수출국으로 석유관련 수출품이 약 90%를 차지하지만 인구 2640만 명 중 80%가 빈민에 해당할 정도로 빈부의 격차가 극심하다.

과거 정치적 혼란으로 내분과 마약, 폭력이 난무했던 베네수엘라는 국가적 비전이 어두웠다.

청소년들이 가난과 마약, 방황 및 폭력 등으로 물들어 갈 때 시골의 한 지하 주차장에서 ‘엘 시스테마(El Systema)’라는 교육혁명 운동이 일어났다.

베네수엘라 북서쪽에 있는 도시 발레라(Valera)의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난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Jose Antonio Abreu, 1939∼)는  ‘음악은 만인을 평등하게’라는 사상으로 음악 교육을 통해 사회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다.

그는 1975년부터 불우한 처지에서 방황하는 7명의 청소년들과 함께 이 교육을 시작했다.

하지만 청소년들이 점차 늘어 더 넓은 장소와 더 많은 재원이 필요하게 됐고 정부와 기업, 국민들의 호응을 이끌어내면서 국가적인 인성교육의 중추로 이 교육을 정착시켰다.

그 덕분에 그는 베네수엘라 50년 역사에 발전을 가져온 ‘희망을 심는 사람’이라는 영예로운 칭호를 얻었다.

흔들림 없는 신념, 따뜻한 마음, 강한 의지의 소유자인 아브레우는 단순히 베네수엘라의 젊은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치는 것을 넘어 평등의 가치를 전파하고 보호하는 임무까지 교육했다.

‘엘 시스테마’는 베네수엘라의 사회적 소외계층 청소년들을 위한 오케스트라 프로그램으로 30만 명 이상 청소년들에게 음악을 가르쳐 그들이 범죄에 빠지는 것을 막았다.

또한 청소년들은 악기를 배우면서 자아실현 방법을 터득하고 화음을 맞추면서 협동심과 책임감을 배울 수 있었다.

때문에 이 교육은 청소년들을 건강한 사회인으로 성장시키는 인성교육의 역할을 톡톡히 수행했다.

1975년 엘 시스테마가 창립된 이래 40만이 넘는 청소년이 혜택을 받았으며 현재는 100개가 넘는 지부(Nucloes)와 1만5천 명의 지도교사, 25만 명의 학생들이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로 인해 빈민가 아이들의 삶은 바뀌었고 청소년 범죄율도 낮아지는 동시에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훌륭한 음악가까지 배출해 나라의 위상도 크게 높아졌다.

음악은 그 자체로서 청소년들의 예민한 감수성을 키워주며 인성교육과 정서함양에 획기적인 요소를 지니고 있다.

‘엘 시스테마’가 이룩한 가장 중요한 업적은 아이들 각자에게 음악이라는 순수한 예술적 기쁨을 지각하는 능력을 선사한 것이다.

그리고 이 프로그램을 통해 빈부의 격차나 계급을 넘어선 평등과 화합의 정신을 깨닫게 하고 자아실현의 계기를 만들어 주고 있다.

우리나라의 정부는 청소년들의 학교 폭력과 같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적 소외계층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엘 시스테마’ 모델로 한 음악교육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시행하고 있다.

한국 문화예술 교육진흥원의 ‘예술 꽃 씨앗학교’, 함께 걷는 아이들이 시행하고 있는 ‘올키즈스트라’, 한국교육진흥원의 ‘해피뮤직스쿨’, 마리아 수녀회가 보살피고 있는 ‘알로이시오’ 등 이외에도 많은 프로그램들이 있다.

그러나 ‘엘 시스테마’에 대한 자세한 분석과 철저한 준비 없이 좋은 취지만을 목표에 두고 울타리만 따라 만들다보니 실속 없는 교육으로 남게 되었다.

앞으로 우리나라의 음악교육이 독자적인 모델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먼저 오케스트라를 담당하는 전담 교사를 채용해 보다 전문적인 교육이 가능하도록 구축해야 한다.

또한 오케스트라 내의 다양한 악기 구성이 가능하도록 국가적인 지원과 지역 사회의 꾸준한 관심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청소년들이 음악을 배우고 즐기는 것이 음악적 감성 함양 뿐 아니라 개인의 행복한 삶을 가꾸는 것으로 이어져 가족과 지역 사회, 더 나아가 우리나라 전체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교육해야 할 것이다.

<아이틴교육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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