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오늘 최학진 기자> 
중기청의 행정조치 법적근거도 없이 임의로 해제
법조계 “법적 근거 모호하면 법리 검토 필수” 지적

  조달자격이 박탈된 27개 단체에 조달청이 불법으로 조달자격을 부여해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는 11월 19일자 본보 보도와 관련, 조달청이 “관련법에 의한 조치였다”는 취지의 해명자료를 냈다. 그러나 조달청 해명은 자신들의 불법적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해 사건의 본질을 왜곡한 궤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조달청은 지난 11월 30일 보도해명자료를 내고 “주무부처가 직접생산을 확인하도록 규정한 중기제품구매촉진법(이하 구매촉진법) 1항과 중앙관서의 장이 수의계약 대상물품의 직접생산 여부를 확인토록 규정한 국가계약법 3항에 따라 주무부처가 직접생산하고 있음을 확인한 뒤 계약을 체결했다”고 주장했다.

조달청은 이번 사건의 핵심인 ‘어떤 법률을 근거로 중기청의 행정조치를 번복했는가’에 대해서는 어떤 해명이나 설명을 하지 않은 채 ‘주무부처에서 직접생산확인증을 발급받아 계약한 것은 법률에 근거한 것’이라고만 주장하고 있다.

조달청은 그러나 27개 단체의 불법하청생산을 적발해 6개월간 조달자격을 박탈(직접생산확인증 발급 취소)한 중기청의 행정조치를 조달청이 어떤 법률을 근거로 뒤집었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해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

조달청은 뿐만 아니라 중기청의 행정조치를 뒤집으면서도 아무런 법리적 검토조차 거치지 않은 채 주무부처(보훈처,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중기청)와 구두협의만 거친 것으로 나타났다.

조달청 관계자는 “어떤 법률을 근거로 중기청의 행정조치를 뒤집었는가”라는 본보 취재기자 질문에 “차관급 회의에서 결정했다”고 답변했다가, 나중에는 자료를 통해 “주무부처와 협의를 거쳤다”고 말을 바꿨다.

법무법인 바른의 한 변호사는 “정부 부처가 단행한 행정조치를 다른 부처가 해제하려면, 마땅한 법적근거가 있어야 하고, 법적근거가 모호할 경우 이에 대한 법리적 검토는 필수”라며 “일반적으로 행정행위를 번복하는 수단은 법원의 판결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조달청이 법적근거 없이 중기청의 행정조치에 반하는 결정을 내린 것은 중기청 행정조치의 법적효력을 상실케 한 초법적 권한행사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한 보훈단체 관계자는 “조달청이 법에 의해 결정된 중기청의 행정조치를 임의로 풀어준 것은 초법적 권한행사로 이는 명백한 직원남용 행위”라며 “앞으로 단체들이 불법 하청생산으로 적발되더라도 중기청이나 주무관청에 항의하려 들 것”이라고 말했다.

중기청 관계자는 “사상 유례 없는 일이어서 뭐라 답변하기 곤란하지만 아무래도 조달청의 번복결정은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며 “불법하청생산 행위를 하다가 적발된 단체들의 항의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편 “주무부처가 직접생산을 확인하고 계약했다”는 말도 거짓말로 드러났다. 27개 단체가 직접생산을 하지 않다가 적발된 시기는 9월이었고, 조달청이 다시 계약을 해준 것은 11월부터였다. 같은 공장에서 생산되는 제품을 불과 2개월만에 직접생산이라고 주장하면서, 아무런 근거자료도 제시하지 않는 것은 명백한 거짓말이다.

실제로 본보가 확인해 보도한 것처럼 당시 2개 단체는 똑같은 공장에서 하청생산된 제품을 납품하고 있었다. 나머지 단체도 확인하지 못했으나 자가공장을 갖추지 않았던 점, 같은 공장에서 생산이 이뤄지고 있는 점 등을 통해 하청생산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중기청의 한 관계자는 “중기청은 중소기업중앙회를 통해 단속한 결과를 근거로 6개월간 계약을 하지 못하도록 행정조치한 것인데, 다른 주무부처에서 직접생산확인증을 발급하는 바람에 중기청의 행정조치는 아무런 법적 효력이 없어지게 됐다”면서 “불법행위에 단속된 단체들이 항의하면 뭐라고 대답해야 좋을 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위클리오늘 최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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