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선캠프 필승전략 대공개 - 민주통합당 문재인 캠프

▲ 정권교체를 위해 공동 유세에 나서기로 한 문재인후보와 안철수 전 후보가 지난 6일 회동후 손을 맞잡고 있다. 사진=뉴시스

<위클리오늘 나권일 기자>  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죽다 살아났다.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후보에 5~9%까지 밀리던 문 후보는 지난 6일 안철수 전 후보와의 극적인 회동을 통해 기사회생, 이제는 역전까지 넘보고 있다. 안 전 후보가 수도권의 중도층과 부동표를 흡수해주고, 투표율 올리기 캠페인으로 젊은층의 투표가 많아진다면 해볼만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 특히 대선후보 사퇴 이후 13일간의 고민끝에 ‘정권교체와 새정치를 위해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되겠다며 문 후보의 당선에 올인한 안 전 후보의 지원이 시작되면서 이번 대선은 문재인 후보와 박근혜 후보간 ‘초접전 양상’으로 전환됐다. 지난주 박근혜 캠프에 이어 이번주에는 문재인 후보 캠프의 대선 승리전략을 취재했다. 


장면 하나. 지난 5일 오후 6시, 젊은이들의 거리로 알려진 서울 홍익대입구 ‘KT상상마당’ 뒷골목에 문재인 후보의 유세차량이 멈춰섰다. 일찍 찾아온 한파에도 민주당을 상징하는 노란색의 겨울옷 유니폼으로 무장한 젊은 선거운동원들이 크리스마스 캐롤을 개사한 음악에 맞춰 흥겨운 율동으로 행인들의 시선을 붙잡았다. 

KBS의 <개그콘서트>에 등장해 인기를 끌고 있는 개 인형 ‘브라우니’ 사진을 붙여놓고 ‘브라우니 물어~ 투표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푯말을 든 선거운동원도 있었고, 역시 개그콘서트에 등장하는 ‘꽃거지’ 허경환 씨의 대사를 패러디해  “대한민국의 미래가 궁금해요? 궁금하면....투표해” 라는 푯말도 눈에 띄었다. ‘NO VOTE NO CHANGE’라는 글씨로 변화를 갈망하는 젊은이들에게 투표참여를 유도하는 선거운동원도 있었다. 6시20분에 인파를 헤치며 등장한 문 후보는 연단에 올라서서 “대통령이 되면 당장 내년부터 모든 국공립대학에 반값등록금을 하고, 2014년에는 사립대학교까지 모두 이행하겠다”며 유세장에 모인 대학생들에게 반값등록금 실현을 약속했다. 

 

文, “정치계의 ‘국카스텐’ 되겠다”

문 후보는 이어 젊은이들에게 현 정권에 대한 심판을 당부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부자 감세로 깎아준 세금이 100조 원으로 우리나라 1년 예산의 4분의 1이다. 우리나라 전체인구가 5000만 명인데 전체 인구에게 그 돈을 골고루 나눠주면 1인당 200만 원, 일자리 500만 개를 만들 수 있는 돈”이라고 설명했다. 

문 후보는 또 유세현장인 홍익대가 문화예술의 거리임을 의식한 듯 “요즘은 인디밴드 등 독립문화가 주류문화를 압도하고 있다. 제가 정치를 바꾸는 ‘국카스텐(젊은이들에게 인기있는 인디밴드 이름)’이 되겠다”고 젊은이들의 감성에 호소했다. 하지만 이날 오전 안철수 후보와의 회동이 무산된 탓인지 문 후보의 연설은 힘이 없어 보였다. 

그러나 하루 뒤인 지난 6일 상황이 극적으로 반전됐다. 이날 오후 4시20분, 서울 정동 ‘달개비’레스토랑 앞에서 문재인 후보는 안철수 전 후보와 손을 잡고 마주섰다. 이들은 사진기자들의 잇따른 포옹 요청에 응하며 활짝 웃었다. 10년 전 노무현· 정몽준 후보의 소줏잔 러브샷에 버금가는 이 사진 한 장으로 두 사람은 안 전후보의 사퇴이후 13일간의 신경전을 접고 단합을 과시했다. 양측 대변인에 따르면 이날 두 사람은 ▲새정치 실현이 이 시대 역사적 소명이라는 의식을 굳건히 했고  ▲국민적 여망인 정권교체와 대선 승리를 위해 더욱 힘을 합치기로 했으며 ▲ 대한민국의 위기 극복과 새정치를 위해 대선 이후에도 긴밀하게 협의해 가기로 했다고 한다. 

박근혜 후보와 지지율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던 문재인 후보로서는 천군만마를 얻은 셈이다. 두 사람의 회동과정에는 안 캠프의 박선숙 전 공동선대본부장과 유민영 대변인의 노력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 후보도 문 후보의 지지율 하락세가 본격화돼 곤경에 처한 시점에서 구원투수로 등장함으로써 지원 유세의 극적 효과를 배가시키고 선거이후 자신의 정치적 입지까지 강화시켰다는 평가다. 

 

文, 안철수 지지자들에게 사과 

안 후보쪽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안철수 전 후보의 전격적인 문 후보 지원은 문재인 후보의 진정성있는 사과가 계기가 됐다. 문 후보는 5일 오전 민주당사에서 열린 선대본부장단 회의에서 “단일화가 힘찬 단일화, 감동적인 단일화가 됐어야 했는데 제가 부족해서 그러지 못해 국민께 죄송하다”고 사과하고 “정권교체와 새정치라는 대의를 위해 단일화 과정의 아픔은 덮고 넘어서서 함께 해나가자”며 안철수 전 후보 지지자들에게 진심으로 지지를 호소했다. 이에 안철수 전 후보도 더 이상 지원을 미룰 경우 문 후보의 당선이 어렵다고 보고 지원에 나섰다고 한다.  

두 사람은 7일 오후, 이번 선거의 최대 승부처 중 하나인 부산에서 공동유세를 통해 정권교체와 새정치 실현을 약속했다. 두 사람의 고향인 부산에서 공조를 복원함으로써 야권연대 바람을 충청권과 수도권으로 북상시켜나가기로 한 것이다. 당장 안 전 후보의 지원으로 문 후보의 지지율이 높아졌다. 6일 <한국경제신문> 조사에 따르면, 안 전 후보가 문 후보를 적극 지원할 경우 박 후보 46.6%, 문 후보 46.0%의 지지율로 나타났다. <매일경제신문> 조사에서도 박근혜 44.3%, 문재인 43.3%로 집계됐다. 6일 밤 <조선일보>가 여론조사기관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조사에서는 박근혜 42.9%, 문재인 43.7%로 나타나 문후보가 근소한 차로 박 후보를 추월하기까지 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부동층 가운데 투표의사가 있는 층의 표가 문재인 후보에게 올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정권교체’와 진보대단결 호소 

이처럼 안철수 전 후보가 선거운동에 가세하면서 문재인 후보 캠프는 비타민 주사를 맞은 듯 생기를 되찾은 모습이다. 민주당사에 자리잡은 민주캠프를 비롯해 여의도의 미래캠프와 시민캠프 인력이 총력전에 나섰고, 문 후보를 지원해온 외곽 멘토 그룹도 적극적인 지지운동에 들어갔다. 김민웅 성공회대 교수는 안 전 후보의 지원에 자극받아 “박차고 문열자!”를 선거구호로 제안하기도 했다. 

투표일을 열흘 남겨둔 현재 민주당의 선거전략을 요약하면 첫째는 ‘MB정부 심판과 정권교체’구호다. 전국 주요 도시 곳곳에 걸린 플래카드는 ‘정권연장이냐 정권교체냐’의 이 단순한 구호가 점령했다. 문 후보쪽은 “박근혜 후보가 당선되는 것은 ‘정권교대’에 불과한 것이고,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이 되어야 정권교체로 안철수 전 후보와 함께하는 새정치가 가능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문재인 후보는 유세 때마다 안철수 전 후보와 약속한 새정치공동선언 이행 의지도 재확인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지역구의원을 축소하고 비례대표의원을 확대하는 것과 ▲의원정수 축소조정 ▲독일식 또는 비 독일식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도입 ▲중앙당 권한과 기구 축소가 그것이다. 

두번째는 민주진보진영 총결집이다. 문 후보쪽은 이를 위해 민주·개혁진영의 대동단결 기치를 내걸고 지난 6일 ‘정권교체와 새정치를 위한 국민연대’를 출범시켰다. 국민연대는 정권교체와 새로운 정치를 명분으로 범야권 세력을 아우르는 선거 공조 기구로 문 후보 측에서는 새정치위원회의 안경환 위원장, 진보정의당 심상정 후보쪽, 야권성향의 학계 및 문화예술계 인사들, 재야원로 등이 참여하고 있다. 국민연대는 야권의 단결과 민주당의 쇄신을 압박하고, 전국 공동유세를 진행하고 있다. 조국 교수는 “범야권 대선공조기구인 ‘국민연대’ 출범으로 문재인은 민주당만의 후보가 아니라 ‘국민후보’가 되었다. 문재인은 반드시 싸워 이길 것”이라고 장담했다. 

 

젊은층 투표유도 캠페인 주력

세번째는 투표율 높이기다. 특히 안 전 후보의 지지 선언이 20∼30대 투표율을 높이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가에서는 이번 투표율이 70%를 넘길 경우 문 후보에게 유리하다고 본다. 역대 대선에서 젊은층의 투표는 오후 4~6시에 집중됐기 때문에 단 한명의 젊은이라도 더 투표장에 보내기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는 계획이다. 민주당은 박근혜 후보쪽의 적극적인 공략으로 흔들리고 있는 광주와 전남북지역 등 호남민심도 결국은 민주당 쪽으로 쏠릴 것으로 보고 있다. 호남 유권자들이 전통적으로 투표해온 패턴대로 정권교체를 선택할 것이라는 기대이다. 

이처럼 안철수 후보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문 후보가 역전의 발판은 마련했지만 상황이 그리 녹록치는 않다. 이미 판세가 선거전 초반부터 박 후보가 앞서나가고 있기 때문에 일거에 역전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에게 감동을 줄만한 이벤트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치쇄신과 당 쇄신을 약속했지만, 문재인 캠프의 물밑에서는 여전히 친노세력이 주축이 되어 선거운동을 지휘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와 관련해 한 정치평론가는 “지금도 친노 9인방이니 친노 5인방이니 하는 인사들이 전략을 짜고 있는 것으로 안다. 이들이 진정으로 백의종군하지 않은 이상 민주당의 혁신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가장 중요한 수도권 민심과 관련해 평소 야권성향이던 40~50대 중년층들의 표심이 심상치 않은 것도 유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참여정부의 호남홀대 정책에 불만인 40대 이상의 호남출신 서울거주 인사들의 표심이 심상치 않다. 때문에 이들을 적극적으로 투표장에 유인할만한 쇄신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문재인 후보가 이런 난관들을 극복해 나간다면 극적인 대역전이 가능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는 관측이 늘고 있다.

 <위클리오늘 나권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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