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오늘=이명수 기자] 제14회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The 14th Asiana International Short Film Festival, 집행위원장 안성기)가 개막을 앞두고 프로그래머 추천작을 공개했다.

이번 해는 총 121개국 5327편의 작품이 출품됐으며, 치열한 심사 끝에 선정된 국제경쟁 31개국 46편, 국내경쟁 11편이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더불어 <시네마 올드 앤 뉴>, <호주 단편 특별전: 과거와 현재를 만나다>, <오버하우젠 뮤비 프로그램>, <숏쇼츠필름페스티벌 & 아시아 컬렉션>으로 구성된 4개의 특별프로그램도 준비됐다. 이중 지세연 프로그래머가 꼽은 섹션별 추천작을 소개한다. 

<국제경쟁>
26명의 가상 친구들 26 FRIENDS IN COMMON 

여기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알게 된 세 친구가 있다. 요즘의 다른 젊은이들처럼 그들도 초라한 자신의 현실을 잊기 위해 가상 현실 속 자신의 모습을 SNS을 통해 뿌려댄다. 하지만 멋진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했던 친구들도 결국 자신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데… 컴퓨터 안 그들의 화려한 모습은 어디까지가 진실일까? 소셜네트워크의 노예가 되어가고 있는 우리들의 이야기.

장거리 주자 LONG DISTANCE RUNNER 

에티오피아에서 독일로 망명한 마라톤 선수 다니엘에 대한 다큐멘터리. 다니엘은 유망한 마라톤 선수였으나 독일 망명법에 따라 주거 지역을 벗어날 수도, 어떤 경기에서도 뛸 수가 없다. 하지만 희망을 버리지 않고, 매일매일 달리며 훈련을 멈추지 않는다. 이 다큐멘터리는 끝없이 이어진듯한 길을 따라 달리는 다니엘을 쫓아가며, 그의 인생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무리 험하고 어두운 길이라도 그 끝에는 밝은 빛이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타임코드 TIMECODE 

주차장 보안 요원 루나와 디에고는 매일 교대 시간에만 잠깐 마주치는 사이다. 루나는 낮 근무, 디에고는 밤근무를 서기 때문이다. 어느 날 루나는 주차장 CCTV를 통해 디에고의 색다른 모습을 보게 되고, 그에게 어떤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한다. 올해 칸영화제 공식 단편부문 수상작이기도 한 이 단편은 두 남녀가 아무런 대사 없이도 서로를 이해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이 영화를 본 후에는 곳곳에 설치된 CCTV가 색다르게 보일 지도 모른다.

<국내경쟁>

HAIRCUT 

취업면접을 망친 한 남자가 기분 전환을 위해 미용실을 찾는다. 하지만 평범한 동네 미용실과는 다른 묘한 분위기에 주인공은 점점 초초해진다. 채 6분이 되지 않는 이 작품은 미용실이라는 하나의 공간에서 주인공의 불안한 심리를 쫓아가며 그 긴장감을 극도로 끌어올린다. 특히 캐릭터들의 조금은 과장된 연기와 클로즈업 장면들은 단편적인 매력을 돋보이게 만든다. 심각한 사회 문제 중 하나인 취업난의 이야기를 또 다른 방식으로 풀어낸 코미디 단편.

37m/s 37m/s

차가운 옥탑방, 한 여자가 누워있다. 전기가 끊기고, 물이 끊기고, 생활용품도 모두 떨어지기 시작한다. 감독은 우리 젊은이들의 현실을 이 주인공을 통해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그 바닥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작은 방안의 모든 것이 하나씩 끊겨져 가는 모습과 지금을 살고 있는 젊은 세대의 현실이 투영되면서, 우리가 그들에게 더 밝은 미래를 줄 수는 없는지 깊은 고민을 하게 된다. 

히치하이커 HITCHHIKER

어둑해진 인적 드문 도로에 정체 불명의 중년 남자가 다짜고짜 어떤 봉고차에 올라탄다. 같이 술을 마시자며 막무가내로 버티는 남자, 운전자는 북한 사투리를 쓰는 그 남자를 결국 경찰서로 데려간다. 감독은 한국 사회가 가지고 있는 편견을 블랙 코미디로 풀어내며 “소통”의 중요성을 얘기하고 싶었다고 한다. 서로 다른 배경, 다른 사연을 가지고 있어도, 술이 고픈 그 순간을 이해해 줄 수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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