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크리오늘=강민규 기자] 청와대가 최순실 사건과 관련해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힌 지 하루만에 사실상 이를 뒤집는 태도를 보였다.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씨(60)의 재단 설립과정 및 문건 유출 의혹 자료 확보를 위해 검찰이 29일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문고리 3인방 ' 중 한명인 정호성 부속비서관의 청와대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청와대가 검사 등 압수수색팀의 안 수석 등의 집무실 진입을 거주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한때 청와대 측과 실랑이를 벌이다 일단 철수한 뒤 30일 오전 다시 같은 장소에 대한 압수수색을 집행할 계획이다. 

앞서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28일 "기초적인 사실확인이야 (청와대에서도)하겠지만, 좀 더 면밀하게 해야 할 부분도 있기 때문에 검찰 수사에 협조하는 것이 더 맞지 않겠나"며 수사에 협조할 의사를 분명히 한 바 있다.

공교롭게 이날 비슷한 시각에 최순실씨와 딸 정유라씨의 변호인도  “최씨가 사태의 엄중함을 잘 알고 있으며 검찰에서 소환하면 출석해 사실대로 진술할 것”이라며 역시 검찰수사에 협조할 의사를  나타냈다.

하지만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진원지로서 이번 사건 관련핵심 정보가 있을 가능성이 높은 안종범 수석과 정호성 비서관의 집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거부함으로써 청와대는 사실상 이번 사건과 관련해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할 의사가 없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설사 청와대가 30일 다시 진행될 압수수색에는 응한다 하더라도 하루새 컴퓨터 파일 등 증거가 될만한 자료를 인멸했을 것이라는 불신을 떨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최순실 의혹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30일 오전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을 재집행하겠다고 밝혔다. 

특수본은 29일 오후 2시 한웅재 형사8부 부장검사 등 검사와 수사관 10명을 청와대로 보내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하고 청와대 경내로 들어갔다. 

하지만 이들은 압수수색 대상인 안종범 수석과 정호성 부속비서관의 청와대 사무실에는 들어가지 못했다. 대신 영장에 기재된 자료를 검찰이 요구하면 청와대가 해당 자료를 건네는 식으로 영장을 집행했다. 

하지만 청와대가 협조하겠다고 하며 제시한 자료가 요청에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 검찰 측 입장이다. 

검찰은 이에 따라 안 수석과 정 비서관의 사무실에 직접 들어가 압수수색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했지만, 청와대는 국가 기밀 등 사유로 현장 검찰 관계자에게 불승인사유서를 제출했다. 

형사소송법( 제111조)은 "공무원 또는 공무원이었던 자가 소지 또는 보관하는 물건에 관하여는 본인 또는 그 해당 공무소가 직무상의 비밀에 관한 것임을 신고한 때에는 그 소속공무소 또는 당해 감독관공서의 승낙 없이는 압수하지 못한다"고 하고 있다. 
다만, 소속공무소 또는 당해 감독관공서는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승낙을 거부하지 못한다.

즉 청와대는 이날 안 수석 등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이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일부 제출받은 자료는 별 의미가 없는 자료다. 청와대가 자료를 제대로 내놓지 않았다.수긍할 수 없는 조치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날 청와대 압수수색은 미르재단과 K스포츠 재단의 설립 과정 및 운영에 관련된 의혹과 연설문 등 문건 사전 유출 의혹을 풀어낼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이뤄졌다. 

안종범 수석은 최씨가 설립한 것으로 지목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최씨가 실소유한 업체 더 블루K 등 설립과 운영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는 두 재단을 설립하는 과정에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을 통해 삼성, 현대차, SK 등 대기업들을 상대로 '강제' 모금을 주도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또 K스포츠재단에 17억원을 낸 롯데가 지난 5월 검찰 수사를 앞두고 70억원을 추가로 내도록 하는 데 깊숙하게 개입했다는 의혹도 사고 있다. 

정호성 비서관은 박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문고리 3인방' 중 1명으로 연설문과 국무회의 자료 등을 최씨에게 사전 유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최순실씨에게 전달된 '2013년 8월 국무회의 자료'의 작성자 아이디가 'narelo'는 정 비서관이 박 대통령의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일할 때부터 사용하던 아이디인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이날 안 수석과 정 비서관을 포함해 김한수 뉴미디어정책실 선임행정관, 김종 문체부 제2차관, 조인근 전 연설기록비서관, 윤전추 행정관, 이영선 전 행정관 등 7명의 집도 압수수색했다. 김종 차관의 경우 문체부 집무실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한편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28일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들께서 굉장히 큰 충격에 빠지신 것 같아 송구하다"며 "국민들의 불안을 해소하고 흔들림없는 국정운영을 위해서 다각적인 방향에서 심사숙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굉장히 많은 의혹, 어떤 것은 근거 없이 제기되는 것도 있다"며 "기초적인 사실확인이야 (청와대에서도)하겠지만, 좀 더 면밀하게 해야 할 부분도 있기 때문에 검찰 수사에 협조하는 것이 더 맞지 않겠나"고 말했다.

또 최씨와 딸 정유라 씨의 변론을 맡은 이경재 법무법인 동북아 대표 변호사는 같은 28일 서울 서초동 변호사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최씨가 사태의 엄중함을 잘 알고 있으며 검찰에서 소환하면 출석해 사실대로 진술할 것”이라며 "다만 현재까지는 검찰로부터 출석 통지를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검찰 조사에서 있는 그대로 밝히는 것이 의혹을 해소하고 사회 혼란을 막는 길이라는 게 최씨의 생각”이라며 “도피·잠적할 의사는 추호도 없다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최씨는 자신에 대한 사회적·도덕적 질책 역시 깊이 가슴에 새기고 있으며 실정법상 위법이나 범죄 행위가 있으면 달게 받고자 하는 각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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