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주의 노선 트럼프 당선 가능성 부각, 수출 업계 긴장

▲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인 트럼프(왼쪽)가 TV토론 전에 힐러리 후보와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위클리오늘=최희호 기자] 미국 대선이 사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초박빙 양상을 띠고 있다. 줄곧 앞서던 힐러리 후보에 대해 연방수사국(FBI)이 이메일 추문에 대한 재조사를 발표한 이후 트럼프가 맹추격,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양상으로 전환, 미 대선에 전세계인의 이목이 쏠려있다.

미 보수진영을 대변하는 공화당 트럼프 후보의 역전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각종 경제 지표들이 부정적으로 반응하기 시작했다.

민주당의 재집권이 유력시돼 미국의 전반적인 경제정책 기조에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낙관했던 지난달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미국의 신 보호무역주의 바람이 거세지고 있는 상황에 보호무역주의에 대해 보다 보수적이고 강경한 입장인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세계 경제는 큰 요동을 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강력한 자국 산업 보호 정책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미국 수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우리나라 수출업계가 바싹 긴장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올들어 철강, 가전 등 일부 제품에 대해 반덤핑 및 상계 관세를 부과했던 미국이 공화당으로 정관교체가 이뤄질 경우 수입 규제를 더욱 강화할 것은 불보듯 뻔하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 등 국내 주요 수출업계는 트럼프의 당선과 이에 따른 보호무역주의의 강화에 대비한 대응 TFT(태스크포스팀)를 가동하며, 미국 대선 결과에 벌써부터 촉각을 곤두세우는 한편 보호무역주의 강화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는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물론 현재 힐러리와 트럼프 모두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보호무역주의 기조를 내세우는 점에선 거의 비슷하다. 미국은 과거에도 경제 침체기와 정권 교체기가 맞물릴 경우 수입규제 조치를 강화해왔던 전례가 많다.

다만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색채는 힐러리 진영보다 훨씬 더 강하다는 점이다. 트럼프 후보는 일자리 감소와 미국 제조업의 해외유출 초래를 이유로 기존에 체결한 FTA를 전면 재협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며 불공정 무역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공언한 바도 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집권한다면, 무엇보다 반덤핑, 상계 관세를 지금보다 크게 확대할 가능성이 높아 미국 수출 비중이 높은 나라일 수록 타격이 클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우리나라의  수출국 중 해외수출량 의존도는 중국에 이어 미국이 두번째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미국의 반덤핑,상계관세 부과 확대에 따른 한국의 경제적 손실은 2017~2021년 5년간 총 수출이 119억 달러 줄어들고, 일자리 9만2000개가 사라질 것으로 분석했다.

한-미 FTA의 재협상도 불가피할 전망이며, 이에 따른 국내 수출의 위축이 우려된다. 한미 FTA가 전면 재협상으로 양허 정지가 이뤄질 경우 우리나라는 2017~2021년 5년간 수출 손실이 약 269억 달러에 이르며, 일자리는 24만 개가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

최남석 전북대 교수는 "한미FTA는 한 국가가 협정 종료를 일방적으로 서면통보 시 6개월 내 종료하도록 규정한다"며 "한미 FTA가 전면 재협상에 들어갈 경우 양허정지 또는 협정 적용이 전면 중단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내 보호무역주의가 거세지면서 한국무역협회는 지난 9월 미국 오피니언 리더 1000명에게 이를 우려하는 내용의 서한을 발송하며 우려를 표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현재 누가 당선되더라도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는 불가피해보인다는 점에서 우리 정부도 법률 자문강화 등 대응 전략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최근 최순실게이트로 정부 기능이 제대로 유지되지 못하고 있어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만약 거국내각 출범으로 합의가 이루어진다면 적지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산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제현정 한국무역협회 연구위원은 "트럼프가 어떤 행보를 보일지 예측 불가능하기 때문에 우리 수출에 불확실성이 커질 우려가 높다"며 "과거 추세를 볼 때 내년 대통령 취임 초기까지는 미국 기업들을 중심으로 강한 수입규제 요구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걱정했다.

저작권자 © 위클리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