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오늘=강민규 기자]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예상을  깨고 당선 되면서 남북관계를 비롯한  한반도 정세의 불확실성이 그 어느때 보다 심화되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해 공화당 대선 후보로 뛰어 들었을 때 부터 한반도 관련 발언에서 종잡을 수 없을 정도로 좌충우돌이었다. 

어디로 튈 지 아무도 모르는 '트럼프 리스크'가 한반도 주변 정세에 지속적인 불안요소로 작용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다.

일부에서는 트럼프 임기 도중 한미방위비 분담금의 급증은 물론 나아가 주한미군의 철수 가능성까지 제기한다. 심지어 북핵 위기의 고조로 한반도에 전쟁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과 일본 등 동북아에 핵무장 경쟁이 불어닥칠 것이라는 우려도 높다.

트럼프의 당선이 남북관계를 비롯한 동북아 정세에 앞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 지는 거의 완벽하게 안갯속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트럼프가 한반도 문제에 접근할 때 매사에 철저히 자국 이익을  중심에 둘 것이라는 점이다.

트럼프의 핵심 캐치프레이즈가 "미국 우선주의"이고 여기에는 국제 안보 문제도 포함되는 것은 분명하다.

한국에 대한 트럼프의 기본적인 인식은 “한국이 안보 무임승차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공화당 대선후보로 확정되고 나서 수차례 “국외 미군 주둔 비용을 모두 주둔국이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에는 당연히 주한미군도 포함된다.

지난해 우리가 낸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은 9320억원이다. 2014년 2월 타결된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 결과에 따른 것이다. 
당시 합의 내용은 2014년 방위비 분담금을 9200억원으로 하되, 2014~2018년 5년간 소비자물가 인상분만큼 해마다 인상하도록 돼 있다. 

방위비 분담금이 처음 도입된 1991년 당시 금액이 1073억원이었던 것에 비하면 25년 새  9배 늘어난 셈이다.

하지만 미 국방부는 이 금액이 주한미군에 실제 투입되는 재정의 50% 수준이라고 밝힌 바 있다.

결국 트럼프 주장이 그대로 관철되면 우리는 조만간 매년 2조원 안팎의 돈을 주한미군 주둔비로 내야 한다.

문제는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트럼프가 주장하는 것이 단순히 방위비 분담금 증액 수준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는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을 허용해 중국과 북한을 견제해야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트럼프는 공화당 후보 경선 시절인 지난해 8월 라디오 방송 WAPI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부자 나라인데 우리가 왜 한국을 도와줘야 하느냐" 취지로 목소리를 높힌 적이 있다.

그는 당시 "한국은 위대하고 훌륭하다. 삼성, LG, 샤프(샤프는 일본산) 등 이런 제품은 다 한국서 오는 것이고 그들은 막대한 돈을 번다. 그런데도 우리는 우리 군대를 (한국에) 보내고 그곳에 들어가 그들을 방어할 태세를 갖춘다. 하지만, 우리는 얻는 게 하나도 없는데 이는 말도 안 되는 미친 일"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의 이 발언은 '주한미군 철수가능론'으로 확대됐고, 그 이후 이를 염려하는 목소리가 미국 내에서도 나왔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브루킹스 연구소’의 군사 전문가 마이클 오핸런 선임연구원은 <월스트리트 저널> 기고문에서 "주한미군을 철수하면 북한이 핵무기를 통해 한국을 강압적으로 굴복시켜 결국 전쟁까지 일어난다"고 전망했다. 

오핸런 연구원은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될 경우 △당선 뒤 1년 안에 한미상호방위조약 파기, 주한미군 철수 △임기 동안 한국에 북핵 문제 해결을 요구한 뒤 주한미군 철수 △한국에 방위비용 분담을 요구하며 조건부 주한미군 철수 등의 3가지 가능성을 제시했다. 

트럼프의 이런 입장은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 관련해서는 양 극단을 오가는 말들로 표현됐다. "김정은은 미치광이"라고 했다가 불현듯 "같이 햄버거를 먹으면서 대화하겠다"고 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김정은 위원장에 대해 "그는 미쳤다. 미쳤거나 천재 둘 중 어느 한 쪽이다. 그러나 사실 그는 아버지(김정일)보다 더 불안정하다고 한다. 김정은과 비교할 때 아버지는 상대적으로 더 나았다고 한다"고 주장한 적이 있다.

그는 CBS 토크쇼에 출연해서는, 북한의 핵위협과 관련한 질문에 "중국이 어떤 형태로든 그 자(김정은)를 빨리 사라지도록 만들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이 발언 후 얼마지 않아 "자신이 미국 대통령이 될 경우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미국에 초청해, 회의 테이블에 앉아 햄버그를 먹으면서 협상을 하겠다"며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기조의 말을 했다.  

그렇게 하면 "북한이 적대국가들로부터 군사 공격을 받을 것이라는 김정은의 피해망상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짐작컨대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트럼프의  생각은 '기본적으로 제거돼야 할 대상이지만, 방법론상 일단 대화로 해결책을 찾아보다가 안되면 암살 작전이라도 불사하겠다'는 것으로 정리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탓에 일부에서는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의외로 북ㆍ미 관계가 잘 풀리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자기 못지 않게 '막가파'인 트럼프의 비위를 건드려 화를 자초하기 보다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쪽으로 생각을 바꿀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의 김정은 위원장 초청론에 대해서는 이미 미국 내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반도 전문가인 마이클 그린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부소장은 도널드 트럼프의 '김정은 만남' 구상을 "매우 나쁜 생각"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는 행위 자체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만약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면 한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동북아에 핵무장 경쟁이 불붙을 수도 있다. 

실제로 트럼프는 한국의 핵무장에 찬성하는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경선 과정에서 "미국에 더는 재정 여력이 없는 만큼 일본과 한국이 핵무장을 통해 스스로 방어 능력을 키우거나 미국에 방위비를 더 내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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