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병사 사건으로 들여다 본 문제점과 향후 방안

[위클리오늘=정재웅 기자] 최근 온·오프라인이 온통 ‘연예병사’ 사건으로 뜨겁다. ‘연예병사’란 가수나 탤런트 등 연예인이 주로 입대하는 ‘국방홍보원 홍보지원대’ 소속 병사를 가리킨다. 이번 연예병사 사건이 후끈 달아오른 이유는 지난 25일 방영된 SBS 시사프로그램 ‘현장 21’의 방송 여파다. 이 프로그램은 연예병사로 복무 중인 가수 비, 세븐, KCM, 상추 등 연예병사 16명의 복무태만 실태를 여과 없이 방영했다. 참으로 기가 막힌 장면이 드러났다. 군인인 이들은 함께 버젓이 술을 마시고, 이중 세븐과 상추는 퇴폐 안마시술소에 출입하는 장면이 확인됐다. 순식간에 각계에서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 연예병사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공영방송이 왜 사생활을 폭로하느냐는 연예인의 발언이 비난을 받기도 했다. 국방부도 무릎이 아파서 안마시술소에 갔다는 황당한 궤변을 늘어놓기도 했다.


SBS ‘현장 21’ 무엇이 방영됐나

SBS ‘현장 21’은 연예병사들의 군 복무 실태를 고발하는 ‘연예병사들의 화려한 외출’ 편을 방송했다. 방송에 따르면 지난 21일 ‘6·25 전쟁 춘천지구전투 전승행사’에서 ‘위문열차’ 공연을 마친 연예병사들은 바로 군부대로 복귀하지 않고 춘천 시내의 모텔에 투숙한 뒤 오후 10쯤 사복 차림으로 나와 관계자들과 저녁식사를 겸한 술자리를 가졌다. 술자리에서 휴대전화는 자연스러웠다. 복무 중인 군인 신분으로는 모두 금지된 행위였다.

이들은 저녁 식사를 1시간가량 가진 뒤 모텔로 돌아갔으나 이중 가수 출신 연예병사 세븐과 상추는 모텔에서 나와 퇴폐 안마시술소를 찾았다. 안마시술소 관계자는 방송에서 이들과 대화내용을 공개했다. 이들이 안마시술소 관계자에게 질문한 내용은 “서비스 언제 되냐. 지금 안 되냐”는 것이었다.

두 사람은 30여분 뒤 안마시술소를 나서다 취재진이 접근하자 기자의 팔을 꺾고 마이크를 뺏는 돌출행동을 벌였다. 세븐은 “술은 절대로 마시지 않았고, (안마시술소도) 가지 않았다”고 부인함과 동시에 “나중에 말씀드리겠다”며 서둘러 자리를 떴다.

지난 1월 비 사건이 불거졌을 때 국방부는 과도한 휴가를 제한하고 혼자 공무외출을 나가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홍보지원대원 특별관리지침’을 마련해 시행하겠다고 밝혔으나, 이번 사건으로 특별관리지침은 전혀 이행되지 않았음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충격에 휩싸인 국민 반응

현역 군인이 퇴폐 안마시술소에 출입했다는 사실이 보도되자 엄청난 후폭풍이 몰아쳤다. 국방부 홈페이지와 각종 온라인 게시판에는 이번 일과 관련해 ‘연예 병사 운영 제도를 폐지하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심지어 김관진 국방장관의 SNS에는 ‘누구를 위한 연예병사인가’라며 국방부에 대한 항의 글이 폭주했다. 이와 관련 국방부는 “무릎과 어깨 등이 아파서 마사지를 받으러 갔다는 것을 참작해 달라”는 발언을 해 네티즌의 원성을 샀다.

이번 사건으로 가수 세븐은 자신의 공식 팬카페 ‘파리넬리(FARINELI)’에서 강제 탈퇴 당하는 수모를 당했다. 세븐의 한 팬은 “세븐 팬카페는 생긴지 엄청 오래된 카페라 요즘에는 친목 용도로만 쓰고 있다”며 “카페지기가 세븐 강퇴시킴. 자기 팬카페에서 자기가 강퇴 당함”이라는 굴욕적인 글을 남겼다.

연예병사 폭로에 네티즌들은 “‘연예병사들의 화려한 외출’ 연예병사 폭로 보니 가관이네”, “연예병사 폭로. 정말 연예병사들의 화려한 외출이구먼!”, “‘연예병사들의 화려한 외출’ 연예병사 폭로, 세븐 강퇴! 이런 굴욕이 세상에 어디 있어?” 등의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도마에 오른 연예병사 존폐 여부

일부 연예병사들의 춘천 위문열차 공연 직후 벌어진 술자리와 안마시술소 사건이 불거지자 이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과 없애면 안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은 대부분 연예병사들이 군 생활에서 엄청난 특혜를 입고 있다는데 기인한다. 남들은 열심히 훈련받는데 연예병사들은 공연하면서 즐긴다는 지적이다. 공연연습을 핑계로 한 잦은 외박, 외출도 문제를 삼는다. 특히 이런 사건이 터질 때마다 군생활을 마친 대부분 남성들이 연예병사에 대해 불만을 갖는 경향이 크다.

그러나 반발도 만만치 않다. 대부분 현역 군인들은 외로움에 시달리기 때문에 연예병사의 역할이 매우 크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방홍보원 홍보지원대 소속 연예병사로 복무하다 지난해 7월 제대한 김지훈은 지난 1월 비-김태희의 열애설이 불거지자 “연예병사에 대한 최근의 논란과 관련해 조금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대부분 연예인이 정식으로 입대하고, 군의 필요에 의해 연예병사로 차출된다. 하지만 그런 복무 형태가 일반인들이 보기에 특혜를 누리고, 대우를 받는 것처럼 오해받는 것 같다”면서 “나 역시 군대 가기 전에는 군에서 그렇게 많은 일을 하는 줄 몰랐다. 수많은 전국 군부대와 사단, 군단 규모의 행사가 정말 많다. 연예병사들이 홍보지원을 하려면 주말은 물론이고, 휴가를 반납하고 일을 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홍보단이 하는 일도 가치가 있다. 20대 초반의 남자들이 군복무할 때 큰 힘이 된다. 이 부분을 조금 인정해주셨으면 좋겠다. 업무의 특수성으로 인한 게 있는데, 그런 커뮤니케이션이 잘 안 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오해를 좀 풀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심한 국방부 초기 대응

이번 사건이 터진 직후 국방부는 한심한 발언으로 국민의 공분을 샀다. 연예병사가 치료를 위해 퇴폐 안마시술소를 찾았다고 해명한 것이다. 국방홍보단의 한 관계자는 “한 연예병사는 어깨와 무릎이 크게 좋지 않아 안마시술소를 찾은 것이다. 이것을 좀 참작해 달라”고 얼토당토않은 주장을 폈다.

상추의 소속사인 YMC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중국마사지를 받으려고 한 것인데 잘못된 판단으로 안마시술소에 들어가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눈가리고 아웅하기’란 비난을 감수해야 하는 발언이었다. 한 네티즌은 “어깨와 무릎에 큰 부상을 입으면 중국 마사지 받으면 되냐? 차라리 논문을 써라”고 일침했다.


국방부 “특별감사 결과 보고 조치할 것”

논란이 계속되자 김진관 국방부 장관은 지난 2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연예병사 사건을 공식 사과했다. 김 장관은 “개인의 잘못도 있지만, 연예병사 관리에 대한 문제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감사 결과를 봐서 더 완벽한 제도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연예병사 제도를 폐지할 의사는 없느냐’는 민주당 안규백 의원의 질문에는 “필요에 의해 생긴 제도이기 때문에, 연예병사 일부의 문제인지 아니면 전반적인 문제인지를 재평가해 검토하겠다”고 대답했다.

김 장관은 7명으로 구성된 특별감사팀을 꾸려 국방홍보원 감사에 착수하도록 했다. 감사에서는 먼저 문제가 된 연예병사들이 허가 없이 근무지를 벗어났거나, 군인의 품위를 망가뜨리는 행동을 했는지를 집중적으로 조사할 방침이다. 또 연예병사의 활동을 관리하는 국방홍보원이 지휘를 잘못한 것으로 드러나면, 그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법 위반행위 어떤 처벌 받나

이번 일로 세븐과 상추, 비, KCM 등 이번 사건에 연루된 해당 연예병사 16명 전원이 조사를 받을 전망이다. 현재 연예병사의 휴가 및 외출 규정에 따르면 병사는 군 주관 행사 지원 시 가능한 부대 내 시설 또는 복지시설에 숙박해야 하며, 외출 시 반드시 간부가 동행해 오후 10시 이전에 복귀해야 한다. 군형법 제79조에는 허가 없이 근무 장소 또는 지정 장소를 일시적으로 이탈하거나, 지정한 시간까지 지정 장소에 도달하지 못한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또한 군인사법 제47조에는 복무 기간 중 그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여야 한다는 직무수행의 의무가 규정되어 있다.

해당 연예병사들이 군인의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를 한 것으로 판단되면, 군인사업 제56조에 따라 징계위원회를 통해 영창 등의 처분을 받을 수도 있다. 특히 안마시술소에서 나오다 만난 취재진의 팔을 꺾거나 턱을 치는 등 물리적 힘을 행사한 행위가 ‘군인의 민간인 폭행’에 해당하면 세븐은 가중처벌을 면키 어렵다.

이밖에도 군인복무규율 제9조에 해당하는 품위유지와 명예존중의 의무, 제12조에 해당하는 직무유기 및 근무지 이탈 금지도 해당 연예병사들에게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군에서 내리는 병사에 대한 징계로는 15일 이내의 근신, 1회 5일 이내의 휴가 제한, 15일 이내의 영창 등이 있다.


문제점과 대안

이번 사건을 계기로 연예병사에 대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존폐를 두고 즉흥적으로 반응하는 것은 금세 달아올랐다 식어버리는 냄비근성에 다름 아니라는 지적이다. 시간을 두고 어떤 방법을 선택하는 게 바람직한 지 차분히 모색할 일이다.

우선 연예병사가 과연 다른 군인에 비해 어떤 특혜를 누리고 있는지 면밀한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 그리고 실제로 이들이 휴일을 반납하고 각종 행사에 동원된다면, 이들에게 적정한 수준의 공연이 어느 정도인지 고루 살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기준이 마련된 이후에는 기준을 위반하는 연예병사에 대해 단호히 처벌하는 의지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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