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발표한 철도산업발전방안의 함정과 문제점

[위클리오늘=신상득 전문기자] 2015년 서울 강남 수서역에 1단계 KTX가 준공된다. 1단계 KTX는 수서역에서 평택역까지 운행한다. 하지만 마지막 3단계는 여수까지 노선이 연장 준공된다. 그런데 최근 정부가 ‘수서발 KTX’ 운영권을 자회사(예컨대 제2공사)를 만들어 주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두고 주변에서는 박근혜 정부가 이명박 정부의 수서발 KTX 민영화 방침을 변칙적으로 적용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나아가 코레일의 경쟁구조를 빌미로 대기업 밀어주기에 앞장서고 있다는 비난도 고조되고 있다. 코레일의 자회사를 만들어 운영권을 넘기겠다는 국토부의 속내는 무엇인가. 왜 국토부는 10년이 넘도록 코레일 민영화에 몰두하고 있는가. 여기에 어떤 함정과 문제점이 도사리고 있으며 이에 대한 한계와 대안은 무엇인가.


국토부, “철도산업발전방안에 따라 코레일과 자회사로 나누기로”

정부가 재무구조 악화, 적자운영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을 여러 개의 자회사로 쪼개고, 수서발 KTX 운영회사를 신설하는 등 코레일을 분야별 자회사로 나누기로 했다. 코레일은 간선 노선을 중심으로 여객운송사업을 주로 하는 지주회사로 탈바꿈시키기로 했다.

국토부는 지난 27일 코레일을 독일식 모델을 응용한 ‘지주회사+자회사’ 체제로 바꾸는 내용을 골자로 한 ‘철도산업발전방안’을 확정, 발표했다. 이 방안에 따르면 코레일은 간선노선을 중심으로 여객운송사업을 하는 ‘지주회사’로 전환한다. 또 적자가 많이 나는 사업부문인 철도물류, 철도차량관리, 철도시설유지보수 등은 2017년까지 점진적으로 ‘자회사’로 독립시킨다. 새로 만들어지는 자회사의 지분은 코레일이 100% 소유한다. 국토부는 이와 함께 2015년 6월 개통 예정인 수서발 KTX의 운영권도 자회사를 설립해 맡길 방침이다. 수서발 KTX의 지분은 코레일이 30%를 출자해 경영권을 확보하고, 나머지 70%는 국민연금 등 공공 연기금에서 지분 투자토록 할 계획이다.

국토부는 “KTX의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라면서 “수서발 노선 개통 이후 서울·용산역 이용객이 하루 12만명에서 10만명으로 줄어들지만 수서역에 8만명의 수요가 생겨 전체적인 파이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토부는 또 수서발 KTX 회사의 철도 요금을 초기에는 서울·용산발에 비해 10% 정도 낮게 책정할 계획이다.

국토부는 이와 함께 2017년까지 개통예정인 신규 노선과 코레일이 운영을 포기하는 적자 노선에는 새로운 사업자가 들어올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원주~강릉 노선은 일단 코레일이 운영토록 할 계획이지만 향후 운영포기 의사를 표명하면 새로운 운영자를 선정하고, 부전~울산, 소사~원시, 성남~여주 등 새로 건설 중인 노선은 보조금 입찰제를 통해 운영자를 뽑을 계획이다.

국토부는 철도산업발전방안이 코레일 민영화의 전초전이라는 일부의 우려에 대해 ‘기우’라고 일축했다. 여형구 국토부 2차관은 “민간에 지분 매각을 제한하는 자금만을 유치하는 등 정관이나 주주 협약 등에 안전장치를 마련할 것”이라며 “민영화 추진이 절대 아니다”고 못박았다. 국토부는 내달부터 코레일과 합동으로 철도산업발전방안 추진단을 구성하고, 전문가, 철도종사자 등의 의견을 지속적으로 수렴할 계획이다.


국토부가 철도산업발전방안 내놓은 이유

국토부가 철도산업발전방안을 내놓은 이유는 무엇보다 코레일의 경영악화에 있다. 코레일은 매년 5000억원씩 적자를 내고 있으며 2012년 기준 누적적자는 11조6000억원에 이른다. 이런 적자는 코레일의 방만한 경영, 강성 노조로 인한 직원의 고임금 체계 등에 기인한다. 코레일이 이렇게 빚더미에 있어도 3만명 직원의 평균 임금은 연봉 6100만원 수준이다. 이런 코레일을 바라보는 국토부가 새정부에서 개선책을 내놓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이번에 발표한 국토부의 철도산업발전방안이 과연 엄청난 적자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일까. 코레일이 적자가 많이 나는 사업 부문인 철도물류, 철도차량관리, 철도시설유지보수 등을 2017년까지 점진적으로 ‘자회사’로 독립시킨다고 해서, 또 자회사 지분 100%를 소유한다고 해서 이들 자회사가 흑자로 돌아설 것인가. 아무리 분석해도 이는 비현실적인 탁상공론식 발상이라는 지적이다.

자회사로 독립시킬 경우 지출을 줄일 수는 있다. 자회사의 임금 규모를 지주회사인 코레일과 큰 차등을 두면 된다. 인천공항공사 직원의 급여와 보안회사, 청소용역회사처럼 아웃소싱 회사와의 급여가 엄청난 차이가 나는 것처럼 하면 가능하다. 하지만 이는 궁극적으로 자회사 직원의 비정규직화를 촉발할 것이며, 결국 정부의 비정규직 줄이기 정책에 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국토부의 철도산업발전방안을 반대하는 민주당과 노조측의 입장이다.


철도산업발전방안에 감추어진 이빨 수서발 KTX

국토부의 철도산업발전방안에서 가장 심각한 게 2015년 개통되는 1단계 수서~평택간 KTX 운영계획이다. 국토부는 제2공사와 같은 자회사를 설립하고, 코레일이 30%를 출자해 경영권을 확보하고, 나머지 70%는 국민연금 등 공공 연기금에서 지분 투자토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코레일이 확보한 지분 30%는 그렇다고 인정해도 나머지 70% 연기금이 문제다. 연기금은 특성상 펀드 개념이다. 국민연금과 같은 연기금은 투자를 하고 여기에서 이익을 챙겨야 한다. 수서발 KTX가 흑자를 내면 코레일은 30%의 이익만 가져갈 수 있다. 나머지 70%의 이익은 연기금에 배당해 줘야 한다. 이는 코레일이 수서발 KTX를 직영하는 것보다 자회사로 독립하는 게 부채를 줄이는 데 외려 기여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바꿔 말해 자회사를 설립해 수서발 KTX를 운영하는 것은 결코 자본이 축적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수익을 배분하지 않는다면 연기금은 투자금을 회수하거나 주식을 매각해 이익을 취한 뒤 물러날 가능성이 매우 커진다. 자회사를 통해 경영을 개선하겠다는 발상은 처음부터 잘못된 발상인 셈이다.

국토부는 수서발 KTX가 개통하면 서울·용산역 이용객이 하루 12만명에서 10만명으로 줄어들지만 수서역에 8만명의 수요가 생겨 전체적인 ‘파이’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이 전망 또한 근거가 허약하기 그지없다. 국토부는 지금까지 수요예측을 잘못한 인천공항고속도로에 매년 수천억원씩 적자를 보전하고 있다. 책상머리에 앉아 있는 국토부 관리는 교활한 장사꾼인 대기업 건설사의 달콤한 혀에 놀아나지 않을 수 없다. 대기업 건설사는 공사를 하면 이익을 낼 수 있기 때문에 갖은 수단방법을 동원해 민자유치공사를 진행하려고 한다. 국토부는 수서발 KTX가 개통되면 왜 6만명의 승객이 늘어난다는 것인지, 그 근거가 무엇인지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나중에 어긋하면 이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한다. 국가 예산을 제멋대로 쓰고 책임지지 않으니 탁상공론식 통계를 무책임하게 제시하는 것이다.


수서발 KTX 자회사는 민영화의 사전포석

코레일이 운영하는 노선 중에서 일반 철도는 적자를 면하지 못하고 있는 반면 KTX는 이익을 내고 있다. 만일 수서발 KTX를 코레일이 직영하면 여기에서 발생하는 수익 전액을 적자 노선인 일반 철도에 투입할 수 있다. 그러나 자회사를 만들면 앞서 밝혔듯 30%의 이익만 가져갈 수 있을 뿐이다.

결과적으로 수서발 KTX 운영권을 코레일 자회사에 맡긴다는 계획은 대기업만 살찌울 발상일 뿐이다. 우선은 국토부가 발주하는 수조원 공사를 대기업 건설사가 따내 공사가 진행되는 내내 수익을 낼 수 있다. 또 연기금이 지분을 매각할 곳은 대기업밖에 없다. 결국 KTX 자회사는 대기업에 운영권을 주는 민영화에 다름 아닌 셈이다.

국토부는 연기금 지분을 매각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호언장담하고 있지만, 그 경우 어떤 연기금도 코레일 지분을 확보하려 들지 않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익이 남지 않는 곳에 투자할 연기금은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수서발 KTX는 경쟁체재 아닌 지역독점권에 해당

수서발 KTX 운영권을 자회사에 맡긴다는 것은 서울의 ‘지역독점권’을 준다는 의미가 된다. 현재 KTX는 서울역, 용산역에서 출발하지만 수서발 KTX가 생기면 강남지역을 독점하게 될 것이다. 이는 부정적으로 보면 지역독점이지 경쟁이 아니라는 것이다. 여기에 수서역에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까지 연결되면 완전한 지역독점이 되는 것이다. GTX가 일산킨텍스에서 수서까지 연결되면 서울 서부지역에 거주하는 상당수 주민도 수서역을 이용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지기 때문이다.

GTX는 총 사업비 11조2700억원이 투입되는 사업으로 1단계로 일산 킨텍스~수서(46.2㎞), 송도~청량리(48.7㎞), 의정부~금정(45.8㎞) 등 3개 노선 총 140.7㎞ 구간에 걸쳐 착공된다. 이들 노선은 서울역, 삼성역, 청량리역 등 기존 광역·도시철도와 환승이 가능하다. 완공은 2020년 예정이다. GTX는 지하 40m 이상의 깊은 땅 속에서 열차가 다닐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이 담겨있어 지상 시설물에 관계없이 직선으로 노선을 설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시절 민영화하지 않겠다던 수서발 KTX를 자회사로 전환하는 변칙을 통해 민영화에 나서려고 하는 것은 국토부 관계자들에게 ‘코레일 경영개선의 유일한 방법’이라고 설득당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코레일의 적자 구조를 탄생시킨 장본인이 국토부라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국토부의 역대 책임자들이 이런 부채 구조를 야기했다는 것이다. 잘못된 승객 수요예측으로 적자가 명백한 곳에 철도를 건설한다든지, 반드시 필요하지도 않은 곳에 철로를 건설하면서 생긴 빚에다 수익 악화로 이를 회수하지 못한데 따른 것이다.

국토부의 잘못된 수요예측이 비단 철도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누구나 안다. 인천공항고속도로 등 민자를 유치해 건설한 교량이며 고속도로의 적자를 메우느라 연간 수조원씩 쏟아붓고 있다. 건설을 해야 먹고 사는 대형 건설사가 국토부를 상대로 로비를 하지 않는 게 외려 기이할 지경이다. 대형 건설사는 국토부 관리를 꼬드겨 수익이 가능하다며 민자유치사업을 설득하고, 국토부 관리는 슬그머니 민자유치를 인정한다. 대형 건설사는 공사비에서 생긴 수익과 운영 컨소시엄에서 수익을 챙긴다. 운영에서 발생하는 손실은 정부가 모조리 충당하니 식은 죽 먹기다. 이런 식으로 발생한 민자도로와 철도가 전국에 셀 수 없이 많다. 그렇다고 누구하나 이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도 없다. 정부가 대형 건설사를 먹여 살렸다는 비아냥거림이 쏟아지는 이유다. 국토부 산하 공사인 LH공사 부채 138조1000억원, 한국도로공사 부채 25조3000억원도 모두 국토부의 판단 착오에 따른 부산물이다. 민주당 박수현 의원(충남 공주)은 “정부가 코레일의 부실경영 해법을 수서발 KTX 민영화에서 찾을 게 아니라 노조와의 대화 등 내부에서 찾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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