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오늘=신유림 기자] 국내 정유 4사(SK이노베이션·GS칼텍스·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가 올 하반기 경기 불확실성과 수요 둔화로 실적이 저하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장기화하는 지정학적 리스크, 급격한 에너지 가격 상승 국면에서 탈석유 기조와 에너지 전환 정책 변화 가능성에 대해서도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 올 상반기 대규모 이익 낸 국내 정유사, 하반기 영업실적 전망

22일 한국신용평가(KIS)에 따르면 정유 4사는 올 상반기 연결기준 약 12조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하반기에는 대외변수로 큰 이익창출이 어려운 상황이며 여기에 유가 하락으로 인한 재고 손실도 예상된다.

하반기에는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과 석유제품 수요 둔화 등으로 상반기 일시적으로 증가한 이익이 대폭 감소할 전망이다.

국제유가가 지난 8월부터 우크라이나 사태 이전 수준인 배럴당 100달러 이하를 유지하면서 3분기에는 재고 손실이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 싱가포르 복합정제 마진은 2분기 대비 대폭 하락한 배럴당 8달러 내외 수준이며 중동산 원유 도입 과정에서 부담하는 프리미엄(OSP) 수준, 수요 둔화 우려로 인한 휘발유 중심 마진 하락 추세 등을 고려하면 원유 정제를 통한 이익창출은 어려운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또 글로벌 경제 상황, 지정학적 리스크 등에 따라 수급여건 변동성도 확대될 가능성이 내재하고 있다.

◆ 정유사 신용도 전망과 신용평가 관점의 주요 고려 요인

KIS는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등은 올 상반기 대규모 이익에도 불구, 높은 수준의 차입 부담과 추가적인 투자자금 소요, 석유제품 수요 둔화 등으로 AA+ 수준의 신용등급을 회복하기에는 부담이 따른다”고 분석했다.

KIS는 △중기적 수급여건과 이익창출 전망 △재무부담에 대한 통제력 △에너지 전환 대응력과 사업 다각화 투자 성과에 대한 검토를 강화할 예정이다.

◆ 향후 정유시장의 수급 상황과 정제마진 전망

등·경유 제품 중심의 석유제품 공급 차질이 수급 여건과 정제마진을 뒷받침하고 있으나 단기적으로 신규 정제설비 증설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견조한 수요 성장세가 지속되지 못한다면 수급여건과 정제마진에 대한 불확실성이 확대될 전망이다.

중동산 원유 도입 과정에서 정유사가 부담하는 프리미엄(OSP)이 과거 대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미국 지역을 중심으로 인플레이션 압력과 강도 높은 금리 인상 가능성이 증대되면서 휘발유, 경유 등의 마진도 점차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 최근 대규모 이익창출에 따른 정유사 재무구조 개선 효과는?

대규모 이익창출에도 고유가 기조로 인한 운전자금 부담과 투자 관련 자금소요로 재무구조 개선이 지연되고 있으며 올 상반기 국내 정유 4사 연결기준 합산 순차입금은 약 32조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하반기에는 유가 하락으로 운전자금 및 관련 외부차입이 다소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투자자금 소요에 대응한 적정 수준의 재무적 대응력 확보 여부는 신용도 관점에서 주요한 모니터링 요인이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배터리 부문을 중심으로 과거 대비 확대된 최대 6조5000억원 규모의 신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에쓰오일도 2018년 준공된 RUC/ODC(잔사유 고도화 및 올레핀 하류시설) 설비에 이은 2단계 대규모 석유화학 투자를 하반기 중 확정할 계획이다.

대규모 올레핀 설비투자가 마무리된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도 중장기적인 에너지 전환 대응 목적의 신규 투자는 일정 수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 화학, 배터리 등 비정유 부문 투자 진행 상황과 전망은?

정유사들은 현재까지 업황 부진, 가동 초기 비용 부담 등으로 화학(올레핀), 배터리 등 비정유부문 투자에서 가시적인 투자 성과를 내지는 못하고 있으며 실질적인 투자 성과는 장기적인 관점의 접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비정유사업의 확장 전략과 투자 성과, 에너지 전환 대응 수준, 관련 재무부담 통제력 등이 각 사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이 점차 증대될 전망이다.

배터리 부문의 대규모 투자를 지속하는 SK이노베이션은 글로벌 배터리 판매량 기준 5위권 업체로 성장했다.

지난 8월 말 기준 배터리 생산능력은 약 77GWh 수준이며 미국, 중국, 헝가리 등 주요 거점에 생산능력을 급속하게 확대함에 따라 오는 2025년에는 생산능력이 200GWh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각각 3조원 내외가 투입된 GS칼텍스의 MFC, 현대오일뱅크의 HPC 등 올레핀 설비는 지난해 하반기 준공되거나 상업가동을 시작했다.

다만 현재까지 업체별 신규 투자는 업황 부진, 초기 비용 부담 등으로 인해 투자 규모에 부합하는 투자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부문은 원재료 가격 상승, 신규 공장 비용증가 등으로 올 상반기에도 약 600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 KIS의 향후 정유사 신용도 검토 계획은?

KIS는 올해 말 또는 내년 상반기에 산업 전반의 영업여건, 각사 재무실적 및 전망 등을 검토해 신용도를 판단할 계획이다.

견조한 수요를 바탕으로 정유시장의 우호적인 수급구조와 양호한 이익창출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고 운전자금 등락 및 투자자금 소요를 안정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재무역량을 회복한다면 신용도 관점에서 긍정적으로 반영될 예정이다.

에쓰오일은(AA/안정적)은 지난해부터 동종업체 및 사업 규모 대비 큰 폭의 영업이익을 기록하고 있으며 경상적인 수준의 CAPEX와 매입채무 결제조건 조정 등을 통해 재무부담을 일정 수준 통제하고 있다.

하반기 TC2C 기술(원유를 석유화학 물질로 전환하는 기술) 도입을 포함한 석유화학 2단계 프로젝트(Shaheen 프로젝트) 투자 결정이 예상되는 만큼 본원적인 이익창출 수준과 더불어 석유화학 2단계 프로젝트의 최종 투자금액, 자금조달 방안 등을 추가적으로 확인할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AA/안정적, 연대보증)은 국내 선두의 정유사로서 이익 규모도 컸다. 배터리 사업의 경우 화학 사업 위주로 사업을 다각화하는 동종업체 대비 에너지 전환 대응 측면에서 이점이 있으나 배터리 부문의 장기적 대규모 투자 부담과 영업적자 기조는 SK이노베이션의 신용도 측면에서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향후 추가적인 배터리 투자 규모와 사업확장 전략, Pre-IPO 실현 여부를 포함한 자금조달 방안, 투자 규모에 부합하는 실질적인 투자 성과 창출 가능성 등에 대해 검토할 예정이다.

현대오일뱅크(AA-/안정적)의 경우 HPC 투자로 재무부담이 확대된 상황에서 기업상장이 중단됨에 따라 향후 재무구조 개선 과정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며 설비투자가 마무리된 HPC 설비의 생산 효율성과 영업성과도 중요한 검토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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