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트스트림 3개 해저관 손상 확인…“전례 없는 일”
EU 집행위원장 “이번 사태는 러시아의 비밀 파괴 공작”
유럽 천연가스 가격 10%대 급등…증시, 환율도 흔들려

▲ 27일(현지시간) 덴마크 보른홀름 인근 해역에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의 가스 누출로 지름 1㎞가 넘는 거대한 거품이 형성돼 있다. 사진=뉴시스
▲ 27일(현지시간) 덴마크 보른홀름 인근 해역에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의 가스 누출로 지름 1㎞가 넘는 거대한 거품이 형성돼 있다. 사진=뉴시스

[위클리오늘=김현태 기자]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해저 가스관 '노르트스트림-1'과 '노르트스트림-2'에 대한 러시아의 ‘고의 파괴’ 의혹이 불거지면서 금융시장이 충격을 받았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노르트스트림 운영사인 노르트스트림 AG는 27일(현지시간) 노르트스트림의 3개 해저관에서 연이어 손상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노르트스트림 AG 발표 직전에는 스웨덴 해상교통당국이 노르트스트림-1에서 2건의 누출을 확인했다고 발표했으며, 전날에는 덴마크 해상교통당국이 노르트스트림-2에서 가스 누출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노르트스트림 AG는 "동시에 3개 가스관이 망가진 것은 전례 없는 일"이라며 "가스 공급 시스템의 복구 시기를 예상하기는 이르다"고 설명했다.

러시아의 주요 가스 공급처인 노르트스트림 가스 유출과 관련해 서방 진영은 러시아가 ‘에너지 무기화’를 위해 고의적으로 파괴했다고 주장했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의도적 행위라는 게 당국의 평가고, 사고가 아니다"라고 말했으며, 마그달레나 안데르손 스웨덴 총리는 이번 일을 사보타주(비밀 파괴 공작)로 규정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이번 사태를 사보타주로 규정한다”며 "가동 중인 유럽 에너지 기간시설을 어떤 방식으로든 고의로 훼손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으며 이는 가능한 한 가장 강력한 대응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 네덜란드 TTF 천연가스 선물(10월물) 가격 추이. 자료=바차트닷컴
▲ 네덜란드 TTF 천연가스 선물(10월물) 가격 추이. 자료=바차트닷컴

러시아 가스관 누출 사고로 유럽 천연가스 가격의 기준이 되는 네덜란드 TTF 천연가스 선물(10월물) 가격은 이날 ㎿h당 211유로까지 치솟으며 전날(184유로)보다 14% 넘게 상승했다.

앞서 지난달 말 러시아가 겨울철 유럽의 가스 가격이 60% 가량 추가 상승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네덜란드 TTF 천연가스 선물(9월물) 가격은 ㎿h당 223유로를 기록해 전년동월 대비 395% 급등한 바 있다.

한편 러시아 가스관 누출 사건에 뉴욕증시를 중심으로 금융시장은 충격을 받았다.

이날 뉴욕증시는 나스닥 지수가 장중 한때 2.2% 급등하는 등 호조세를 보였으나 노르트스트림 누출 소식이 알려지면서 매물이 대거 출회돼 0.2% 상승으로 마감했다.

국내증시의 경우 코스피 지수(-0.80%), 코스닥 지수(-0.25%) 모두 전거래일 대비 하락 출발한 뒤 하락폭을 키웠으며, 원/달러 환율은 4.0원 오른 1425.5원에 거래를 시작한한 이후 1438원을 돌파하며 연고점을 경신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노르트스트림 폭발에 따른 유럽 천연가스 가격 급등 소식은 유럽발 경기 침체 이슈를 자극하며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를 불러왔다는 점에서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유럽에 대한 러시아산 가스 공급 우려가 커지면서 유로화 약세 베팅은 지속될 가능성 높으며, 이는 달러 강세로 이어지는 등 상승 압력이 우위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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