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이 라이벌 LG의 스마트폰용 배터리 적용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끌고 있다. <사진=뉴시스>

[위클리오늘= 임종호 기자] 비즈니스의 세계에선 영원한 적도, 영원한 동지도 없다. 기업의 명운과 자존심을 건 소송전을 벌이던 애플과 삼성도 따지고 보면 적지않은 분야에서 협업중이다.

재계 라이벌 삼성과 LG도 마찬가지다. 두 그룹은 상당 부문에서 치열한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특히 전자, 정보통신기기 분야에선 숙명의 라이벌로 분류되지만, 다양한 분야에서 적과의 동침중이다.

이런 가운데 삼성과 LG가 스마트폰용 배터리 공급에 대한 물밑 협상을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져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LG화학과 자사의 스마트폰 갤럭시 시리즈에 들어가는 배터리 공급에 대해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측도 이와 관련, "LG화학과 배터리 공급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는 것은 맞다"고 인정하면서도 "아직 확정된 사안은 없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삼성과 LG는 스마트폰은 물론 배터리 분야에서도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관계다. 스마트폰에선 세계 1위인 삼성전가가 LG전자를 따돌리고 멀찌감치 앞서있지만, 배터리 분야는 LG화학이 삼성SDI에 앞서 있다.

삼성이 LG 배터리 탑재를 검토하고 있는 것은 명분보다 실리쪽을 택한 수순으로 보인다. 삼성은 지난 10월 갤럭시노트7의 배터리결함으로 전량리콜로 수조원의 손실을 봤고 결국 단종을 택함으로써 이미지에 큰 상처를 받았다.

아직 갤럭시노트7의 결함이 배터리에서 비롯된 것인지 최종 확인은 되지 않았지만, 삼성으로선 계열사인 삼성SDI와 중국ATL 등 기존 밴더만으로는 불안하다고 판단, LG배터리 채용을 검토하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으로선 부품 공급처가 한정적인 상황에서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 민첩하게 대응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LG화학은 제3의 배터리 공급사로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이 만약 LG화학을 최종 밴더로 선택한다고해도 상당한 기간이 필요하다. 통상 주요 부품을 신제품에 적용하기 위해선 제조사와 부품회사가 최소 6개월 이상 최적화 테스트를 거쳐야 한다.

업계에선 이에따라 삼성전자 제품에 LG화학 배터리가 들어가더라도 내년 상반기에 나오는 갤럭시S8이 아닌 하반기에 출시될 예정인 갤럭시노트8 시리즈가 될 가능성이 유력하다고 본다.

어쨋든 삼성과 LG의 이번 배터리 협력 모색은 글로벌 기업의 도전과 함께 업계의 발전 속도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양사 협력체제의 필요성을 공감한 때문으로 보인다.

비즈니스를 위해서라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무조건 배척하는 것보다 어느 정도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애플이 최대 라이벌인 삼성 및 계열사로부터 다양한 부품을 공급받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며 LG와 삼성의 협업은 국가적으로도 실보다 득이 많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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