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칠레 외교관 미성년자 성추행..외교관이 외국서 저지른 범행 국내서 국내법 따라 처벌

▲ 칠레 외교관의 미성년자 성추행을 방송한 현지 지상파 '카날13'의 관련 보도 장면.<사진='카날13' 유튜브 영상 캡처>

[위클리오늘=강민규 기자] 주 칠레 외교관의 미성년자 성추행 사건에 대한 국민적 분노와 허탈감이 심각하다.

문제의 몰래카메라 영상이 칠레 전역에 방송되면서 칠레 현지 교민들은 얼굴을 들고 다니지 못할 지경이라고 한다.

대한민국의 국격도 치명상를 입었다. 최순실 게이트와 박근혜 대통령의 샤머니즘 논란, 탄핵소추 등으로 국제사회에서 놀림감이 되고 있는 시점에  업친데 덥친 격이다.

외교관은 파견된 나라에서 대한민국과 정부를 대표하는 공무원이다. 이번 사고를 친 칠레 외교관의 경우 칠레 대사관에서 문화를 담당하는 참사관으로 알려졌는데, 참사관은 3급 국장급에 해당하는 고위직이다.

이런 고위급 외교관이  입에 올리조차 민망한 추행을 저질렀고 이것이 TV 화면을 통해 칠레 전역에 생생하게 방송됐으니,현지에서 대한민국이라는 브랜드 당분간 힘을 쓸 수 없게 됐다.

남미 한류 문화 전파의 거점으로 성장해가던 칠레 현지의 한류 붐에도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칠레 지상파 '카날13'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인 'En Su Propia Trampa'('자신의 함정에 빠지다')는 한국시간으로 19일 오전 11시 박모 참사관으로 알려진 한국인 칠레 외교관의 미성년자 성추행 영상을 보도했다.  

'카날13'에 따르면 지난 9월 박 참사관은 14살 안팎의 현지 여학생에게 한국어를 가르쳤다. 해당 여학생은 이 과정에서 박 참사관이 성추행으로 볼 수 있는 신체 접촉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 제보를 받은 '카날13'은 박 참사관을 '함정취재'했다. 20살 배우를 13살로 분장시켜 의도적으로 박 참사관에게 접근시켜 어느 공원에서 만나게 한 것이다.

칠레 외교관은 함정에 그대로 빠졌다. 공원에서 여배우가 박 참사관에게 "자신의 어디가 좋냐"고 묻자 박 참사관은 "눈과 입술 그리고 가슴"이라고 답했다. 배우가 "왜?"냐고 되묻자 그는 "너의 가슴에서 쉴 수 있어서"라고 했다.  

"특별한 이성친구할래, 아님 애인할래"라며 배우를 껴안고 다리를 쓰다듬기도 했다. 여배우가 "공공장소에서 신체접촉을 하는 게 괜찮냐"고 묻기도 했지만 그는 "모르겠다"며 무시했다.  

이어 제작진은 배우의 집으로 가장한 촬영장소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하고 박 참사관의 행동을 낱낱이 찍었다. 그는 방에 들어오자마자 배우를 껴안고 입을 맞추려 했다. 

외교부는 해당 외교관을 직무정지하고 국내로 소환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칠레 외교관은 외교관 면책특권에 의해 칠레 현지에서는 형사처벌을 받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내로 송환되면 사정이 달라진다.

칠레 외교관이 칠레라는 외국에서 외국인을 상대로 범법행위를 했지만, 형법의 속인주의 원칙에 따라 강제추행죄나 성매매처벌법 등에 따라 사법처리될 가능성이 높다.

외교관 면책특권은 '외교관계에 관한 빈 협약'에 따라 외교관의 경우 접수국의 민사 및 형사 관할권으로부터 면제되는 것을 말한다. 접수국은 해당 인물을 추방시킬 수 있을 뿐이다.

칠레의 경우에도 빈협약 가입국이어서 박 참사관은 현지에서는 형사처벌을 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우리 형법은 제3조에서 "본법은 대한민국영역외에서 죄를 범한 내국인에게 적용한다"고 속인주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박 참사관에게는 형법상 강제추행죄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형법상 강제추행죄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추행을 한 자"에게 적용되는 것으로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만약 칠레 외교관이 추행한 칠레 여학생이 13세 미만인 경우에는 처벌은 더 가혹해진다. 

이 경우엔 성폭력범죄의처벌에관한특례법에 따라 "5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3천만원 이상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하지만 '카날13' 보도에 따르면 칠레 외교관이 추행한 여성들이 모두 13살은 넘은 것으로 보여 이 죄의 적용은 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칠레 외교관이 해당 여성이 위협을 느낄 정도의 폭행이나 협박을 가하지 않았다고 판단되면 강제추행죄로는 처벌할 수 없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이른바 '공공장소에서의 추행죄'는 문제될 수 있다.

박 참사관이 칠레 여배우를 처음 만나 다리를 쓰다듬는 등 추행행위를 한 장소가 공원이었던 만큼 성폭력범죄처벌특례법 제11조의 '공중 밀집 장소에서의 추행죄'에 해당할 수 있는 것다.

공중밀집장소에서의 추행은 버스 지하철 등 대중교통수단, 공연·집회 장소, 그 밖에 공중이 밀집하는 장소에서 사람을 추행한 사람에게 적용되는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 질 수 있다. 공원은 공중이 밀집하는 장소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다. 

만약 칠레 외교관이 문제의 여성에게 돈을 주고 성매매를 했다면 성매매알선등행위의처벌에관한법률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구류 또는 과료 형을 받을 수 있다. 

형사처벌과는 별도로 박 참사관은 공무원으로서 징계위원회에 회부돼 파면 해임 등 징계처분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칠레 외교관이 방송사의 몰래카메라 함정취재에 빠져 범법행위를 한 점은 또 다른 논란거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칠레 외교관이 몰래카메라나 함정취재를 핑계로 처벌을 피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는 분석이다.

경찰이나 검찰 등 수사기관이 이른바 '함정수사'를 통해 범인을 검거할 경우 위법성 여부가 문제될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함정수사로 검거한 것 자체가 불법으로 간주돼 해당 범인을 처벌할 수 없게 될 수 있다. 

함정수사에도 합법적인 함정수사와 불법적인 함정수사가 있다.

원래 범법행위를 할 의사가 없는 사람에게 함정을 파놓고 범죄의사 자체를 유발한 경우에는 불법이라는 것이 판례다.

즉, 이미 범죄행위를 할 뜻이나 의지가 있는 사람에게 단순히 범행 기회를 제공한 경우에는 합법이고, 범의 자체를 유발한 경우에만 불법이라는 것이다.

"수사기관이 범죄사실을 인지하고도 바로 체포하지 않고 추가로 범행을 지켜보고 있다가 범죄사실이 많이 늘어난 뒤에야 체포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위법한 함정수사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례도 있다.

하지만 방송사 처럼 사인이 특정인의 범의를 유발한 함정교사는 위법이 아니라는 것이 판례다. 

수사기관과 달리 언론 등 일반인이 함정을 파놓고 유인해 범법행위를 유발한 경우에는 범인의 의사가 어떠했는 지 가릴 것 없이 법적 책임을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칠레 외교관 사건의 경우 몰래 카메라와 함정취재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미성년자 추행에 따른 법적 책임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저작권자 © 위클리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