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전문가 89%, ‘빅스텝’ 예상
물가 하락세 둔화, 한미 금리격차 확대 우려 등 금리인상 요인
금리인상에 가계·기업 이자 부담 10조원 이상 증가 전망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8월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8월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위클리오늘=김현태 기자] 한국은행이 오는 12일 기준금리를 0.50%p(50bp)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금융투자협회가 채권·운용 관련 종사자 100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27~30일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전원이 금리인상을 전망했으며, 이 중 대부분인 89%는 ‘빅스텝’이 나올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이 전문가 전망대로 오는 12일로 예정된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빅스텝’을 밟는다면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2012년 9월 이후 10년 만에 3%대로 올라선다.

한은의 공격적인 금리인상이 전망되는 이유는 ▲물가상승률 하락세 둔화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강한 금리인상 기조 등으로 풀이된다.

우리나라 물가상승률은 지난 7월 전년동월 대비 6.3% 상승을 기록한 이후 8월(5.7%)에 큰 폭으로 떨어졌고 9월(5.6%)에도 내림세를 이어갔지만, 하락폭이 크게 둔화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주원 경제연구실장은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기대보다 적게 하락해 ‘빅스텝’의 확률이 더 높아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미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인상 기조에 한미 금리격차가 확대될 우려가 높아진 점도 ‘빅스텝’ 가능성을 높였다.

글로벌 투자은행 UBS의 솔리타 마르첼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인플레이션이 높고 고용시장이 견조한 이상 연준이 금리인상 정책을 전환하지 않을 것"이라며 "연준이 고강도 긴축을 철회하기 위해선 최소 3개월 연속 인플레이션이 둔화되고 고용시장이 냉각됐다는 신호가 나타나야 하는데, 앞으로 몇 달 동안은 그럴 가능성이 상당히 적다"고 내다봤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 등에 따르면 미 연준은 오는 11월과 12월로 예정된 FOMC 회의에서 각각 75bp, 50bp 금리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이며, 올해 말 미국 기준금리는 4.50% 수준에 도달할 전망이다.

현재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2.50%로 남은 2차례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전부 ‘빅스텝’을 단행해도 한미 금리격차는 100bp까지 벌어질 수 있다.

▲ 한국(파란선), 미국(점선) 기준금리 추이. 자료=트레이딩이코노믹스
▲ 한국(파란선), 미국(점선) 기준금리 추이. 자료=트레이딩이코노믹스

한편 한은이 ‘빅스텝’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가계와 기업 모두 비상이 걸렸다.

한은 분석에 따르면 ‘빅스텝’이 한 번만 나와도 전체 가계 대출자의 연간 이자 부담액은 6조5000억원 늘어나며, 두 번의 ‘빅스텝’이 나올 경우 이자는 13조원이나 급증하게 된다.

특히 자산 매각을 통한 부채 상환이 어려운 '고위험 가구'가 보유한 금융부채는 전체 금융부채의 6.2%인 69조4000억원으로, 금리인상에 따른 대규모 신용위험 가능성도 존재한다.

기업의 경우 이자 부담이 12조2500억원 늘어날 것으로 풀이되며, 늘어난 원리금 상환에 따라 수익성이 악화될 우려도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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