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의 찬성으로 12년만에 재가입, 노사갈등 고조 예고

▲ 지난 22일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이 울산 본사 사내체육관에서 금속노조 가입 여부를 묻는 찬반투표 개표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위클리오늘=임종호 기자] 현대중공업은 2017년 새해를 앞두고 험난한 노사관계가 예고돼 심란하다.

올 11월까지 목표액의 20%도 채 안되는 수주 부진과 사상 최악의 경영상황을 맞고 있는데 노조 측이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에 12년 만에 복귀, 지금보다 훨씬 힘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 20~22일 진행된 조합원 투표에서 참여 인원 76.3%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금속노조 가입을 확정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2004년 협력업체 전 직원의 분신 사건과 관련, '반노동자 행위' 등을 했다는 이유로 상급단체인 금속연맹(옛 금속노조)으로부터 제명, 독립적인 기업 노조의 길을 걸어왔다.

현대중공업 노조가 12년 만에 다시 산별 노조인 상급노동단체에 가입한 것은 독립노조로는 투쟁력과 조직력에 한계를 느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현대중공업 노조측은 "정규직은 물론 비정규직, 실업자, 정년퇴직자까지 가입할 수 있게 돼 더 단결할 수 있고, 더 힘차게 투쟁할 수 있게 됐다"며 회사의 구조조정에 맞서기 위해 금속노조에 재가입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노조의 영향력이 더 강해짐에 따라 사측의 구조조정 자구안 추진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노조의 금속노조 복귀의 근본 이유가 사측의 자구안인 분사에 대한 불만에서 비롯돼 분사에 난항이 예상된다.

현대중공업 측은 "그동안 개별 노조만 상대하면 됐으나 내년부터는 금속노조, 나아가 민주노총을 상대해야 하기 때문에 대단히 부담스럽다"고 강조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10월 생존을 위해 비조선 부문의 분사를 결정, 본업인 조선해양과 직접 관계가 없는 사업부문을 분사해 경영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을 내놓았다.

이에 따라 핵심사업인 조선·해양·엔진을 필두로 전기전자, 건설장비, 그린에너지, 로봇, 서비스 등 6개 회사로 쪼개기로 했는데, 노조측이 이에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중공업측은 노조의 임단협·구조조정 저지 투쟁에 상급 노동단체까지 연대 투쟁에 나설 경우 노사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설상가상 올해 임금과 단체협약 교섭마저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노사는 지난 5월 시작한 임단협이 새해를 코앞에 두고 있는 상황임에도 타결점을 찾지 못한 채 지루한 협상만 이어가고 있다.

노조는 임단협 중 10여 차례 이상 전 조합원이 참여하는 파업과 수 십여 차례에 달하는 부분파업을 벌였지만, 노사협상은 단 하나의 합의 안건 도출도 없이 난항을 거듭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선 현대중공업의 희망 퇴직과 분사 등 구조조정까지 난제가 산적해 있는 마당에 노조의 금속노조 복귀로 노사 갈등과 반목이 극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사 교섭이 해를 넘겨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들리는 이유다.

설상가상 현대중공업 노조는 강성인 현 집행부가 재임에 성공, 노조 투쟁이 지금보다 훨씬 더 거세질 것으로 분석된다.

민노총의 핵심 사업장으로 국내 자동차와 조선의 양대 축인 현대차와 현대중 노조가 보조를 맞추는 공동투쟁도 잦아질 것으로 우려된다.

노사관계는 이처럼 복잡하게 얽힐 것으로 전망되는데, 내년도 조선업은 여전히 잿빛이다. 국내외 연구기관들이 너나 할 것 없이 한국 조선업에 대한 전망을 어둡게 보고 있다.

24일 하나금융경영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조선업종의 내년 경기 전망지수는 5점으로 ‘불황’에 해당한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올해 구조조정이 진행된 조선업이 공급과잉 문제를 해소하지 못하면서 내년에도 어려운 상황을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고 보고서는 전망했다.

산업연구원은 내년 국내 조선업계 건조량이 전년동기 대비 10% 이상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공급 과잉이 심화되는 가운데 수요 침체가 겹쳐 업체간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란 관측이다.

현대경제연구원도 “내년 글로벌 물동량 증가에도 조선업은 선박 건조 시장 부진 및 해양플랜트 발주 위축 등으로 신규 수주와 건조 단가, 수출 등이 부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은 한국 조선업계의 건조량과 수주잔량은 오는 2020년까지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현대미포조선 등 국내 4대 조선사가 내년 채무불이행(디폴트)이 선언될 가능성이 높다고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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