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격적인 고환율 시대에 접어든 원달러 환율이 과연 어디까지 오를지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사진=뉴시스>

[위클리오늘=임종호 기자] 도널드 트럼프의 미 대통령 당선 직후부터 달러 강세가 이어진 끝에 원·달러 환율이 마침내 1200원 벽마저 뚫어버렸다. 9월여 만에 1200시대에 재진입한 환율이 과연 어디까지 오를 지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일단 전망은 강달러, 약 원화 기조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트럼프노믹스의 대한 기대감과 미국 연준의 총 7차례에 걸친 금리인상 방침이 나온 이후 강달러 추세가 더욱 공고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달러화의 힘이 더욱 강해지는 ‘슈퍼달러’ 시대에 바짝 다가섰다고 호들갑을 떨기도 한다. 적어도 트럼프가 정식으로 미국대통령에 취임하는 1월 중순까지는 달러 강세 폭이 가파르게 진행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달러가 강해지면 원화는 약해지기 마련이다. 슈퍼달러 흐름에 밀려 상대가치가 더 떨어질 경우 원달러 환율이 1300원까지 돌파할 개연성이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금리가 연쇄적으로 인상이 예고돼있고 경기마저 좋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니 달러화의 힘이 세지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수순이다.

강달러가 추세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2002년 이후 달러화는 약해지는 추세를 보였다. 하지만 2013년 양적완화를 중단키로 한 이후 강세로 돌아서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03대로 1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런 상황을 감안, 해외 인베스트먼트뱅크(IB)들은 내년중 원달러 환율이 최고 1300원까지 오를 것으로 보고있다. 시장 내부에서도 원·달러 환율 상승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달러화를 원화로 바꾸려는 네고 물량은 뜸한 반면 원화를 달러화로 바꾸려는 결제수요는 급하게 나오는 경향이 뚜렷하다.

그럼에도 일각에선 트럼프노믹스에 대한 기대감이 과도하게 반영된 데다 거세지는 보호무역주의가 달러화 강세를 조절할 수 있다는 신중론이 제기된다. 보호무역주의가 오히려 무역수지 적자를 부추겨 달러화 약세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강달러에 대응한 유로화의 약세가 수반되지 않고 있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원화가치 하락에도 불구, 외국자본의 이탈 현상이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도 고환율 신중론에 힘을 보태고 있는 변수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강달러 때문에 원달러 환율이 오르긴 했지만 대외 여건이 비교적 안정적이고 국제유가가 오르는 등 자본유출 압력이 생각만큼 크지 않다”며 “수출이 회복 추세여서 환율 상승 압력이 세지 않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원달러 환율은 그 폭과 속도에 많은 변수가 존재하지만, 1100선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중론이다.

이런 점에서 고환율 시대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이해득실을 따져 치밀한 대응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고환율은 한국 경제에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우선 환율이 오르면 수출경쟁력이 높아지고, 수출기업의 환차익이 늘어난다면 점에서 4분기들어 점차 극도의 수출 부진에서 점차 벗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는 한국 경제에는 적지않은 득이 될 수 있다.

ICT제품과 자동차, 화학 등 우리나라 주력 수출업종들은 환율 상승이 당분간 호재가 될 것이란 전망에 이의를 달기 어렵다. 원화 약세로 수출 환차익이 커져 매출이익률도 올해보다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원화가치가 떨어지고 달러가치가 오르면 외국인 자금유출 등 금융시장에 미칠 충격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 우리 경제에 독이 될 수 있다. 정부가 환율 변동에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한 것도 이 때문이다.

수입 원자재값이 뛰면서 소비자 물가 인상도 피하기 어렵다. 수입단가가 높아져 수입업체들의 부담은 커지게 마련이다. 항공업계의 경우 최근 유가 상승에 환율마저 오르면서 그야말로 비상이 걸렸다.

결국 환율은 한국 경제엔 양날의 칼과 같다는 분석이다. 원론적으로 한국 상품의 가격경쟁력을 높여주기 때문에 수출기업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환율 상승은 국내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서민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된다.

반면 최근 물가상승률이 낮아 디플레이션 우려마저 나오는 상황에서 수입물가 상승은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편 한국은행이 지난 25일 공개한 '글로벌 교역과 환율의 관계'에 따르면 2001~2015년 158개국 자료를 바탕으로 수출물량(가격요인 제외) 결정 요인을 분석한 결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환율 상승의 수출 확대 효과는 작아지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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