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룡 "세월호 해경 해체 박대통령 혼자 결정, 블랙리스트 배후는 김기춘"

▲ <사진=뉴시스 제공>

[위클리오늘=이하나 기자] 유진룡(60)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27일 문화일보는 유진룡(60·사진)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의 통화에서 유 전 장관이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34일 만인 2014년 5월 19일 대국민 담화에서 해경 해체를 선언하기 전 "내각의 국무위원들과 한 번 상의도 안 하고 혼자서 결정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유 전 장관은 이에 대해 자신이 문제를 제기하자 박 대통령이 굉장히 화를 내면서 '그러면 내가 대한민국 모든 사람의 얘기를 다 들으라는 거냐'고 역정을 냈다고도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진룡 전 장관은 또 박 대통령이 세월호 담화에서 낙하산 인사에 의한 '관피아(관료+마피아)' 척결을 약속했으나, 바로 다음 날 김기춘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 원로 코미디언 쟈니 윤을 한국관광공사 상임감사로 임명하라는 낙하산 인사 지시를 했다고 주장했다.

유 전 장관은 쟈니윤이 대선 당시 박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활동한 이력을 갖고 있었으나 관광 분야에 문외한이어서 자니윤을 직접 만나 관광공사 상임 감사가 아닌 홍보 고문을 제안했고 자니윤도 이를 받아들였으나 김김춘 전 실장은 “시키는 대로 하지 않고 왜 자꾸 쓸데 없는 짓을 하느냐. 그대로 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유진룡 전 장관은 또 김기춘 전 실장이 영화 '변호인'에 투자한 CJ에 대한 제제를 지시했다고도 폭로했다.

유 전 장관은 27일 오후 방송(18:00~20:00)되는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사전 출연해 "(김기춘 전 실장이) 변호인을 비롯해서 많은 그런 영화들, 그런 걸 만드는 회사를 왜 제재를 안 하느냐(고 했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마지막 타이틀롤에 문화체육관광부가 계속 붙어서 올라가는 바람에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 김기춘 실장이 '쯧쯧' 혀를 차고 굉장히 걱정하는 표정을 지었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1981년 부림사건이라는 공안 조작사건에서 억울하게 간첩으로 몰린 피의자를 변론하는 변호인을 다룬 작품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모델로 했다.

유진룡 전 장관은 문화체육계 블랙리스트의 배후로도 김기춘 전 실장을 지목했다.

유진룡 전 장관은 애초 박 대통령이 장관직을 제안할때는 '반정부적인 문화예술계 인사'도 함께 안고 가라는 취지로 설명했지만, 김 전 실장이 취임하면서 상황이 정반대로 바뀌었다고 회고했다.

또 지난 22일 최순실 국정농단 국회 국정조사 5차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됐으나 출석하지 않은 데 대해 "제가 좀 인격이 여물지 못해서 혹시 나갔다가 김기춘 실장을 보면 따귀나 뒤통수를 때리는 사고를 일으킬 수 있겠다는 걱정 때문에 청문회 출연을 자제했다"고 설명했다.

유진룡 전 장관에 따르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가 문건 또는 서류 형태로 청와대에서 문체부로 내려온 건 2014년 6월이다.

김소영 청와대 문화체육 비서관이 A4 용지에 빼곡히 수백명의 문화예술인 이름을 적어 조현재 문체부 1차관에게 전달하면서 "가서 유진룡 장관에게 전달하고 그걸 문체부에서 적용하라"고 지시했다.​​​​​​​ 조현재 전 차관의 블랙리스트 작성 출처를 묻는 질문에 김 전 비서관은 "정무수석실에서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정무수석은 조윤선 현 문체부 장관이었다. 직전 전임자는 이정현 전 새누리당 대표였다. 당시 블랙리스트 작성자는 정무수석실 산하 국민소통비서관실이었으며 국민소통비서관은 최근 사표를 제출한 정관주 문체부 1차관이었다. 

유 전 장관에 따르면 블랙리스트가 문건 형태로 내려온 뒤 당시 블랙리스트 거부 의사를 밝힌 문체부 1급들이 속칭 '솎아내기'를 당했다. 김종 전 차관이 (1급 솎아내기) 명단을 김기춘 실장한테 넘겼고, 김기춘 실장이 새로 온 김희범 차관한테 이 숙청명단을 전달했다. 김기춘 비서실장의 구두 지시를 무시한 유진룡 전 장관은 그때부터 청와대와의 관계가 나빠졌고, 청와대에서 블랙리스트 문건이 내려온 직후인 2014년 7월 장관 발탁 5개월만에 전격 경질됐다. 

유진룡 장관은 문체부를 떠나면서 직원들에게 보낸 A4용지 절반 분량의 e메일 이임인사에서 탈 권력적인 주인공이 세상을 오연한 웃음에 부치는 내용의 무협지 ‘소오강호’를 빌려 문체부를 떠나는 안타까운 심경을 표현해 이슈가 되기도 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위클리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