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 성남 분당에 위치한 보바스기념병원, 지난 2007년 보바스 인근에서 최순실 일가의 토지매각이 확인됐다. <사진=다음위성사진 캡쳐>

[위클리오늘=임종호 기자] 최근 호텔롯데가 국내 굴지의 재활·요양전문병원인 ‘보바스기념병원(이하 보바스)’ 인수에 나서 논란이다.

논란의 핵심은 롯데가 ‘의료기관 인수합병(M&A)을 금지한 현행법망을 우회해 보바스 인수에 나섰다는 것’으로 사실상 재벌의 영리병원 운영의 길이 열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취재결과 이 같은 논란은 차치하고 보바스의 회생절차 과정과 호텔롯데의 인수과정에서 다수의 석연치 않은 일들이 연이어 벌어지고 있어 또 다른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의혹의 핵심은 이번 인수전조차 최근 국정농단의 중심에 서 있는 ‘최순실의 그림자가 드리워 진 것 아니냐’는 것이다. 본지가 호텔롯데의 보바스 인수전 내막에 다가섰다.[기자 주]

늘푸른의료재단 보바스기념병원은?
경기 성남 분당에 위치한 늘푸른의료재단은 2002년 처음 문을 열어 현재 보바스기념병원과 어린이재활병원 등 550병상을 확보하고 있는 국내 굴지의 의료재단이다.

재단은 2011년 두바이 보바스재활병원과 2015년 중국 이싱 보바스기념병원 등을 오퍼레이션하며 국제적 명성을 쌓았고 2013년 이후에는 해마다 40억 원대의 순이익을 창출하고 있다.

하지만 재단은 2015년 일시적 유동성 문제와 경영권 분쟁으로 그해 9월 법원에 회생신청을 제출했고 올해 5월에 해당사안은 부결됐다.

하지만 올해 6월 법원에 제출된 2차 회생안인 ‘인가전 인수합병(M&A) 방식’이 ‘현행법상 영리법인의 의료법인 M&A 금지’와 정면 배치된다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였다.

이후 10월 진행된 본 입찰에서 호텔롯데는 경쟁자들보다 3배에 달하는 2900억 원을 제시하며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확보하고 현재에 이르렀다.

내우회환 중에 너무나 급해 보이는 호텔롯데의 ‘보바스’ 인수전 참여?
우선 주목 점은 호텔롯데가 2016년 5월12일에 이르러 등기상에 ‘의료관련사업’을 긴급하게 추가하고 사업에 나섰다는 의혹이다.

추가된 등기사항(사업목적 28~33항)을 분석해보면 해당사업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긴급하게 뛰어든 정황이 포착된다. 또한 당초부터 인수를 염두해 둔 의료재단을 전제로 사업추가 이뤄진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실제로 32항에 등기된 ‘의료사업’은 비영리법인만 할 수 있는 분야로 영리법인인 호텔롯데가 목적사업에 포함시키는 것 자체가 유효하지 않다.

또한 28~29항에 추가된 노인주거·의료복지시설 설치 및 운영사업은 신규 사업으로 직접 진행하지 않는 이상 인수 가능한 대상은 거의 ‘보바스’가 국내에서 유일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호텔롯데와 보바스가 인수와 관련해 사전교감이 있었던 것은 아니냐” 는 의혹의 시선도 나온다.

업계관계자는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속담도 있지만 롯데가 5월12일에 긴급하게 사업목적을 추가하고 6월9일 보바스는 2차회생신청, 법원은 전광석화처럼 이를 받아들였다”라며 “어쩌면 이렇게 그림이 꽉 들어 맞는지 뒷맛이 개운치 않다”고 말했다.

더욱이 ‘향후 논란이 확실시되는 의료재단 M&A’에 대해 내우외환을 겪고 있는 롯데가 사업에 참여했다는 것도 논란거리다.

롯데그룹은 올해 신동빈·신동주 형제의 난 등으로 인해 그룹 안팎이 시끄러웠고 이로 인해 회사의 국적논란까지 번지며 국민의 따가운 눈총을 받아 몸을 낮춰 왔다.

특히 최근에는 최순실 국정논란과 관련해 그룹총수인 신동빈 회장이 국회 청문회에 나서는 초유의 사태를 맞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서 국민의 따가운 시선을 받게 될 것이 뻔한 논란 많은 의료재단인수전에 호텔롯데가 뛰어든 것 자체가 이해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다른 경쟁자보다 무려 3배를 높게 쓴 호텔롯데
또 다른 쟁점은 호텔롯데가 써낸 입찰가다. 지난 10월 진행된 본 입찰에서 호텔롯데는 경쟁업체보다 3배에 달하는 2900(무상출연 600억 원, 대여 2300억원)억 원 제시해 우선협상대상자가 됐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관계자는 “입찰 후 논란이 많았던 것으로 안다”며 “우선 대부분 업체가 1000억 초반을 썼다. 재단의 총 부채규모가 800억 원 대여서 900억 이상 쓰는 것은 정량평가로 배점이 똑같아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타 정성평가는 인수업체의 의료관련업에 대한 이해나 운영경험 등이 중요했다”며 “이 때문에 막대하게 제시한 금액을 떠나 경험 없는 호텔롯데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말이 많았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결과에 대해) 특히 의료업에 경험이 있는 솔본이나 한국야쿠르트쪽에서 강하게 항의했던 것으로 안다”며 “논란 때문인지 최종 발표도 입찰이 끝나고 이틀이 지나서야 공개됐다”고 덧붙였다.

호텔롯데의 보바스기념병원 인수 or 공익적 출연인가?
[인수 혹은 공익출연 논란]에 대해 롯데 측은 “공익적 출연이며 사회공헌활동의 일환이다”는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본지가 단독 입수한 [회생회사 의료법인 늘푸른의료재단에 대한 무상출연 및 자금대여 계약서]에 따르면 전문에 “~통한 재단인수‘라며 의료재단의 인수를 명문화 하고 있다.

또한 세부내용에 따르면 “이사선임권” 자체를 호텔롯데가 행사하는 것으로 명시돼 있고 대여금 2300억 원에 대해서는 연1.98%를 이자를 받는 것으로 돼 있다.

비영리재단 관계자는 27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비영리재단에 자금을 출연한다는 것은 기부와 같은 공익적인 성격을 말하는 것”이라며 “이번의 경우 이사회선임권한자체를 인수해 실제 경영권을 장악할 수 있어 무상출연이라는 설명은 사리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한 롯데 측은 “비영리법인이기 때문에 수익을 가져가는 구조가 아니다”라고 항변했지만 이마저도 계약서에 따르면 호텔롯데는 매년 보바스에서 발생하는 순이익의 전부인 40~50억 원을 고스란히 가져가게 된다.

보바스 인수 후 채무 정리 후 남게 되는 2000억의 용처 논란
호텔롯데가 이번 인수전에서 써낸 막대한 자금의 용처도 논란이 되고 있다. 재단의 채무를 변제하고 남는 약 2000억 원대의 용처도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본지가 “채무 정리 후 남는 2000억 원에 달하는데 용처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늘푸른의료재단(보바스) 유 모 과장은 “아직 정확히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했고 롯데 측은 “어린이병원확장, 실버타운사업, 노후화된 전산교체 등”이라며 엇갈린 의견을 내놓았다.

이후 엇갈리는 대답에 대해 롯데 측은 “유 모 과장은 행정을 담당해 세부사항을 잘 모르는 것”같다며 해당 논란을 일축했지만 계약서에는 롯데와 보바스의 실무책임자로 각각 김 모 팀장과 유 모 과장이 적시돼 있어 답변을 무색케 했다.

전현직 늘푸른재단관계자는 “어린이병원은 용인 쪽에 있는데 병상활용도가 떨어져 수십 병동이 있던 것도 현재는 폐쇄하고 외래진료만 하고 있다”며 “전산이나 시스템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들어 갈 것으로는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후 롯데 측은 “과거부터 실버타운 사업에 관심이 많았다”며 “해당 대여금이 실버타운 개발 등에 쓰일 계획이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이 같은 롯데 측의 답변은 오히려 의혹을 증폭시켰다. 의료재단의 실버타운 운영은 현행법위반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롯데나 보바스의 엇갈린 해명이나 실버타운 사업진출 계획 등은 오히려 2000억 원대의 자금의 용처에 대한 의혹을 더 크게 부풀렸다.

결국 기자는 2000억의 향후 용처가 “양측 실무선에서는 아예 알 수 없는 용도로 설계됐거나 애당초 용처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호텔롯데가 무조건 보바스 인수를 위해 무리한 금액을 쓴 것은 아닐까”하는 의구심을 갖게 됐다.

검찰도 법원도 이상하다?
이번 영리법인의 비영리의료재단 M&A논란은 지난 6월 법원이 [인가전M&A 방식]을 전격적으로 받아들이며 시작됐다.

특히 법원의 이 같은 결정 수일전인 6월24일 보바스 채권단이 법원에 제출한 진정서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며 논란은 빠른 속도로 확산됐다.

당시 채권단은 법원에 ‘이사회결의 부존재’를 이유로 ‘인가전M&A’ 신청을 각하해 달라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주요내용은 “현직 이사장 등이 전임 이사장의 도장 등을 이용해 사문서를 위조, 이사장 등을 불법적으로 교체했다”며 “이사회의 결의 자체도 없이 회생신청을 한 것은 원천무효‘라는 내용이었다.

본지 법률자문인 이정하 변호사는 “이 같은 중대한 내용의 진정이 제출되는 경우 재판부는 관련사항에 대한 형사적 판단이 있을 때까지 기일을 미루는 것이 일반적이라 볼 것이다”며 “중대한 진정이 제출되었는데도 진정서를 각하시키고 수일이 안지나 ‘인가전M&A’를 받아들인 자체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전현직 이사장 간에 벌어지고 있는 고소고발사건도 논란이다.

26일 본지의 취재에 응한 박 모 전 이사장은 “올해 3월 현 박 모이사장을 경찰에 ‘사문서위조 등’으로 고소했다”며 “이후 경찰이 4개월의 수사 끝에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해당사건을 송치했지만 검찰은 어쩐 일인지 피고소인 소환도 없이 현 이사장을 불기소 처분하려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당시 담당검사가 나 혼자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윗선의 지시가 있는 듯 한 암시적 발언을 했다”는 폭탄발언도 내놓았다.

이어 박 전 이사장은 “중차대한 내용의 진정서가 받아들여지지 않고 사회적 논란이 큰 의료재단의 ‘인가전M&A’ 방식을 법원이 전광석화처럼 받아들이고 검찰의 이상한 수사태도를 보여 크게 놀랐다”며 “막연하지만 내 자신이 모르는 엄청남 외부의 힘이 개입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있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차명 보유된 최순실 일가 땅이 보바스 인근에 있다?
의혹은 엉뚱한 곳을 향하고 있다.

취재말미에 보바스 주변에 차명 보유된 최순실 일가의 부동산이 있다는 의혹제기이 제기됐다.제보자를 통해 본지가 확인한 내용에 따르면 보바스 인근 000지번 2필지 약 3400평의 토지는 앞선 1989년 최순실의 동생인 최순천 일가에 의해 매입됐다.

이후 해당토지들은 지난 2007년 ㈜S로 당초 매입가의 수백 배로 추정되는 총 42억 원대에 매각됐다.

주목할 점은 매각 당시 해당 토지의 최종소유주는 최순천(남편 서○○)의 딸인 서◇◇과 서□□의 것이었지만 이보다 앞선 2006년도에 서△△(고모)로부터 최순천의 두 딸에게 증여됐다는 것이다.

오랜 시간 명의신탁을 해오다 매각시점에 이르러 증여방식을 통해 해당토지를 조카들에게 이전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또한 후속취재결과 현재에도 보바스 인근에는 최●실 및 서▲▲등 최 씨 일가로 의심되는 토지 일부가 발견되고 있다는 점이다.

26일 보바스 인근에서 지역 인근주민은 “1998년에 부동산실명제가 시행됐지만 차명으로 토지를 관리하는 경우는 많다는 얘기가 있긴 했다”며 “일일이 알겠는가. 하지만 최순실 일가의 토지거래 흔적이 이 주변에 있다면 지금도 알 수는 없지”라며 혀를 찼다.

박근혜 대통령, 호텔롯데, 보바스 그리고 보바스 인근의 최순실 일가 토지?

본지는 이번 호텔롯데의 보바스 인수과정에서 다양한 의혹에 시선을 뿌리칠 수 없었다. 갑작스럽게 이뤄지는 호텔롯데의 인수전 참여전도 그렇고 다른 비상식적인 다양한 의혹도 그렇다.

본지는 취재 말미 만난 제보자를 통해 상상하기 어려운 주장도 접하게 됐다. 그는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호텔롯데36층에서 성형시술을 받았다는 의혹보도를 봤다”며 “보바스 인수전에 얽힌 다양한 비상식적인 행태나 과정, 그리고 보바스 인근에서 발견되는 최 씨 일가의 토지거래나 차명보유 의혹을 종합하면 뭔가 석연치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원래 이번 최순실 국정농단이 시작될 때도 국민 대부분은 도저히 저런 일이 있을 까라고 생각했다”며 “이번 건도 상상력을 확대하면 이조차도 합리적인 의혹의 범주에 들 수 있을 것 같다”고 주장했다.

취재후기

종합하면 희박한 가능성이지만 당초 ‘최순실 측의 강압에 의해 호텔롯데가 보바스 의료재단 인수에 긴급히 뛰어들고 이 과정에서 관련 이해대상자로부터 상식적이지 않은 일들이 연이어 발생했다’는 소설 같은 의혹과 마주하게 된다.

이로 인해 취재과정에서 논란이 된 2000억 원의 용처는 ‘재단이 최순실 일가의 토지를 고가에 매입하는 데 사용하려 한 것 아니냐’는 또 다른 소설과 만나게 된다.

하지만 취재를 마감하는 기자에게는 막연하지만 박 전 이사장의 전한 ‘거대한 힘이 작용하는 것 같다’는 항변과 ‘최순실의 그림자’가 중첩되는 것을 애써 지우기는 힘들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도 당초 ‘세상에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어’라는 무심한 생각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다수의 언론이 개입되며 소설 같은 이야기는 하나씩 실체를 드러냈다.

소설 같지만 이번 논란에 대해서도 본지를 떠나 기타 다수의 언론과 특검 등의 면밀히 다시 들여다 봐야할 것 같다.

향후 과거의 일련과정이 롯데 측의 반론처럼 ‘최순실 사태와 무관하다’는 결론에 도달하더라도 ‘영리기업의 비영리의료재단 인수 논란’에 언론과 사회가 관심을 가지는 것은 생산적인 활동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 기회에 호텔롯데도 이번 보바스 인수에 대한 과정을 다시 한 번 꼼꼼히 챙겨보고 ‘사익과 공익’에 대한 분별력을 다시 따져봐야 한다.

향후 보바스재단은 회생절차 돌입자체의 유효성으로도 그 후폭풍이 거셀 전망이다.

롯데 측은 28일 보바스 인수논란과 최순실 일가의 연관성에 대한 본지의 의혹제기에 대해 “확인한 결과 최 씨 측과 내부 관련성은 전혀 없다”는 공식입장을 알려왔고 2000억 사용용처 논란에 대해서는 “성인·아동 전문재활병원 건립 등에 쓰일 예정이다”라며 기존의 대답을 번복했다.

한편 이달 14일에는 보바스 채권단이 모인 관계인 집회가 있었다. 이날 채권자들은 1) 의료기관 M&a는 불법 2) 강행법규위반 3) 이사회 결의 없이 진행된 회생절차 신청은 원천무효라는 이유로 롯데 보바스 M&A 건을 거절했다.

전언에 따르면 2017년 1월 11일 예정된 관계인 집회에서는 호텔롯데가 채권단의 동의를 얻어 최종 인수에 성공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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