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총장-신천지 관계자 사진 공개..박연차 금품수수설 이어 파장

▲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과 김남희 세계여성평화그룹 대표가 같이 사진을 찍는 모습.<출처=세계여성평화그룹 홍보동영상 캡처>

[위클리오늘=강민규 기자] 차기 대권 후보로 부상한 반기문(72) 유엔사무총장이 박연차 태광실업 전 회장 금품수수설에 이어 신흥 종교집단 신천지와 연루됐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반기문 총장의 귀국을 앞두고 대권 후보 검증작업이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번에 제기된 사안만으로 반기문 총장이 신천지측과 어떤 모종의 관련이 있다고 단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반기문 총장의 신천지 연루설은 반 총장이 김남희 세계여성평화그룹 대표와 같이 찍은 사진을 신천지쪽에서 홍보영상에 삽입하면서 불거졌다.

신천지는 기독교 관련 신흥종교집단으로 1984년 이만희(85) 현 총회장에 의해 시작됐다. 정식 명칭은 '신천지 예수교 증거장막성전'이다.

신천지의 교세는 16만 여명 정도로 신흥종단 치고는 상당히는 규모로 알려졌다.

하지만 기독교계에서는 신천지를 아직 정식 교단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즉 이단 또는 사이비종교로 지목된 상태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측은 1995년 신천지를 이단으로 분류했고, 기독교대한감리회 역시  2014년 같은 결정을 내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신천지와 연관됐다는 것 만으로도 반기문 총장 같은 대권 후보들은 정치적인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CBS 노컷뉴스는 29일 세계여성평화그룹(IWPG·International Womens Peace Group)이 지난 10일 유튜브에 올린 ‘On Air IWPG AR’라는 제목의 홍보영상을 공개했다.

이 동영상에는 김남희 세계여성평화그룹 대표가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과 악수하는 장면이 포함돼 있다. 반기문 총장의 부인 유순택씨가 김남희 대표와 함께 찍은 사진도 있다.

신천지는 교세확장을 위해 정치권 유력 인사들과의 접촉면을 넓혀왔다는 소문이 파다한 상태다.

이 탓에 김남희 대표가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만나고 사진까지 함께 찍은 것은 반기문 총장이 신천지와 이미 모종의 관계를 형성한 방증이  아니냐는 억측으로 비화한 것이다.
  
하지만 이 홍보 영상에는 반기문 총장 외에도 세계적인 유명 인사가 다수 등장해 반기문 총장이 신천지와 밀접한 관계라고 곧바로 속단하는 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신천지대책전국연합 대표 신현욱 목사는 “신천지 이만희 대표는 과거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 후보와도 사진을 찍어 홍보하며 자신들의 영향력을 과시해 왔다”며 “반기문 총장과 찍은 사진을 홍보하는 것 역시 그런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한국기독교이단대책협의회 상임회장 하다니엘목사도 “김남희 대표가 대중에게 잘 알려진 반기문 사무총장과의 친분을 과시해 신천지의 부정적 이미지를 희석시키기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이 영상에서 세계여성평화그룹은 "어머니의 마음으로 전쟁 종식과 평화 기여를 위해 설립했다"고 창립 이유를 설명하면서 "UN과 평화의 손을 잡았다"고 선전했다.  

신천지 쪽은 아예 세계여성평화그룹이 자신들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신천지 관계자는 이날 언론에  "신천지와 세계여성평화그룹은 전혀 무관한 단체"라면서 "IWPG는 신천지 산하 단체도 아니며 평화활동을 하는 곳"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세계여성평화그룹이 자신들과 무관하다는 신천지의 주장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신천지는 대외활동시 '평화'와 '전쟁종식' 을 핵심 캐치프레이즈로 하는데, 이를 신천지 신도들이 중심이 돼 구성된 3개의 단체가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중 하나가 반기문 총장과 악수한 김남희씨가 대표로 있는 세계여성평화그룹이고, 신천지 이만희 총회장이 대표로 있는 '(사)하늘문화세계평화광복'도 이에 포함된다는 것이다. 이외에 '국제청년평화그룹'(IPYG)이란 단체도 있다.

이들 단체는 지난 9월18일 서울 잠심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만국회의 2주년 기념 평화축제’를 합동으로 열기도 했다.

반기문 사무총장측도 신천지와의 연관성 주장에 강하게 반발했다. 반 총장의 정치적 팬클럽인 반딧불이(대표 김성회)는 29일 성명서를 내어 반기문 총장의 결백을 주장했다.

반딧불이는 이날 성명에서 “이젠 ’신천지’인가?”라는 제목의 성명서에서 “지난번엔 준 사람도, 받은 사람도, 수사한 사람도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하는데 반기문 유엔총장이 박연차 회장으로부터 23만불을 받았다고 억지보도를 하더니, 이번엔 신천지에서 올려놓은 홍보영상을 가지고 반기문 총장의 신천지 연관설을 마구잡이로 보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반기문 총장이 길가다 개미를 밟으면 ‘잔인한 반환경론자’가 되고, 유엔 회원국인 북한 김정은에게 일상적인 축전 보낸 것을 가지고 ‘종북주의자’로 몰아세울 기세”라며 “침소봉대, 과장, 억측이 난무하는 대한민국의 언론환경, 그리고 그런 언론을 뒤쫓아 가며 비난을 해대는 진영론자들, 네티즌들이 참으로 우려스럽다”고 했다.
    
반딧불이는 “유엔 사무총장이 얼마나 많은 사람을 만나고, 얼마나 많은 행사에 참석하는데 그 때마다 ’깊은 관련’이면 반기문 총장은 그야말로 인간이 아니고 만물을 창조하신 ’신’이 아니고 무엇이랴”면서 “보다 이성적이고, 상식적이고, 정상적인 사고가 지배하는 우리사회와 언론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고 밝혔다.

대권후보의 신천지 연루설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도 2012년 대선 과정에서 비슷한 상황에 처했었다.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신천지 연루설을 둘러싸고 정치권은 치열한 진실 공방을 벌였다.

박근혜 후보가 신천지측과 오랫동안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고, 신천지 핵심 인사들이 박근혜 캠프의 주요 직책을 맡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새누리’라는 당명도 신천지와 연로돼 해석되기도 했다. 새누리를 한자로 옮기면 ‘신천지’가 된다는 것이다.

박근혜 당시 후보와 새누리당은 “근거 없는 흑색선전”이라고 강하게 반발했지만, 사실여부는 명확히 규명되지 않은 채 흐지부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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