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통령 탄핵심판 대리인 서석구 변호사 모두 발언서 '대응 전략' 윤곽

▲ 서석구 변호사.<출처=채널A 방송화면 캡처>

[위클리오늘=강민규 기자] 탄핵소추 심판을 받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 측의 대응 전략이 윤곽을 드러냈다.

5일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제2회 변론기일에서 박 대통령측 변호인단이 한 말을 종합해보면 결국 '색깔론'과 이를 통한 '아군 결집'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촛불민심'은 종북세력이 주도한 것이고, 당사자인 박 대통령의 수사나 자백도 없이 진행되는 이번 탄핵은 좌파세력에 의한 '음모'의 결과라는 것이다.

박사모로 대변되는 박 대통령 핵심 지지층의 논리와 일맥상통한다. 박 대통령측은 이런 주장을 헌재 심판 기간 내내 줄기차게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궁극적인 목표는 탄핵심판 기각이겠지만 설사 탄핵이 인용되더라도 최소한 정치적 복원력은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박 대통령측의 대응 논리와 전략은 이날 피소추인측 모두진술자로 나선 서석구 변호사의 발언에 서 핵심 내용을 드러냈다.

서석구 변호사는 촛불집회의 용공성과 보복수사설을 집중적으로 부각시켰다.

서 변호사는 촛불집회는 김일성 주체사상을 추종하는 세력들에 의해 주도된 것이며 사실상 대한민국에 대한 선전포고였다고 주장했다.

서석구 변호사는 "지금 촛불 민심이 국민의 민의다, 이런 걸 탄핵 사유로 누누이 주장하고 있는데 광화문에서 대규모 촛불집회를 주도한 세력은 민주총궐기 투쟁본부이고 투쟁본부 주도 세력은 민주노총"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김일성 주체사상을 따르는 이석기를 석방하라는 조형물을 만들어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이게 나라냐’라는 노래를 만든 사람은 김일성 찬양노래를 만들어 4번이나 국가보안법으로 구속된 인물"이라며 "촛불 민심은 국민 민심이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서석구 변호사는 박근혜 대통령을 소크라테스와 예수에 빗대 억울하게 당하고 있음을 강변했다.

서석구 변호사는 "국회가 (탄핵안이) 다수결로 통과됐음을 강조하는데, 소크라테스도, 예수도 군중재판으로 십자가를 졌다. 다수결이 언론 기사에 의해 부정확하고 부실한 자료로 증폭될 때 다수결이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 변호사는 결론적으로 "촛불집회로 무법천지가 됐다. (촛불집회는) 사실상 대한민국에 대한 선전포고"라고 거듭 강조했다.

서석구 변호사의 이같은 모두진술은 변호사로서 탄핵에 대한 법률적 소견을 밝힌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

그가 이런 '정치적' 발언을 공개 심판정에서 한 것은 친 박근혜 세력에게 대응논리를 공급하고 이를 통해 정치적 탈출구를 모색하려는 박 대통령측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위해서는 헌재가 탄핵심판을 서둘러 종결하면 안된다. 박 대통령측의 이런 전술이 먹혀들어 실제로 친 박근혜 세력이 결집해 정치적 힘을 발휘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서석구 변호사가 "이 재판은 그야말로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탄핵하는 중대한 재판이기 때문에 충분한 변론이 있어야 한다"고 헌법재판관들에게 주문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발언으로 보인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혐의를 입증할 만한 명백한 증거가 나오면 박 대통령측의 이런 전략은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박 대통령 변호인단은 이런 경우를 대비해 미리 검찰과 특검 수사에 대한 '물타기' 작업도 했다.

보복성 수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검찰과 특검의 불공정성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다. 
 
서석구 변호사는 "검찰 수사 결과를 발표한 이영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장은 노무현정권 당시 청와대 사정비서관"이라며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받을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검에 의해 임명된 (윤석열) 특검 수사팀장은 노무현정권 때 특채로 유일하게 임명된 검사다. 왜 하필 그런 사람을 팀장으로 임명했는가"라고 지적했다.

서석구 변호사는 "특검 수사를 우리 국민 누가 신뢰할 수 있겠는가"라며 "이런 특검 수사는 저희들로서는 도저히 증거로 받아들일 수가 없다"고 했다.

검찰이나 특검에서 증거를 찾아오더라도 수긍할 수 없다는 걸 미리 선포한 것이다. 

변호인단이 이런 주장을 하는 근거 중 하나로 드는 것은 검찰이 박 대통령을 조사도하지 않은 채 최순실 등의 공범이라고 단정한 부분이다.

서석구 변호사는 "대통령을 조사하지 않고 공범이라고 단죄하는 나라는 없다. 오직 대한민국 검찰의 해괴한 논리"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헌재 심판관들이 이런 박근혜 대통령측의 주장에 대해 설득력이 있다고 여길 지는 미지수다.

박 대통령 본인이 대국민 약속까지 어기며 검찰조사를 회피한 마당에 이를 핑계로 검찰 수사의 불공정성을 문제삼는 것이야 말로 '해괴한' 궤변으로 비칠 가능성이 높다. 

서석구 변호사는 "탄핵사유의 증거로 제출된 검찰의 공소장은 검찰의 의견에 불과하다"는 말도 했다.

헌재가 검찰의 공소장을 액면 그대로 수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서 변호사의 이런 발언은 준사법기관으로서 검찰의 존재 가치 자체를 부정하는 뉘앙스로 비쳐진다는 평가다.

비록 직무정지 상태이긴 하지만 대통령의 변호인단이 국가기관의 존재이유를 폄훼하는 것 자체가 헌법파괴적인 발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 탄핵심판의 주심인 강일원 헌재 재판관이 "이 재판은 탄핵심판"이라며 "이 사건을 일반 법원 재판사건과 혼동해서 변론의 쟁점이 흐려지지 않도록 5가지 쟁점에 집중해 협조해달라"고 말한 것도 박 대통령측 변호인단의 이같은 상황인식에 대한 경고 의미가 담긴 것으로 해석됐다.

한편 서석구 변호사는 영화 '변호인'의 모티브가 됐던 사건인 '부림사건'의 담당 판사였으며, 당시 자신이 했던 판결에 대해 후회한다는 뜻을 밝힌 적이 있다.

서석구 변호사는 지난 1981년 '부림사건' 일부 피고인들에게 적용됐던 국가보안법에 대해 무죄판결을 내린 바 있다. 

서석구 변호사는 지난 2014년 1월  채널A '쾌도난마'해 출연해 당시 흥행한 영화 '변호인'에 대해 의견을 밝히면서 2차 부림사건 재판장으로서 일부 피고인에 무죄판결을 내린 것에 대해 후회한다고 말했다.

서 변호사는 "당시에는 제 성향상 부림사건이 좀 억울하다 느꼈고, 40여 개의 사실 부분에서 열 몇 개의 부분을 무죄 판결해 엄청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고 설명했다.

한때 '진보 판사'였던 서 변호사는 이후 정반대 진영을 대변하는 우파인사로 변신했다.

서석구 변호사는 "운동권 서적을 보고 이념적으로 너무 과격하고 폭력적이라는 점에서 회의를 느꼈다"고 '전향'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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