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침체가 계속되는 가운데도 국민들의 밥상물가는 거침없이 상승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위클리오늘=임종호 기자] 경기의 바닥이 과연 어디인지 알수 없는 상황이 계속되는 가운데 국민들의 밥상물가가 거침없이 상승, 서민들의 한숨이 더해지고 있다.

지난해 유례없던 폭염으로 채소와 과일값이 오르면서 시작한 밥상물가의 고공행진은 최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후폭풍으로 계란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며 세를 더하고 있다.

급기야 새해 들어 정국이 혼란한 틈을 타 은근슬쩍 공산품 가격까지 줄줄이 인상되면서 밥상물가에 이어 민생물가에 빨간불이 켜졌다.

일각에서는 지금같은 경기침체기에 물가가 계속 상승하다가는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현재 대형마트 등에선 달걀 한판(특란 30개 기준)이 1만원에 육박했고, 지난달 기준 배추 값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91.9% 뛰어올랐다.

밥상의 단골 재료인 양배추, 무, 당근, 파 등도 각각 211.3%, 150%, 112.2%, 32.3% 상승하며 서민들의 주름살이 깊어지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0%. 전체적으로는 1%대라는 저물가 수준이지만 국민들의 실생활에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신선식품지수는 전년 대비 6.5%나 뛰어올랐다.

이는 2010년 21.3% 상승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월세를 포함한 생활물가 지수도 전년 대비 0.8% 올랐다.

최근 AI 여파로 고공행진을 거듭하는 계란과 국제유가 상승으로 계속 오르는 휘발유 가격이 지난해 12월 물가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점까지 감안하면, 향후 서민 체감 물가는 더 큰 폭으로 뛸 가능성이 크다.

완만한 물가 상승은 디플레이션을 차단해 침체에 빠진 경기에 자극을 줄 수 있지만, 성장이 없는 불황 속에서의 가파른 물가 상승은 가계 소비심리만 더욱 위축시켜 결국 내수 부진과 경기 침체라는 악순환을 유발할 수 있다.

소비절벽은 이미 상당 부분 현실화 됐다는 평가다. 최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월평균 지출이 100만원 미만인 가구(2인 이상 가구 실질지출 기준)는 13.01%에 달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영향권인 2009년 3분기(14.04%)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달 2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6년 12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4.2로 2009년 4월(94.2) 이후 7년8개월 만에 최악의 수준을 나타냈다.

정부와 국책 및 민간 연구소들도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일제히 내려잡으며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소비 둔화를 꼽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내놓은 '2017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기존 전망치인 3.0%에서 2.6%로 낮춰잡았다.

연간 민간소비는 미국 금리인상과 유가상승, 가계부채 등의 영향으로 2.0% 증가하는데 그칠 것으로 예상됐는데, 이는 지난해 2.4%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LG경제연구원도 올해 경제성장률을 2.2%로 전망하며, 특히 민간소비 증가율이 2.4%에서 2.0%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LG경제연구원은 "유가 상승이 가계의 실질구매력을 떨어뜨려 내수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대내외 불확실성은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지면서 경제주체들의 소비 및 투자활동을 제약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지난달 21일 출입기자들과 가진 '만찬 간담회'에서 "2017년 우리 경제의 관건은 위축된 소비심리를 되살리는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 총재는 "성장의 견인책은 소비에서 찾아야 한다. 그러려면 위축된 소비 심리를 다시 불러일으키는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물론 최근 물가 급등 현상은 신선식품에 제한돼 있어 스태그플레이션을 논하기엔 이르다는 의견이 아직은 지배적이다.

그러나 경제가 한번 스태그플레이션의 수렁에 빠지면 헤어나오기란 상당히 힘들다는 점에서 사전에 차단하는 게 중요하다는게 중론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향후 유가 및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물가상승 압력이 높아질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내수 회복이 지연될 가능성까지 고려한다면 저성장(고실업)·고물가의 스태그플레이션이 현실화되면서 서민생활이 크게 위협을 받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물가 안정을 위해서는 담합과 사재기 감시, 생필품 수입 규제 완화, 공공요금 인상 억제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특히 향후 내수 침체, 산업구조조정 등에 따른 실업 대란을 막기 위해 민간부문의 고용창출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들이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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