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혜원 "고영태는 본인이 잠적한 것, 청문회에서 약속은 노승일 증인 보호"

▲ 왼쪽부터 노승일 K스포츠재단 부장, 고영태 전 더블루K이사, 손혜원 의원.<사진=손혜원 의원 페이스북>

[위클리오늘=이하나 기자]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63)이 행적이 묘연해진 최순실 게이트의 핵심 증인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와 관련해 14일 오후 “고영태씨는 본인이 잠적한 것”이라는 취지의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기며 고영태씨의 행적을 확인해줬지만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5촌간 살인사건 등 박 대통령과 최순실 주변 인물들의 의문사가 속속 드러나면서 고영태씨 등 최순실 국정농단의 실체를 밝히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핵심 인물들의 신변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달 고영태, 노승일씨가 신변 위협을 호소하고 있다며 "이분들이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도록 구체적인 여러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가 마무리된 뒤 내부고발자 보호 관련법도 정비하겠다”고 밝힌 손혜원 의원의 SNS에는 전날에 이어 14일에도 “고영태를 보호해 달라”는 요구가 빗발쳤다.

손혜원 의원은 답글을 통해 “고영태씨는 본인이 잠적한 것입니다. 더 이상 세상의 관심을 받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설득이 되지 않습니다”라며 “태국이야기는 몇달전 얘기입니다. 고영태씨는 서울에 있다고 합니다”라는 답글을 남겨 고영태씨의 행적을 확인했다. 

하지만 손혜원 의원은 “전화도 받지않고 스스로 잠적하는 분을 제가 도울 길은 없습니다. 자신 스스로 돕는 자를 저는 제 방식으로 도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돕겠다고 청문회에서 약속한 것은 노승일씨입니다. 그럼에도 노승일씨가 데리고 나온 고영태씨에게 여러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본인이 모두 거부하고 조용히 살겠다고 사라졌습니다. 저는 국가도 당도 아닙니다.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최선을 다 하고 있습니다”라며 고영태씨의 신변 보호에 대해 한발 물러나는 듯한 답글도 남겼다.

손혜원 의원은 또 자신의 페이스북에 “어제 밤부터 페북 댓글과 실시간 sns에 고영태를 보호하라는 글들이 마치 약속이나 한 듯 저를 공격하며 동시에 쏟아져 올라온다. 고영태씨를 보호하는 척 하며 저를 공격 하는 작전세력의 전형적인 얕은 수법”이라며 책임을 피해가는 듯한 내용의 글을 남기기도 했다.

손혜원 의원은 고영태씨가 아닌 노승일씨에 대한 신변 보호 약속을 강조하기도 했다.

손 의원은 “저는 청문회에서 노승일씨와 약속했습니다. 이 분이 안전하게 국정농단 부패 정부와 싸울 수 있도록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 하고 있습니다. 노승일씨가 고영태씨를 데리고 나와서 한 번 점심을 같이 한 적이 있습니다. 걱정이 되어 몇가지 대책을 논의 했지만 고영태씨는 더 이상 세상에 나서기 싫어했습니다. 설득이 전혀 되지 않았고 전화도 받지 않습니다. 본인의 사생활을 더 이상 침해 받는 일은 안 하겠다고 했습니다”라고 썼다.

이어 “저는 청문회에서 노승일 증인을 보호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저 말고도 박범계, 박영선, 안민석 의원들이 힘을 모아 다 같이 노승일 씨와 연대하며 대책을 논의하고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손혜원 의원은 지난달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에서 최씨의 국정개입 증거가 담긴 태블릿PC의 존재에 대해 증언한 고영태, 노승일씨가 신변의 위협을 느끼고 있다며 고영태, 노승일씨의 신변보호 방법을 논의하고 싶어서 두 사람을 만났다는 글을 남겼다. 고영태, 노승일씨와 함께 찍은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노승일씨는 지난달 지난 22일 제5차 청문회에서 "저는 청와대, 박근혜라는 거대한 산과 싸워야 한다. 그 다음에 박근혜 옆에 있는 거머리, 최순실과 또 삼성이라는 데와 싸워야 된다"는 소신 발언을 했다.

손혜원 의원은 당시 "(고영태, 노승일)두 사람이 많이 두려워하고 있다"며 "한 사람은 두려워서 옷을 입은 채로 잠을 자고, 한 사람은 수면제 없이는 잠을 못 잔다고 한다"고 이들의 근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이분들을 효율적으로 언론에 노출시키고 양지에서 당당하게 본인들이 아는 사실을 다 밝히는 게 이들을 지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손혜원 의원은 또 "고영태 증인은 더 여리고 더 착했으며 노승일 증인은 더 의롭고 더 용감했다"며 "이분들이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도록 구체적인 여러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가 마무리된 뒤 내부고발자 보호 관련법도 정비하겠다“고 했다.

▲ 손혜원 의원이 13일 극회 청문회에서 노승일 부장 등 K스포츠 직원들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동춘 이사장의 전횡을 폭로한 후 K스포츠 직원들과 따로 간담회를 갖고 있다.<사진=손혜원 의원 페이스북 캡처>

한편, 고영태씨의 사라진 행적은 13일 헌법재판소(소장 박한철)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6차 변론일인 17일 증인으로 채택된 고영태 전 더블루케이 이사와 류상영 더블루케이 과장의 소재를 파악해달라고 경찰에 요청하면서 알려졌다.

헌재 관계자는 이날 "고 전 이사와 류 부장이 이사해 출석요구서가 반송됐다"며 "각각 강남서와 성동서에 두 사람의 새 주소지를 파악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고영태씨는 현재 개인 휴대전화도 꺼진 상태이며 주변에서 연락이 닿는 사람도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누리꾼들은 “박근혜나 최순실의 사주로 살해됐을수도 있다”, “박근혜 최순실 측근 중 그렇게 하고 살아남은 사람이 있는냐”, "고영태가 제2의 유병언이 될 수도 있다“ 는 등의 글을 퍼나르며 고영태씨의 신변을 걱정하고 있다. 증인 신변보호 목적으로 누군가 숨겨뒀거나 증거인멸을 위해 납치됐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최순실의 최측근이었던 고영태씨는 지난해 10월 JTBC 기자에게 "최순실의 취미가 연설문 고치는 것"이라는 발언을 하면서 최순실 게이트의 실체를 드러내는데 기폭제 역할을 했다.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등 최순실의 국정농단을 대중에게 처음으로 알린 것도 고영태씨다. 고영태씨는 2015년 말 TV조선 기자에게 미르재단 등 최순실의 국정농단 관련 자료를 제보했고 TV조선이 이 제보를 토대로 지난해 7월 말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의 설립과정에 청와대의 강제모금 의혹이 있다는 보도를 하면서 최순실 국정농단 실체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고영태씨는 지난달 7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 2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최순실씨한테는 수행비서와 같았다"며 증언하기도 했다.

고영태씨는 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이후 신변위협을 호소해 왔다. 지난 해 10월20일 태국에 머물며 “고영태입니다. 도와주세요. 최순실씨의 취미가 대통령 연설문 고치는 것이란 보도는 나와 무관하다”며 한 언론사에 신변위협을 호소하는 듯한 이메일을 보낸 사실이 전해지기도 했다.

지난해 10월27일 고영태씨가 검찰에 자진 출두하기 직전 고씨의 한 지인은 언론에 "고영태가 전화를 해서 '불안해서 못살겠다, 살려달라'면서 울먹이더니, 시끄러운 소리와 함께 갑자기 전화를 끊었다. 곧바로 다시 전화를 했지만 받지 않고 있다"고 말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현재 최순실은 K스포츠재단 관련 모든 책임을 고영태씨와 차은택에게 떠넘기려고 하고 있다.

헌재가 고영태씨의 소재 파악을 경찰에 요청한 1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3차 공판에서 최순실 측 이경재 변호사는은 "미르는 차은택, K스포츠는 고영태가 중심"이라며 "이들은 직책은 없지만 자신의 측근을 재단의 자리에 앉혀 일을 도모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최씨는) 미르나 K재단을 실질적으로 지배하지 않았고 고영태씨에 의해 이용된 것"이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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