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총장 이명박 전 대통령 정치인으론 첫 예방...친이계 인사들 반기문 켐프 속속 합류

▲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이명박 전 대통령 사무실 앞에서 이 전 대통령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사진=포커스뉴스>

[위클리오늘=강민규 기자]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지난 12일 귀국 후 정치인으론 사실상 처음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을 만났다. 

이명박 전 대통령측의 말대로 설사 두사람 간에 정치적인 얘기는 전혀 오간 게 없다고 해도 반기문 전 총장이 귀국해 처음 만난 정치인이 이 전 대통령이라는 것 자체가 의미심장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퇴임 후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 있지만 정치적 영향력은 여전히 강력한 편이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도 할 말은 분명히 하면서 친이계를 중심으로 한 지지세력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마지막날인 12월31일 페이스북에 장문의 게시글을 올렸는데, 곳곳에 정치적 의미를 담은 메시지가 묻어있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이 글에서 "올 해 대한민국은 시련과 아픔이 많았습니다.국격은 추락하고 국민은 마음에 큰 상처를 입었습니다"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어나야 합니다.넘어졌다고 가던 길을 멈출 수는 없습니다. 이 부끄러움과 후회를 앞으로 나아가는 추동력으로 삼아야 합니다"라고 했다.

이 글을 통해 메시지를 전하려는 상대가 일반 국민일 수도 있지만, 생각하기 따라서는 곧 닥칠 수 있는 대선국면을 앞두고 친이계에 공개적으로 준비신호를 보낸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충분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이어 "치유와 변화의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안팎의 엄중한 현실을 직시하면서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기회로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 모두가 주인된 마음으로 함께 힘을 모아야 합니다."라고 했다.

이 글을 본 친이계 인사들 입장에서는 '잘못된 현실을 바로잡는' 데 이명박 전 대통령 본인이 중심이 되겠다는 선언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을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이후 이명박 전 대통령은 새누리당 탈당을 선언했다. 새로이 다른 당에 입당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새누리당을 탈당 한 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표면적인 이유이지만 궁극적으론 새로운 정치적 둥지를 틀기 위한 과정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이병박 전 대통령의 '새 정치적 둥지'가 반기문 전 총장과의 연대라는 것은 친이계 인사들의 행보에서 거의 노골적으로 노출되고 있다.

19일 반기문 전 총장의 이명박 전 대통령 예방은 친이계 인사들에겐 더욱 명확한 메시지가 되었을 것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연대설이 정치권에 돌기 시작한 것은 이미 오래 전 일이다.

친이계 인사 다수가 반기문 전 총장 측에 속속 합류하면서 '반-이 연대설'은  이미 기정사실화됐다는 해석까지 나왔다.

이명박 대통령의 홍보수석비서관을 지낸 이동관 전 수석은 광화문에 사무실을 차리고 반 총장을 지원하고 있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 

친이계 나경원 의원은 바른정당 합류를 보류한 직후 공개적으로 반기문 총장에 대한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나경원 의원은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의 대변인을 맡았던 이력이 있다. 

이명박 대통령 인수위 외교통일안보분과 간사를 맡았던 박진 전 의원도 반기문 총장측에 합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박형준, 박재완, 이주호 등 친이계 원외인사들도 반기문 전 총장측에 합류했거나 합류할 계획이라는 말이 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 이재오 전 의원도 언론 인터뷰에서 “후보가 반기문 총장밖에 없어 이명박 전 대통령이 반 총장에 대해 긍적적으로 말한 것 같다”며 이명박 전 대통령의 반 전 총장 지지를 확인했다.

실제로 이명박 전 대통령도 이미 공개적으로 반기문 전 총장에 대한 지지의사를 표명한 상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24일 '한국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전 대표 등 여타 대선후보들을 비판한 뒤 “반기문 총장이야 정상적이지. 그 자리에 올라갔다는 사실이 말해주는 거지”라고 호평했다.
  
정치권에선 조기 대선이 현실화하면 선거에 능한 친이계 베테랑들이 반 총장의 약점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윈-윈 전략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야권에선 ‘이명박 -반기문’ 연대설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갈수록 비판의 강도도 세지는 분위기다.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최근 “촛불민심은 반칙과 특권의 벽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바라는 국민의 열망이다. 국민이 청산을 요구하는 낡은 적폐를 만들어놓은 이명박근혜 정권을 향한 탄핵이었다"며 "최근 친이계 인사들이 반 전 유엔 사무총장의 대선조직을 지원하고 있다는 증언이 나오는데 이명박 전 대통령은 헛된 욕심을 버리고 자신의 과거를 반성하며 자중하길 바란다” 각을 세웠다. 

반기문 전 총장이 이날 이명박 전 대통령을 예방한 것을 두고도 야권에선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페이스북에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오늘 이명박 전 대통령을 만나 '녹색성장 어젠다를 이어받겠다'고 말했다. 국토를 파헤쳐 4대강을 '녹조라떼'로 만들어버린 '녹색성장'을 이어받겠다니 기가 막힐 따름이다"며 "캠프에는 이명박의 사람들로 득실거린다. 반기문의 '정치교체'가 '이명박으로의 교체'였던 모양이다"고 비판했다.

반기문 전 총장이 이날 오후 4시께 서울 강남구 대치동 사무실을 찾자 이명박 전 대통령도 무척 반기는 모습이었다.

반기문 전 총장이 허리를 가볍게 숙여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인사를 하자, 이명박 전 대통령이 반기문 전 총장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는 모습도 포착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면담을 마친 뒤 반 전 총장을 배웅하며 "화이팅"을 외치며 힘을 실어주는 장면도 연출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반기문 전 총장의 면담은 약 30분간 비공개로 진행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측은 두 사람 간에 "정치적인 대화는 없었다"고 했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기에는 30분이란 시간이 너무 길다는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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