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중섭의 '흰소'

[위클리오늘=강민규 기자] '중섭'은 KBS제주방송총국이 지난해 이중섭 탄생 100주년을 맞아 추석특집으로 제작한 2부작 다큐드라마다. 제주는 이중섭에겐 제2의 고향이나 마찬가지 땅이다. 6.25전쟁 포화를 피해 서귀포로 내려와 11개월간 가장 이중섭 다운 작품들을 생산하고 세상을 등진다.

다큐드라마 '중섭'에는 배우 황건(이중섭), 이은우(이남덕), 박정민(구상) 등의 열연과 함께 이중섭을 기억하고 있는 오랜 벗 김인호, 백영수 화백의 생생한 증언, 그리고 일본 동경에 거주하고 있는 올해 97세의 이중섭의 아내 이남덕 여사의 그리움이 가득한 기억의 편린들을 모았다.

‘중섭’ 1부 ‘서귀포의 환상’ 편에서는 ‘사랑’을 주제로 중섭이 일본 유학시절에 만난 일본인 아내 야마모토 마사코(이남덕)와의 인연과 사랑, 결혼과 제주 피난생활까지 ‘화가 이중섭의 제주시대’가 아름다운 제주의 자연 속에서 펼쳐졌다. 

2부 ‘길 떠나는 가족’에서는 ‘이별’을 주제로 제주에 이어 계속된 부산 피난 생활과 가난으로 인한 가족들과의 이별, 혼자 남은 중섭의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외로움,고독한 죽음,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난 예술혼과 함께 아직도 끝나지 않은 화가 이중섭과 이남덕 여사의 사랑을 그린다.  

비운의 시대를 살다 간 천재화가, 공포와 혼돈, 궁핍의 고통을 온 몸으로 마주하며 싸워야 했던 화가 이중섭. 그의 삶은 질곡의 역사를 견뎌 온 우리 시대의 아픔 그대로였다.

한국 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1월, 이중섭은 일본인 아내와 두 아들을 데리고 따뜻한 남쪽나라를 찾아 제주로 피난 왔다. 

서귀포 앞바다의 섬들이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한 평 남짓한 좁은 방에서 시작된 제주에서의 피난 생활,전쟁으로 인한 고단하고 궁핍한 상황 속에서도 이중섭 가족은 생애 가장 행복한 나날들을 제주에서 보냈다. 

이중섭은 그 어느 때보다도 안정되게 그림 그리기에 몰두한다. 제주에서의 행복한 생활과 고요한 감정은 제주 시절 작품에 그대로 투영됐다. 

제주 시대에 탄생한 이중섭의 작품들은 대상에 대한 표현과 색채, 구도에서도 일본 유학시절과 고향 원산에서의 화풍과는 또 다른 따스함이 깃들어 있다.

이중섭은 서귀포 주민들의 삶과 생활 속에 깊이 동화돼 들어갔다. 원산 시절 어머니의 부탁에도 초상화를 그려주지 않았던 그가 서귀포 주민들의 초상화를 그려줬다. 거기에는 슬픈 사연이 담겨 있었다. 

제주에서 피난생활 11개월은 극도의 불안과 공포, 궁핍의 시대였지만 화가 이중섭에게는 가장 빛나고 행복했던 순간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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